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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큰글씨)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ㅣ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듯했으나 정략과 음모에 휘말려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아야했던 17세기의 한 프랑스인이 삐딱하게 쓴 윤리서 혹은 처세서(?).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와 같은 시니컬한 말들로 가득 차 있지만 '흔히', '거의 언제나', '때로는', '보통', '일반적으로', '대개' 류의 조건적(?) 부사어를 빈번하게 사용한 것에서 보듯 진의는 성급한 단정이나 냉소에 있지 않고, "커다란 결점은 위대한 사람만의 전유물이다.", "보잘 것 없는 재능으로도 큰일을 이뤄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등 대승적 경구(?)도 종종 등장한다.
화장실 같은 데 두고 읽기에 적당한 책으로,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릴 일이 있거나 할 때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구양수가 언급한 삼상지학三上之學 중 마상馬上이 오늘날로 치면 차상車上 아니겠는가) 일산의 헌책방에서 책 사재기할 때 딸려 들어온 이 책을 발견해 올 봄부터 차에 두고 조금씩 읽었다. 그냥저냥 읽었지만 위에 쓴 것처럼 간간이 시선을 끄는 구절이 없지 않다.
당대에는 상당히 많이 읽혔던 모양으로, 라 로슈푸코의 생전에 5판까지 거듭했다고 하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번역, 증정(增訂)되기도 했단다(원제는 『Reflexions ou Sentences et Maximes Morales』). 찾아보니 몽테스키외, 스위프트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남긴 코멘트가 있고, 볼테르는 이 책이 "프랑스적 감각을 형성하고, 프랑스에 정의감과 엄밀함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책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또한 볼테르는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가 '자기애(Self-love)가 모든 것의 동력이라는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참고로, 1952년 『광장의 고독』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홋타 요시에의 『라 로슈푸코의 인간을 위한 변명』이 한길사에서 번역되어 나와있다. 한길사의 『몽테뉴』,『고야』도 그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덧) 역자 후기에 신자유주의니 워싱턴 컨센서스니 하는 말이 뜬금없이(?) 나오기에 놀라서 봤더니, 역자가 촘스키의 책들을 다수 번역한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