밤바다는 풍랑이 거세
동굴 속은 남의 나라
언어란 한없이 가벼운 줄 알면서도
한 소절 노래를 불러볼까.
피와 눈물로 절인
이제는 잊고 싶은 기억을 되뇌며
영생의 포도주로
유혹하는 요정과 동침하러 간다.
생각해 보면 불멸을 꿈꾸던 이도
덧없이 스러져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살아있는 것일까?
들어주는 이는 없는데
메아리가 대답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일이다.
밤바다는 풍랑이 거셀지라도,
노래를 불러 기억을 붙잡으며,
새벽처럼 올 귀향을 기다리는 또 다른 나,
신은 나에게 작은 용기를 주니
마침내 부르는 그의 이름, 오뒷세우스.
독서 모임에서 오뒷세이아를 읽었다.
두 시인께 용서를 구하며 메모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