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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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중간....참 어중간한 말입니다.^^;; 저한테 잘 어울리는 말이죠. 제 인생이 어중간합니다. 뭐 하나 딱 부러지게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동정을 받을 정도로 모자라는 정도는 아닌 것이...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술에 물을 탄 것 같기도 물에 술을 탄 것 같기도...ㅎㅎ.. 이 영화는 저 같이 어중간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23살 어린 주부 스즈메(우에노 쥬리)는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남의 눈에 띄고 싶어도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칠 만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죠. 자신보다 거북이 먹이 주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 남편과 무서울 정도로 변화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계단을 올라가던 스즈메는 계단 손잡이에 손톱 만한 크기의 광고 전단지가 붙어 있는 걸 발견합니다. "스파이 모집!!"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건 스즈메는 자칭 "어느 나라"의 스파이라는 쿠기타니 부부에게 발탁돼 일약 스파이가 됩니다. 스즈메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무도 스파이인줄 모르게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라는 것. 그거야 늘 스즈메가 해 오던 일입니다만 막상 임무라고 생각하니 스릴 넘치고 재미있습니다. 스즈메는 자기 말고도 마을에 많은 스파이가 평범을 가장해 숨어 지내는 걸 알고 세상을 다시 발견합니다.
 저나 스즈메 말고도 현대인들은 대부분 어중간한 삶을 삽니다. 하지만 어중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 세상을 떠받치는 바탕이 아닐까요? 미키 사토시 감독은 싱거운 유머지만 어중간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아이디어로 세상의 어중간이들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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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안개의 집 - House of Sand and F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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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한 후 담배와 알콜중독에 빠져 지내던 캐시(제니퍼 코넬리)는 한순간의 실수로 집을 빼앗기고 맙니다. 세금고지를 보지 못하고 체납하여 아버지가 30여년 동안 돈을 모아 사고 자신이 자란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캐시는 일주일 뒤 어머니가 방문한다는 전화를 받고 집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그 사이, 집은 이미 경매에 넘어가 이란 출신 베라니(벤 킹슬리)가 헐값에 삽니다. 호메이니에게 쫓겨나 미국으로 온 대령 출신 베라니는 주변에 노동일을 하는 걸 철저히 감출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지만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집을 팔고 경매로 해변의 집을 낙찰받았습니다. 베라니는 집을 수리해 시세차익을 보고 팔 생각입니다. 베라니에겐 이 집이 힘든 미국생활의 돌파구이자 신의 축복입니다.
 법집행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받았지만 이미 집이 넘어가 버린 뒤라 캐시는 베라니에게 다시 집을 되팔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베라니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분노와 외로움에 지친 캐시는 자신을 집에서 쫓아냈던 경찰인 레스터(론 엘다드)에게 접근하고 아내와 문제가 있던 레스터는 캐시에게 빠져듭니다. 캐시에게 사정을 들은 레스터는 이란 이민자인 베라니를 악덕경매업자로 오해해 문제에 직접 개입합니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캐시와 베라니는 둘 다 악인도 그렇다고 선인도 아닙니다. 둘은 모두 각기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그들의 행동에 악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그것도 나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선택들이 엄청난 운명을 만들어 냅니다. 그 비극을 증폭시키는데 착한 의도를 가졌던 경찰관 레스터도 한몫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있습니다. 캐시와 베라니의 욕망은 소박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욕망은 상충합니다. 내가 손해 보지 않으면 남이 손해 보는 구조입니다. 처음 캐시와 베라니는 서로를 악으로 규정합니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니 적이고 악인입니다. 한데 베라니의 부인 나디(쇼레 이그다쉬루)가 두 사람을 화해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그 동안 두 사람에겐 진정한 소통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상대가 악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사랑에 눈이 먼 레스터가 끼여들어 비극을 부르고 맙니다. 레스터도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 본 것이죠.
 인간세상엔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선인도 악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리라고 선이라고 믿는 순간 그 신념은 세상을 파괴하는 괴물이 돼 버립니다. 모든 것이 파멸된 뒤에 깨닫는다면 늦습니다.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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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에드 TV - E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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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TV라는 한 케이블 방송국이 새로운 쇼를 기획합니다. 평범한 한 사람을 선정해 24시간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쇼입니다. 방송국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보는데 비디오 가게 점원 에드(매튜 맥커니히)가 카메라 테스트에 응한 형 래리(우디 해럴슨) 옆에 서 있다가 전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발탁됩니다.
 좀 덜 떨어진 래리와 에드 형제는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로 거액의 출연료에 혹해 방송계약을 맺습니다. 난봉꾼에 절제가 안 되는 래리에 비해 어리버리하고 착하기만 한 에드, 일약 스타로 부상합니니다. 에드를 이용해 한 몫 잡을 생각 밖에 없는 래리를 보며 약혼녀 셰리(지나 엘프만)는 실망하는데 반면 착하고 친절한 에드에게 끌립니다. 그러던 중 형을 찾아간 에드를 따라 온 카메라에 래리가 바람 피우던 장면이 생방송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형 대신 셰리를 위로하러 간 에드는 오히려 셰리의 키스를 받습니다. 물론 이 장면도 생방송되고 형제 사이는 급격히 벌어집니다. 시청자들은 에드를 응원하며 시청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방송은 연장되고 에드는 전국 최고의 화제 인물이 돕니다.
 시청률에 고무된 방송국은 질(엘리자베스 헐리)이란 여배우를 시켜 에드를 유혹하게 합니다. 순진한 에드는 질의 유혹에 넘어가고 셰리는 에드를 떠납니다. 24시간 화장실 갈 때만 빼고 따라다니는 카메라 때문에 삶이 엉망으로 꼬여버린 에드는 방송을 끝내고 싶어하는데 방송국은 종신계약서를 내밀며 에드를 놔주지 않습니다.
 내 삶이 몽땅 생방송으로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우리는 이런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가정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최근 TV는 리얼 프로가 대세가 되었죠. 보진 못했지만 실제로 이런 프로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시청률만 나온다면 뭐든 못할 일이 없죠. 미디어의 힘은 나라도 흔들 정도이니까요.
 영화보다 현실이 더 앞서나가는 중이라 좀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다지 큰 반전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영화입니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생각해 볼 꺼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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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스트 야드 - The Longest 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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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아픈 날입니다. 아무 생각 안 납니다. 이럴 땐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비디오나 한 편 때리는 게 최곱니다. 생각 안 하고 즐기기엔 헐리웃 코미디 만한 것도 없죠. "롱기스트 야드"는 그냥 웃고 즐기기에 딱 좋은 영화입니다. 뻔한 스토리지만 볼거리 풍부하고 나름 교훈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크루 역의 아담 샌들러의 연기도 좋지만 출연진들이 화려합니다. 떠벌이 크리스 록 특유의 감초역을 볼 수 있고 왕년의 섹시 가이 버트 레이놀즈의 중후한 연기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괴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야수 "밥 샙"을 비롯한 온갖 괴력과 거구의 사나이들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밥 샙은 격투기보다 연기를 더 잘 하데요.
 내용은 프로풋불 최고의 선수였지만 일부러 져 준 바람에 감옥을 오게 된 크루가 교도관들이 만든 풋볼팀에 맞서는 죄수 풋볼팀을 만들어 시합하는 이야기입니다. 딱 예상대로 흘러가고 특별한 반전도 없지만 시종 눈을 뗄 수 없는 잔재미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 한 편 보면서 더위와 짜증 날려보시는 것도 좋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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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 Ping P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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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가 된다는 건 어쩌면 고독한 일입니다. 최고란 만인지상의 자리, 결국 남을 이기고 남을 누르고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자리니까요. 최고의 재능을 가졌지만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최고의 자리를 양보해 버린 두 소년이 있습니다. 탁구 만큼은 세계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고등학생 페코(쿠보즈카 요스케)와 역시 최고의 재능을 가졌지만 탁구는 그저 시간 때우기 취미생활로 여기는 스마일(아라타). 사실 무뚝뚝하고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스마일이 탁구를 취미생활로 여기는 이유는 자신의 명랑쾌활한 친구 탁구천재 페코를 영웅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마일은 늘 페코에게 져 줍니다.
 하지만 페코가 상해 탁구 주니어 팀에서 온 엘리트 유학생 콩에게 완패를 당하고, 연이어 전국 고교 체육대회에서 또다른 선수에게도 패하고 슬럼프에 빠지게 되자 둘의 사이는 멀어집니다. 숨은 재능을 알아 본 코치(다케나카 나오토)의 독려로 처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스마일과 패배의 아픔을 딛고 진정한 승부란 자신을 이기는 것임을 깨닫는 페코, 두 소년의 우정어린 대결이 펼쳐집니다.
 "핑퐁"은 참 썰렁한 영화입니다. 폭소가 터지는 웃음도 없고 대단한 반전도 없고 심한 갈등도 없습니다. 불쑥 불쑥 철학적인 대사를 내뱉고 화면도 나른합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잘 보면 인생과 승부, 우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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