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에단.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절대로 스릴러가 아닙니다. 공포영화는 더더욱 아니지요. 기술적으론 완벽한 스릴러의 형식과 기법을 구사하지만 결코 스릴러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면 '노인'을 위한 영화냐? 천만에요. 노인이 나오고 노인이 주인공이고 제목에 노인이 들어간다고 노인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노인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냉정한 영화입니다.
 텍사스의 사막,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용접공으로 일하다 은퇴한 모스가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범죄현장을 발견합니다. 마약 밀매를 하던 멕시코인들이 서로 싸웠는지 단 한 사람만 물을 찾으며 겨우 숨이 붙어 있을 뿐 모두 총상을 입고 죽어있습니다. 모스는 200만 달러가 넘게 든 돈가방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날 밤 자던 모스는 물을 달라며 죽어가던 사람의 청을 잊을 수 없어 다시 현장으로 갑니다. 가서는 안 되는 줄 알았지만 운명은 그를 예정된 결말로 이끕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정(인정)을 버려야 했는데 모스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바로 총격을 받고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치는 모스, 무시무시한 살인마 안톤 쉬거가 그를 뒤쫓습니다. 안톤 쉬거는 아무 이유없이 살인을 일삼는 냉혹한 킬러로 목표물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괴물입니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는 동전던지기로 죽일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그는 악마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합니다. 그의 원칙은 제멋대로이고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타협도 불가능하지요. 그는 인정 없는 세상, 냉혹한 자본주의, 우연과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을 상징합니다. 이 제멋대로인 존재가 인간에게 베푸는 유일하게 공평한 일이라면 누구나 그의 앞에서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뿐입니다.
 살인마 안톤 쉬거와 모스를 쫓는 보안관 벨은 현자, 고뇌하는 자, 인간을 사랑하고 신을 믿는 자입니다. 이미 노인이 된 벨은 죽음을 앞두고 희망을 찾고 싶어합니다만 세상은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갈 뿐입니다. 그는 강렬하게 이 땅 위에 천국이 서길 원했지만 현실 속에 '노인을 위한 나라(=천국)'는 없습니다.
 신과,유토피아,희망을 부정하는, 이토록 허무와 냉소로 가득찬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미국인들도 걷잡을 수 없이 우울과 허무에 빠져드는 걸까요? 희망의 신세계에 허무와 냉소는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죠. 어쩌면 이토록 비관적인 영화에 상을 주는 미국이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렵고 우울한 영화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걸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상 최고의 킬러 역을 소름 돋게 연기한 스페인의 섹시 스타 하비에르 바르뎀의 명연기 하나만으로도 볼 만 한 영화입니다. 깔끔한 스릴러를 기대하신다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만 영화 한 편에서 인생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분이라면 몇 번을 보아도 좋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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