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유무역,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주장하는 선진국의 개방경제,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생각인지, 특히 스스로가 부자나라가 아닌 경우 그런 자유무역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올바른 세계화의 시각을 갖기위해서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하는지 알려준다.

리뷰어는 원래 시장주의, 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시장의 힘을 믿고, 인위적인 무역장벽,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무척이나 적대적인 입장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변했다. 좀더 생각이 현실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무역개방, 자본시장 개방, 자유무역의 이데올로기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뒤집니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은 부자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곳에 집중하고, 가난한 나라는 상대우위가 있는 곳에 집중하고, 교역을 통해서 전체의 부가 증대된다고 보았고, 자유무역은 세계전체의 부를 증대한다고 보았다.

시간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은 맞다. 하지만, 이런식의 자유무역이 굳어지면, 가난한 나라는 계속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만을 계속하고, 부자나라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한 산업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무 것도 없는 시절에 자동차 정비소로 시작해서 지금의 국제적인 자동차 제조업을 하게되었고, 맨바닥에 제철소를 지어서 세계적인 제철소, 모래사장에 조선소를 짓기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 수주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조선업의 대국이 되었다. 만약 비교우위론에 기반해서 자유무역을 해왔다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설탕같은 것을 만들어 팔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먹고 살면서 가난하게 살지 모른다.

저자는 아주 탁월한 비유를 하고 있는데, 어린 아이가 버릇있게, 경쟁력있게 자라게할려면 더 이상 돌보지 말고 돈벌이의 세계에 어른과 같이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자유무역주의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절대로 이론물리학자나 뛰어난 공학자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빠른 시장의 구두딱이를 키워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력있는 산업은 오랜 기간의 보호와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부패와 민주주의의 여부도 실제로 나라의 부와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확보된 자본을 미래의 성장을 가져올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기술에 투자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역설한다. 원재료등의 수입에는 보조금을 주어서 지원하고, 기술기반의 제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이야말로 미래의 성장산업을 키우는 길임을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게 보았던 대국굴기라는 중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영국, 스페인, 일본, 미국 등 한 때 세계를 제패했던 대 제국은 초창기의 부의 축적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자신의 경쟁우위를 확보할때는 철저하게 보호주의와 심지어는 식민국의 희생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후에 자신이 경쟁우위를 확보한 후에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유무역을 힘으로 밀어부쳤다. 그런 선진국, 부자나라는 자신의 과거의 역사는 잊고, 지금 자유무역만이 전세계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마치 골프의 핸디개념과 같이 개도국은 선택적으로 개방을 하고 자신의 미래의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세계의 부를 증대시키고, 선진국도 장기적으로 구매력있는 시장을 키움으로서 더욱 잘 살수 있는 길임을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장주의적인 생각이 장하준 교수의 아이디어로 보완되어야함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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