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캐나다,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14살 랄프 워커(아담 버처)는 이른 바 문제아입니다. 성적은 최하위고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소년입니다. 사실 문제라고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일으키는 사소한 말썽들이죠. 굳이 랄프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한다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선입견과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과감한 실천력(?)을 겸비한 점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랄프는 고루한 피츠 신부(고든 핀센트)의 요주의 인물입니다. 랄프의 아버지는 2차 대전의 전쟁영웅으로 전사했고 어머니는 입원중입니다. 랄프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가재도구를 팔아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계시지도 않는 할머니의 사인을 위조해 제출하고 사소한 말썽들을 피우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 싶습니다. 그래도 랄프는 씩씩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늘 웃으며 어머니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웁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어머니가 깨어나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랄프는 벌로 학교 운동부원들과 운동하다 코치가 보스톤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건 기적이라고 선수들을 질타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직접 기적을 만들기로 합니다. 바로 자신이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해 우승하는 기적을 이루는 것이죠.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랄프는 실패자, 낙오자에서 일약 성공자, 이긴자로 우뚝 섭니다. 성공의 비결은, 첫번째 꼭 해내겠다는 의지입니다. 랄프는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두번째, 좋은 조력자 혹은 스승을 만나는 것입니다. 랄프에겐 좋은 조력자들이 있고 스승도 있습니다. 늘 제 편이 되어주는 친구도 있고 마음을 써 주는 간호사, 함께 기도해주는 여자친구 그리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헌신적인 스승 히비트 신부가 있습니다. 세번째, 긍정의 힘입니다. 랄프는 긍정적입니다. 울지 않습니다. 잘 될거라고 스스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천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지면 실천하면 됩니다. 랄프는 평소에도 적극적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해 보지 않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해 봅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했죠. 이것이 랄프의 성공비결입니다. 모처럼 캐나다 영화를 보니 반갑네요. 캐나다 영화는 헐리웃 만큼 자본이 강하지 못해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이 많죠. 이 영화도 아가자기하고 따뜻합니다. 비록 실화는 아니지만 감동적입니다. "사랑을 위하여(Dying Young)"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좋은 연기 보여 주었던 캠벨 스콧과 "바운드"의 개성 만점 여배우 제니퍼 틸리의 수수한 조연 연기는 덤입니다. 혈기왕성한 소년의 일상을 다루다 보니 다소 민망한 장면도 있지만 온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미스터 빈에게 뭘 더 바라겠습니까! 웃겨주면 그만이죠! 가볍고 짧고 웃깁니다. 영국 TV시리즈의 주인공 미스터 빈은 로완 앳킨슨이 아니면 탄생할 수 없는 캐릭터죠. 만화의 주인공처럼 기형적인 몸매와 놀랄만큼 발달한 얼굴 근육으로 무언극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코미디언입니다. 진짜 바보 같은 이 사람이 옥스포드를 졸업한 수재라고 하죠. 몸으로 웃기지만 자세히 보면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치밀한 계산에 따른 코미디를 구사합니다. 가히 찰리 채플린 이후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영화의 초반은 좀 유치하지만 후반은 꽤 치밀합니다. 초반의 좌충우돌은 전형적인 미스터 빈식 코미디로 그다지 참신하지 않습니다만 후반부 미스터 빈이 끝까지 가지고 다니며 마구 찍은 캠코더 화면이 칸느영화제 시사회장의 기립박수를 받는 영화로 바뀌는 장면은 기발합니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선호하는 깐느의 취향과 예술가인 척 허위로 가득 찬 일부 영화 감독들을 풍자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떠벌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영화가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짓을 저질러도 다 잘 풀릴 것 같은 영화의 따뜻함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깐느의 해변이 보고 싶군요. 에구 언제 함 가보나!
대공황의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해 온나라가 몸부림치던 1933년 미국 뉴욕, 시립 고아소녀 보호소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알콜 중독의 노처녀 해니건 원장(캐롤 버넷)이 폭력적으로 다스리는 곳이죠. 하지만 이곳 아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그 희망의 중심에 애니(아일린 퀸)가 있습니다. 주근깨 투성이에 빨간 곱슬머리의 열 살 소녀 애니는 의협심이 강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용기를 가진 아이로 고아 소녀들의 구심점입니다. 해니건은 탈출을 일삼는 애니를 미워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억만장자 올리버 워벅스(알버트 피니)의 비서 그레이스(앤 레인킹)가 고아원으로 찾아옵니다. 언론에 홍보하기 위해 고아 한 명을 데려가 일주일간 함께 지내고자 합니다. 마음 착한 아가씨 그레이스는 벽장에 갇힌 밝고 재치있는 빨간머리 소녀를 발견하고 해니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애니는 길에서 데려 온 떠돌이 개 샌디와 함께 기차역보다 더 큰 워벅스의 집으로 갑니다. 자수성가했지만 비정하고 일밖에 모르는 억만장자 워벅스는 사내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다고 그레이스를 나무라지만 점점 밝고 꾸밈없는 애니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천사 같은 애니는 저택에 활력을 불어 넣고 워벅스는 새삼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고 그레이스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워벅스는 애니를 입양하고자 합니다만 애니는 부모가 언젠가 자기를 찾아올 거라며 거절합니다. 워벅스는 5만 달러를 내걸고 애니의 부모를 찾습니다. 수 백 쌍의 가짜 부모들이 문전성시를 이룬 가운데 해니건의 불량한 동생 루스터(팀 커리)가 음모를 꾸밉니다. 사실 애니의 부모는 화재 사고로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루스터는 애니의 모든 기록과 비밀을 알고 있던 누나 해리건을 찾아 와 애니의 부모로 가장해 상금을 챙기고 애니는 버릴 생각입니다. 모든 증거가 맞아떨어지자 애니는 루스터 부부를 따라가는데 고아원 소녀들이 워벅스를 찾아 옵니다. 아이들은 루스터의 음모를 엿듣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했던 것이죠. 워벅스와 경찰은 애니를 되찾기 위해 루스터 일당을 추적하는데 루스터는 애니를 죽이려 합니다. 뮤지컬 영화 애니는 걸작이라고 할 순 없어도 매우 사랑스런 영화입니다. 강한 척 하는 남성들의 몰락을 주로 다루었던 모험영화 전문 감독 존 휴스턴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예쁜 영화입니다. 마치 못난이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아일린 퀸의 매력 하나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고아 소녀들의 춤과 노래도 놀랍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추억의 영화입니다.
자연의 섭리는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아무리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도 자연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모든 생명이 신비롭지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혹한의 남극에서 번성하는 펭귄의 한살이 또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동물원에 가면 아기처럼 아장아장 두 발로 걷는 펭귄이 있습니다. 펭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동물이죠. 펭귄이 왜 하필이면 그 추운 남극에 살며 분명 새인데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지, 볼수록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최고의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무려 4년여에 걸쳐 황제 펭귄의 삶을 영상으로 담아냈다고 합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펭귄들의 놀라운 지혜와 인내가 아름다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짝짓기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면 남극 각지에 흩어져 지내던 황제 펭귄들은 조상대대로 비밀스럽게 전해내려온 "오모크"란 장소에 결집합니다. 긴 줄을 지어 20여 일 이상을 걸어 도착한 오모크에서 황제 펭귄들은 자신의 짝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암수 한 쌍 씩 짝을 이룬 펭귄들은 사랑을 나누고 각각 커다란 하나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은 암컷은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다시 바다로 떠납니다. 새끼가 깨어나면 먹일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동안 수컷은 혹독한 남극의 겨울 4개월을 굶으며 선 채로 알을 품습니다. 마침내 봄이 찾아 올 무렵 알이 부화해 새끼들이 나오면 배불리 먹은 암컷들이 돌아옵니다. 이번엔 수컷들이 바다로 먼 길을 떠납니다. 암컷들은 반쯤 소화시킨 먹이를 토해 새끼를 기르며 수컷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교대하며 새끼를 키운 어미 펭귄들은 자식들이 스스로 독립할 때 쯤 영원한 작별을 고합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세대가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며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4개월을 굶으며 혹한의 날씨 속에 버티는 펭귄의 모습에 자연스레 우리 부모님들의 가없는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쥐면 부서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노심초사하며 자식을 키우고 지금도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는 부모님의 사랑은 황제 펭귄의 사랑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정의 달 오월에 온가족이 함께 보며 서로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1승,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 박철순에겐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이 되고 아무도 모르는 무명의 패전처리 투수 감사용에겐 프로야구 선수로서 선발 1승이라는 소중한 꿈입니다. 같은 1승이지만 전혀 다른 1승입니다. 한 사람의 1승은 만인의 꿈이고 다른 한 사람의 1승은 몇몇 사람들의 작은 소망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1승의 무게마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인생의 무게라면? 세상은 1등 만을 기억하고 스타 만을 떠받들지만 세상은 1등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누구나 위대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프로통산 1승 15패 1세이브의 초라하지만 위대한 기록을 남긴 감사용 선수는 분명 슈퍼스타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모두가 슈퍼스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