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안개의 집 - House of Sand and Fo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혼한 후 담배와 알콜중독에 빠져 지내던 캐시(제니퍼 코넬리)는 한순간의 실수로 집을 빼앗기고 맙니다. 세금고지를 보지 못하고 체납하여 아버지가 30여년 동안 돈을 모아 사고 자신이 자란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캐시는 일주일 뒤 어머니가 방문한다는 전화를 받고 집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그 사이, 집은 이미 경매에 넘어가 이란 출신 베라니(벤 킹슬리)가 헐값에 삽니다. 호메이니에게 쫓겨나 미국으로 온 대령 출신 베라니는 주변에 노동일을 하는 걸 철저히 감출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지만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집을 팔고 경매로 해변의 집을 낙찰받았습니다. 베라니는 집을 수리해 시세차익을 보고 팔 생각입니다. 베라니에겐 이 집이 힘든 미국생활의 돌파구이자 신의 축복입니다.
 법집행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받았지만 이미 집이 넘어가 버린 뒤라 캐시는 베라니에게 다시 집을 되팔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베라니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분노와 외로움에 지친 캐시는 자신을 집에서 쫓아냈던 경찰인 레스터(론 엘다드)에게 접근하고 아내와 문제가 있던 레스터는 캐시에게 빠져듭니다. 캐시에게 사정을 들은 레스터는 이란 이민자인 베라니를 악덕경매업자로 오해해 문제에 직접 개입합니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캐시와 베라니는 둘 다 악인도 그렇다고 선인도 아닙니다. 둘은 모두 각기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그들의 행동에 악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그것도 나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선택들이 엄청난 운명을 만들어 냅니다. 그 비극을 증폭시키는데 착한 의도를 가졌던 경찰관 레스터도 한몫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있습니다. 캐시와 베라니의 욕망은 소박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욕망은 상충합니다. 내가 손해 보지 않으면 남이 손해 보는 구조입니다. 처음 캐시와 베라니는 서로를 악으로 규정합니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니 적이고 악인입니다. 한데 베라니의 부인 나디(쇼레 이그다쉬루)가 두 사람을 화해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그 동안 두 사람에겐 진정한 소통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상대가 악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사랑에 눈이 먼 레스터가 끼여들어 비극을 부르고 맙니다. 레스터도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 본 것이죠.
 인간세상엔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선인도 악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리라고 선이라고 믿는 순간 그 신념은 세상을 파괴하는 괴물이 돼 버립니다. 모든 것이 파멸된 뒤에 깨닫는다면 늦습니다.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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