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는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아무리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도 자연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모든 생명이 신비롭지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혹한의 남극에서 번성하는 펭귄의 한살이 또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동물원에 가면 아기처럼 아장아장 두 발로 걷는 펭귄이 있습니다. 펭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동물이죠. 펭귄이 왜 하필이면 그 추운 남극에 살며 분명 새인데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지, 볼수록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최고의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무려 4년여에 걸쳐 황제 펭귄의 삶을 영상으로 담아냈다고 합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펭귄들의 놀라운 지혜와 인내가 아름다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짝짓기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면 남극 각지에 흩어져 지내던 황제 펭귄들은 조상대대로 비밀스럽게 전해내려온 "오모크"란 장소에 결집합니다. 긴 줄을 지어 20여 일 이상을 걸어 도착한 오모크에서 황제 펭귄들은 자신의 짝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암수 한 쌍 씩 짝을 이룬 펭귄들은 사랑을 나누고 각각 커다란 하나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은 암컷은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다시 바다로 떠납니다. 새끼가 깨어나면 먹일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동안 수컷은 혹독한 남극의 겨울 4개월을 굶으며 선 채로 알을 품습니다. 마침내 봄이 찾아 올 무렵 알이 부화해 새끼들이 나오면 배불리 먹은 암컷들이 돌아옵니다. 이번엔 수컷들이 바다로 먼 길을 떠납니다. 암컷들은 반쯤 소화시킨 먹이를 토해 새끼를 기르며 수컷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교대하며 새끼를 키운 어미 펭귄들은 자식들이 스스로 독립할 때 쯤 영원한 작별을 고합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세대가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며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4개월을 굶으며 혹한의 날씨 속에 버티는 펭귄의 모습에 자연스레 우리 부모님들의 가없는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쥐면 부서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노심초사하며 자식을 키우고 지금도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는 부모님의 사랑은 황제 펭귄의 사랑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정의 달 오월에 온가족이 함께 보며 서로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