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의 주축을 이루는 세 시인의 작품 선집을 달아 읽어보았습니다. 번역시를 읽을 때마다 ‘詩의 번역’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 기획일까 하는 회의가 드는 건 사실이지만, 역자들의 고투가 느껴집니다. 김화영 교수님은 꼼꼼한 주석을 다셨고, 김현 교수님의 번역도 매끄럽게 잘 읽힙니다. 프랑스어를 공부해서 원문으로 읽고 느끼고 싶은데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이 아쉽네요. 드뷔시가 말라르메의 시들을 음악으로 만들기도 했지요. 저는 일단 랭보가 끌립니다. 대학 다닐 때 윌리스 파울리,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민미디어. 사람들에서 2011년에 다시 나옴)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시중에 이들 세 시인에 관한 책은 상당히 많이 나와 있습니다. 클로드 장콜라, 정남모 옮김, 『랭보 - 바람구두를 신은 천재 시인』(책세상)이 좋은 평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1995년 영화, 《토탈 이클립스》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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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미술사 - 중세 시대의 건축.조각.회화
박성은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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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유익한 책입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의 정가가 18,000원으로 좀 비싸긴 합니다만, 충분히 그 값을 하고도 남는 책입니다. 스퀸치/펜던티브 공법, 늑재 궁륭(rib-vault),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와 같은 건축기법들을 도면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도상학적 접근을 통해 중세 기독교 미술이 어떻게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로부터도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다른 시기에 비해 중세 시대 미술에 관하여는 저도 갈증을 많이 느꼈는데, 유럽 여행 가시기 전에 이 책으로 중세 조각과 회화의 기본적인 특징을 잡고 건축상의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을 일별하시고 나면 여행이 한층 즐거워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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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39] 모짜르트 - 플루트 협주곡 라장조 K.314
한국악보연구회 / 태림출판사 / 198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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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C major의 오보 협주곡이었던 곡을 플룻용으로 고친 것으로, 작품번호를 동일하게 314번으로 매깁니다(그렇게 된 것은 실은 원곡인 오보 협주곡이 1920년에야 발견된 탓으로, 모짜르트의 작품을 분류한 쾨헬은 그 전인 1877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고로, 쾨헬도 빈 대학 법학 박사 출신입니다.). 모짜르트는 플룻이라는 악기 자체를 지지리도 싫어했던 모양인데, 이 곡 자체는 화사하고 생기 넘칩니다. 3악장의 첫번째 주제가 모짜르트의 징슈필,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KV384)'에 나오는 Blonde의 아리아에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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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10가지 성찰
나이절 워버턴 지음 / 자작나무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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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론서는 크게, 철학자들의 공헌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역사적으로 검토한 '철학사' 책과, 철학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주제별로 다룬 책(동사 '철학하기'에 좀더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입문서로서, 영국에서 널리 읽혔던 책이라고 하고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즈음만 해도 간혹 이 책을 추천해주는 선배가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읽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은 그것의 좀더 일반화된 버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을 읽으려고 (고대) 중세 철학 읽는 김에 갖고 있던 책 처분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 본 건인데, 대체로 기본에 충실하지만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고 주요 쟁점들을 훑어보는 수준이어서 이런 류의 책을 이미 몇 권 읽어보신 분들은 굳이 또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도 서점에는 각종 개설서들이 쏟아지고 있고, '철학'이라는 말이 착취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없지 않지만, 두 번째 부류의 책으로는 단연 이정우, 『개념 뿌리들』(그린비)을 읽으셔야 합니다. 역시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양운덕 님의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가 최근까지 많이 읽혔던 것 같고(훑어만 보았으나 저자의 논문 몇 개를 읽어본 경험에 비추어 신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이학사)라는 책도 나와 있네요. 학술적으로 좀더 심화를 원하시면 서양근대철학회에서 낸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창비)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인물 중심의 같은 학회, 『서양근대철학』(창비)과 세트입니다. 저는 뒤의 것을 읽어보았습니다. 과거에 많이 읽혔던 것들 가운데는 조성오, 『철학에세이』(동녘), 특히 『현대사회와 마르크스주의 철학』(동녘)으로 유명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역시 동녘출판사에서 펴낸 『삶과 철학』, 『삶, 사회 그리고 과학』과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이른바 '대학가 필독서'는 저도, 책을 주로 헌책방에서 사보다 보니, 어지간한 건 거의 다 구해서 읽으려 애썼는데 이제 다소 철 지난 감이 드는 책들도 있습니다. 2000년대에 위 책들의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요즘도 많은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인간을 이해하는/세계를 바꾼/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 시리즈』 등. 철학사 책인 『다시 쓰는 서양근대철학사』도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과서인 앙드레 베르제즈, 데니스 위스망, 『새로운 철학강의 1, 2』(인간사랑)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책입니다. 이정우 선생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전설로만 전하고 아직 구경하여 본 일이 없는 소광희, 『철학의 제문제』(벽호)를 혹시 인연이 닿을까 싶어 끝으로 언급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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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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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은 `체계적 지식`을 의미합니다. 비록 저의 공부가 하찮기 짝이 없는 수준이지만 부족한 깜냥으로 보아도 공부를 튼튼히 쌓아나가려면 지성사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잘 엮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안에 나름의 체계를 정립해 주소 정리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결국 공부란 어제 공부와 오늘 공부의 연쇄를 통해 야무지게 뼈대를 세우고, 비어 있는 고리가 어디인지를 발견해 보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차로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의 반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는 까닭은 내가 이전에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를 알기 위함이고(공부하지 않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진리인식의 기초는 지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겸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사`는 그러한 골조공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공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사 공부는 `대뇌 전두엽`에 근육을 잡고 시냅스를 유연하게 스트레칭해 학문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공부입니다. 정신의 성장사이자 자기발견, 자기반성 과정인 철학사를 음미함으로써 우리는, 개인적 시공간 제약을 무너뜨리고, 이런저런 주관적인 전제와 아집을 벗어나, 영원한 상 아래에 있는 참된 세계에로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에 의해서만 역사를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으로서, 어느 정도 공부가 되었다 싶으면 더이상 철학사를 읽지 않게 되기 쉬운데 이는 공부의 균형을 허무는 일...이라고 합니다. 안 살아봐서 모르겠습니다^^;;;

힐쉬베르거가 전 생애를 바쳐 썼다는(그는 교수자격을 얻기 위해 쓴 책을 제외하고는 이 책 외에 다른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서양 철학사`는 강유원 님께서 대학시절에 반년 동안인가 하루 18시간씩 50회독했다고 해서, 심지어 필사까지 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책인데요, 이제 겨우 (상)권을 읽은 것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과연 좋은 책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용이 매우 튼실합니다. 번역도 좋습니다(1992년 제3회 서우 철학상 번역 부문 수상). `헐, 내가 이걸 다 읽긴 읽었구나.` 싶어 기분도 좋습니다. 단, (물론 50번 반복하는 동안에도 매번 새로움이 느껴질 만큼 좋은 책일 것임이 분명하고, 그런 우직한 반복이 도움은 되겠으나,) 강유원 님처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20대에야 몇 개월쯤 버리는 셈치고 그렇게 해볼 수도 있겠는데, 그런 반복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커보입니다ㅠ 어찌되었든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저자는 크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두 축 삼아 철학사를 기술해나가고 있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를 플라톤과 대립시키기보다는 되도록 플라톤의 연장선상에 두려는 입장입니다[˝플라톤의 눈을 가지고 세계를 보도록 우리에게 가르쳐준 최초의 그리스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예거).˝]. 철학에는 시간을 벗어난 무언가가 있고, 철학의 문제가 완전히 낡아버리는 일은 없는 만큼, 고대와 중세의 철학을 이만큼 꼼꼼하게 공부하고 나면 시나브로 아랫배가 든든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한 화이트헤드의 말도 유명하거니와, ˝그리스 철학에서 세계관적인 사고의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빠짐없이 다 논의되었고, 오늘날까지 문제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다 발견되었으며, 또 오늘날의 우리들이 아직도 따라가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길이 다 제시되었다(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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