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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야만인들 - RJR 내비스코의 몰락
브라이언 버로.존 헤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크림슨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RJR 나비스코라는 거대 규모의 미국기업이 1980년대에 LBO거래로 매각되는 스토리를 다루었다. 그야말로 사실을 다룬 내용인데, 이 한 건의 거래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다양하고, 각각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들었다. 책의 분량이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한다. 이런 것을 보도문학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최근에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바이아웃 : M&A의 진짜 비밀> <스노볼> 등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사모투자펀드, 바이아웃, 헤지펀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모든 바이아웃 거래가 LBO는 아니다. 바이아웃이란 경영진이 사모펀드의 돈을 투자받고 본인도 투자하여 회사를 주주로부터 사들이고, 3~5년간 경영해서 회사 가치를 올려서 되파는 거래를 말하는데, 거기에 부채를 차입을 많이 해서 주주들에게 회사 매수 대금을 지급하게 되면 그게 LBO가 된다. 과도한 LBO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 회사에 많은 재정적인 부담을 준다.
만약 인수한 경영진 혹은 사모투자자가 예상한대로 실적이 나와주면야 빚도 갚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겠지만, 그렇지 못할경우 과도한 부채는 주주가치를 날리고, 더구나 회사를 위기에 처하게 해서 직원들이 오랜기간의 삶의 터전이었던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몇몇의 투자자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수과정에서 1980년대에는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드렉셀번햄램버트같은데서 인수자금을 조달하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채권을 마구발행해서 그것이 나중에 큰 문제를 야기하였는데, 특히 이 RJR나비스코 거래에서 드렉셀은 KKR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RJR나비스코의 몰락으로 되어 있어서 바이아웃과 LBO거래가 대부분 망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KKR과 같은 사모펀드는 막대한 돈을 벌고, 현재까지 건재하고 있고 대단한 규모로 성장하였다. 그만큼 바이아웃 거래 등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오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자금 조달과정에서 막대한 정크본드를 발행하고, 과도하게 레버리지 비율을 높인 것이었던 것 같다.
책의 분량이 압박스럽다면, 맨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주의깊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 전체는 RJR나비스코가 어떤 경매 과정을 거쳐서 매각이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고, 에필로그는 매각 이후에 그야말로 어떻게 되었나를 다루고 있다. 헤피엔딩은 아니다. 아메리칸 익스플레스 카드의 부회장인 루거스너를 영입해서 회사의 경영을 맡겼고, 초기에는 잘 해나갔으나, 담배산업이 연이은 악재에 시달려고, 식품사업도 초기만큼 실적이 좋지 않아서 끝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머천트 뱅킹의 생리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월가의 큰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대규모의 기업의 경영진들이 어떤 호사를 누리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대한민국도 자본시장통합법과 최근의 여러 조치로 헤지펀드도 생겨나고, 사모펀드도 만들어져있다. 해당시장 관계자는 물론 직장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들은 다음과 같다.
<바이아웃 : M&A의 진짜 비밀> : 바이아웃의 구체적인 생생한 스토리, PE펀드와 경영자인수가 실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KKR스토리> : LBO, 바이아웃 펀드의 절대 강자인 KKR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바이아웃의 역사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전해준다.
<스노볼> : 워렌버핏의 전기인데, 그의 삶의 역사와 겹쳐지는 금융사가 나오고, 워런버핏의 시각에서 월가를 바라볼 수 있다.
<사모투자펀드 : PEF> : 국내저자가 집필한 사모투자펀드, 바이아웃에 관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