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빈에게 뭘 더 바라겠습니까! 웃겨주면 그만이죠! 가볍고 짧고 웃깁니다. 영국 TV시리즈의 주인공 미스터 빈은 로완 앳킨슨이 아니면 탄생할 수 없는 캐릭터죠. 만화의 주인공처럼 기형적인 몸매와 놀랄만큼 발달한 얼굴 근육으로 무언극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코미디언입니다. 진짜 바보 같은 이 사람이 옥스포드를 졸업한 수재라고 하죠. 몸으로 웃기지만 자세히 보면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치밀한 계산에 따른 코미디를 구사합니다. 가히 찰리 채플린 이후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영화의 초반은 좀 유치하지만 후반은 꽤 치밀합니다. 초반의 좌충우돌은 전형적인 미스터 빈식 코미디로 그다지 참신하지 않습니다만 후반부 미스터 빈이 끝까지 가지고 다니며 마구 찍은 캠코더 화면이 칸느영화제 시사회장의 기립박수를 받는 영화로 바뀌는 장면은 기발합니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선호하는 깐느의 취향과 예술가인 척 허위로 가득 찬 일부 영화 감독들을 풍자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떠벌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영화가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짓을 저질러도 다 잘 풀릴 것 같은 영화의 따뜻함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깐느의 해변이 보고 싶군요. 에구 언제 함 가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