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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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는 예술가입니다. 예술가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은 사람들입니다. 최악의 환경에서 저주 속에 태어난 그는 예술가의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혹독한 환경 속에서 그는 살아남습니다. 그에겐 강렬한 삶의 욕망과 의지가 있습니다. 그 힘은 그를 사로잡고 있는 강력한 욕망에서 나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찬사입니다. 그에겐 사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받을 지 어떻게 사랑을 줄 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왜? 그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겐 남들이 모르는 환희의 원천이 있습니다. 그 환희를 맛 볼 수만 있다면 그는 곧 죽어도 좋습니다. 어쩌면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찬사가 아니라 자기만족일 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이룩한 예술의 가치를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할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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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스마트 - Get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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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언뜻 보면 허섭한 패러디 영화겠거니 싶은데 막상 보면 제대로 액션영화입니다. 물론 썰렁 유머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총알탄~~" 시리즈와 같은 완전 패러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지한 영화도 아닌데 어정쩡한 분위기지만 뜻밖에 기대를 저버리고(?)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뻔한 듯, 진부한 듯, 유치한 듯 하면서도 나름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거참 희한하게 재미있는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빵빵합니다. 요즘 갑자기 출연작이 쏟아지고 있는 스티브 카렐의 코믹 연기가 일품이고 외모는 공주과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앤 해서웨이의 열정이 좋습니다. 레슬링 무대에서 '더 락'으로 더 유명한 드웨인 존슨이나 "글렌게리 글렌로스"의 명배우 알란 아킨, "프리실라"의 테렌스 스템프, "대부","미저리"의 로버트 칸, 최홍만을 닮은 거인 달립 싱 등등, 조연들이 알고 보면 굉장한 사람들입니다.
 감독인 피터 시걸은 코미디 영화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죠. "총알탄 사나이3"부터 "성질 죽이기", "너티 프로패서2", "롱기스트 야드","첫 키스만 50번째" 등을 만든 감독입니다. 상당히 안정적인 코미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재미있는 이유를 알 만 한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진 중 놀라운 이름이 올라 있거든요. 바로 각본의 멜 브룩스입니다. 이 양반 1926년 생이라고 하니 80세를 훌쩍 넘겼다는 얘긴데 아직 현역이라니 놀랍습니다. 감독,각본,배우, 제작자로 미국 최초로 패러디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1968년 만든 "제작자들(The Producers)"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인기를 끌고 있던데 원작인 영화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겟 스마트" 기대없이 그냥 웃자고 보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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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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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나쁘지 않던 걸! 하도 악평이 많아 완죤 저질 영환 줄 알았지. 그 정돈 아니던데! 원래 썰렁유머는 코드가 맞아야 돼. 암만 재미있게 만들어도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은 한 없이 지겨운 게 썰렁유머야. 주성치가 그렇잖아! 요즘이야 세계적인 흥행사로 날리지만 전엔 어디 그랬어?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그만의 썰렁코드가 있었잖아.
원체 전은강의 원작소설도 코드가 중요한 책이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그런 소설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놀리는 것처럼 불쾌하다니깐! 그런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으니 이 영화의 운명도 뻔한 거지. 웃어줄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면 욕이나 한 바가지 퍼붓게 돼 있는 거야. 썰렁유머를 좋아하고 백윤식과 봉태규의 페이소스 진한 무표정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라구. 특히 오랜 시간 애정결핍이 미치는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면 곳곳에 숨겨진 패러디 장면들 보면서 낄낄대고 웃다가 조금 훌쩍일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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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투 유마 - 3:10 to Y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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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아리조나에서 소를 키우는 댄 에반스(크리스챤 베일)는 가장으로서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댄은 남북전쟁에 북군으로 참전해 한쪽 발을 잃었지만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빚을 지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 남자입니다. 두 아들과 함께 소를 방목하러 갔다가 댄은 우연히 현금호송마차가 무장강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신의 손"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악당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 일당에게 들킨 삼부자는 부상 당한 현상금 사냥꾼 바이런(피터 폰다)만 구해 마을로 데려갑니다. 먼저 마을로 들어와 있던 벤 일당은 유유히 볼 일 보며 즐기다가 그만 벤이 체포되고 맙니다. 사실 충분히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만 왠일인지 벤은 스스로 잡혀주는 듯 합니다. 알고 보면 그도 그럴 것이 벤 스스로도 충분히 곤경을 빠져나갈 만큼 신출귀몰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벤의 일당들이 그를 그냥 잡혀가게 둘 리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은 마을 비스비엔 기차가 없습니다. 이웃의 컨텐션으로 벤을 데려가 3시10분 유마행 기차에 태워야 합니다. 호송할 사람이 부족한 은행측이 돈을 걸고 빚을 갚기 위해 댄이 자원합니다. 벤의 일당들이 따라붙는 가운데 일행은 벤을 호송합니다. 벤은 신출귀몰한 솜씨로 탈출했다 다시 잡히는 등 일행을 농락하는데 왠지 댄에게 연민을 느낍니다. 댄은 우여곡절 끝에 컨텐션의 벤을 데리고 호텔에 도착합니다만 기차역으로 가는 길엔 돈을 보고 몰려 든 악당들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서부극이 사라진 시대란 아버지가 사라진 시대입니다. 영화 속 댄의 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벤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상실감 속에서 전지전능의 악당으로 자란 인물입니다. 벤은 강하지만 채울 수 없는 빈구석을 가진 사내입니다. 벤에겐 강한 책임감을 가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댄에게서 봅니다. 모처럼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펼치는 스릴 넘치는 서부영화 한 편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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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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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단.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절대로 스릴러가 아닙니다. 공포영화는 더더욱 아니지요. 기술적으론 완벽한 스릴러의 형식과 기법을 구사하지만 결코 스릴러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면 '노인'을 위한 영화냐? 천만에요. 노인이 나오고 노인이 주인공이고 제목에 노인이 들어간다고 노인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노인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냉정한 영화입니다.
 텍사스의 사막,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용접공으로 일하다 은퇴한 모스가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범죄현장을 발견합니다. 마약 밀매를 하던 멕시코인들이 서로 싸웠는지 단 한 사람만 물을 찾으며 겨우 숨이 붙어 있을 뿐 모두 총상을 입고 죽어있습니다. 모스는 200만 달러가 넘게 든 돈가방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날 밤 자던 모스는 물을 달라며 죽어가던 사람의 청을 잊을 수 없어 다시 현장으로 갑니다. 가서는 안 되는 줄 알았지만 운명은 그를 예정된 결말로 이끕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정(인정)을 버려야 했는데 모스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바로 총격을 받고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치는 모스, 무시무시한 살인마 안톤 쉬거가 그를 뒤쫓습니다. 안톤 쉬거는 아무 이유없이 살인을 일삼는 냉혹한 킬러로 목표물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괴물입니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는 동전던지기로 죽일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그는 악마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합니다. 그의 원칙은 제멋대로이고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타협도 불가능하지요. 그는 인정 없는 세상, 냉혹한 자본주의, 우연과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을 상징합니다. 이 제멋대로인 존재가 인간에게 베푸는 유일하게 공평한 일이라면 누구나 그의 앞에서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뿐입니다.
 살인마 안톤 쉬거와 모스를 쫓는 보안관 벨은 현자, 고뇌하는 자, 인간을 사랑하고 신을 믿는 자입니다. 이미 노인이 된 벨은 죽음을 앞두고 희망을 찾고 싶어합니다만 세상은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갈 뿐입니다. 그는 강렬하게 이 땅 위에 천국이 서길 원했지만 현실 속에 '노인을 위한 나라(=천국)'는 없습니다.
 신과,유토피아,희망을 부정하는, 이토록 허무와 냉소로 가득찬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미국인들도 걷잡을 수 없이 우울과 허무에 빠져드는 걸까요? 희망의 신세계에 허무와 냉소는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죠. 어쩌면 이토록 비관적인 영화에 상을 주는 미국이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렵고 우울한 영화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걸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상 최고의 킬러 역을 소름 돋게 연기한 스페인의 섹시 스타 하비에르 바르뎀의 명연기 하나만으로도 볼 만 한 영화입니다. 깔끔한 스릴러를 기대하신다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만 영화 한 편에서 인생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분이라면 몇 번을 보아도 좋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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