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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카메라와 총, 그러니까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위대한 역사적 사전을 매우 꼼꼼히 보전하려는 행위와 자신이 지닌 무기로 적들의 위치를 정확히 몇 초, 몇 미터 단위까지 추적해 그들을 섬멸하려는 행위는 모두 똑 같은 사고방식에서 수행된다.” 이 내용은 책 중간의 103~104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제목과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한 사람은 나뭇가지에 목 매달려 죽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옆에서 쳐다보며 미소를 띄는 그림이 섬뜩하다. 말 그대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주말마다 책 소개하는 신문의 특별판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있어 제목과 표지를 보았었는데 우연하게 대형서점의 신간서적 전시 부스를 줄러 보면서 책을 보게 되었다. 책에 실린 내용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겨 보면서 책 속의 사진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들이 나오고 있다. 죽은 시체들, 사람을 죽이려고 총을 관자놀이 부위에 들이 덴 사진, “혹형”이라는 중국의 형벌에 대한 책에도 나오는 능지처참(陵遲處斬)이라는 형벌의 모습, 백인우월 주위의 한 단면으로 보여지는 흑인 린치장면, 코소보의 한 거리에서 쓰러져 있는 아녀자를 무장한 군인이 발로 차려고 하는 장면, 연속으로 이어지는 아프카니스탄의 어느 산악지역에서 잡혀서 죽어 가는 탈레반의 모습 등등이 흑백이지는 하지만 생생하게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진들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처음 작가가 생각하는 이런 사진들에 대한 생각과 의견에 대해 카메라를 찍는 거나 총을 쏘는 것이 모두 동일한 행위라는 충격적인 설명은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눌러 데는 사진기의 셔터에 이어지는 피사체—즉 사진 찍히는 대상자의 불쾌감이 이어지는 이유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인지 눌러 데는 카메라의 렌즈 속에 포착되는 피사체는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하다 못해 새들이나 지나다니는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들이 데면 훌쩍 날아가거나 움직여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이 동일한 생각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 본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위한 겨냥은 총을 쏘기 위한 겨냥과 동일한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사진에 담기는 생생한 주변 상황은 그 어느 표현 수단 보다 도 더 실감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사진 또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주변 환경은 사람들에게 파급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다가 선다. 그런 모습의 대표적인 내용은 2002년에 있었던 9.11테러의 그 현장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일 것이다. 이런 영향력을 악용하여 선동성의 화면들을 편집을 통해 연출하는 사진들이 과거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는 설명이 또한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최근은 디지털 카메라가 활성화 되고, 일상생활의 주변 속에 하나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자신의 일상과 생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역작용으로 관음증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면에는 폰카를 이용한 왕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며, 학교의 교사의 폭행장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해당 교사의 자살까지 이어지는 현대의 상황은 타인의 고통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실례들일 것이다.
사진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처참한 모습을 통해 보여지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에서 인지 무척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사진임에는 분명하다. 징그럽다, 구역질 난다, 꿈속에 나타날까 겁난다 등등의 생각과 표현이 떠오르지만 이런 류의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한편으로는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들의 현장이 대부분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장면들이고, 이런 상황의 장소가 최근 이라크, 코소보, 소말리아, 등등의 전쟁터가 주 무대다. 방송매체에 알려지는 전쟁터의 모습과 설명은 간략하게 알려지는 정치 상황과 주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 현장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육의 현장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런 고통의 사진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나 언론 보도를 통해 정책 방향을 변경시키는 사례는 많다.
이런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나,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나, 사진 속에 담기는 고통 받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고 이다. 체험하지 못한 고통을 간접 체험을 통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런 영향력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부도덕의 극치일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한 나의 목적 달성에 이용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이 또한 작가가 주장하고 싶어하는 내용의 일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