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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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토, 클레르, 닐, 드미트리오프, 앙드레, 메데릭은 이 소설의 주인공 초등학생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 환경 속에 나름으로 학교에 나오면서 때로는 두려움에, 때로는 호기심에 학교에 나오게 된 상황과 갓 사범학교를 졸업한 풋나기 여교사가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어린 학생과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 속에 그려지는 경관은 마치 옛날 미국외화 속에 그려지는 광활한 대지 위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그런 들판과 가정방문과 학생들의 집을 찾아 가면서 겪는 자연환경은 거칠면서도 광활한 대 자연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마지막 편으로 엮어진 메데릭과 산을 찾아 여행하는 모습과 메데릭의 집을 찾아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 속에 그려지는 눈보라 속을 뚫고 오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멋져 보인다. 몰아치는 폭풍우가 멋지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악천후를 뚫고 이길 수 있는 환경과 그런 험난한 환경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MBC의 !(느낌표)에서 선정된 도서로 처음으로 외국의 번역 소설을 선정했다는 책이며,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시리즈 도서류에 속하는 책이다. 한국의 그때를 아십니까가 아니라 캐나다 판이다. 캐나다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TV나 화보를 통해 보는 캐나다의 모습 속에 느껴져 오는 상상의 모습과 책 속에 그려지는 자연 환경이 어울려 70년대에 TV의 외화시리즈에 나오는 서부의 광활한 들판과 겨울에 몰아치는 악천후의 모습이 연상되어 온다. 그런 환경 속에도 배움의 첫걸음을 내 딛는 초등학생들의 모습과 사회 첫 경험의 오지 학교로 배속되어 온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얼마 전 ‘김봉두 선생’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돈에 눈이 멀어 오지로 전근가면서 겪는 이야기의 내용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감화되어 변한다는 얘기가 생각나다. 이 소설 속의 얘기도 그런 류의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수줍어 하는 폴란드계 이주민의 아이나, 가족을 염색하는 집의 아이로 몸에 배어 나오는 가죽 냄새, 노래를 잘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만들고 안겨주는 아이, 마지막에는 14살의 노티(?)나는 아이의 야성과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나면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18살인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자연과 그려지는 모습은 한편의 서사시 같은 느낌이 든다.
     각 단편들로 엮어지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하나의 줄거리 속에 끊김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탁월한 솜씨를 느끼게 한다. 재미있으면서도 그 속에 그려지는 해맑은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런 아이와 같이 했던 이야기가 작가의 경험을 느끼게 한다. 광활하고 거친 자연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그런 환경이 점차 없어져 가는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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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 파라북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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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ff(스티프)”, 시체라는 뜻의 책 이름이 약간은 섬뜩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책의 장정으로 그려져 있는 표지의 그림도 누군가의 죽은 시체의 발 바닥 사진과 그에 연결되어 있는 테그는 그냥 스쳐 지나면서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나 자세히 보면 죽은 자의 발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다시 보게 되는 사진이다.
     책의 뒷면에 나온 이 책에 대한 얘기다. ‘로취는 입담과 유머를 통해 화제의 대상 사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끔찍하게 재미있다.
     이 책에 대한 단적인 설명이다. 누구든 사체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하면 모두들 터부시 하는 내용이다. 뭔가 엄숙해지고 그 엄숙함 속에 말을 못하게 하고, 갖가지 상상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자연이 있다. 그런 관습과 터부 속에서도 이 책에 실어 내는 시체에 대한 얘기는 재미있기 까지 하다.

     처음에 나오는 장면이 시체의 머리를 잘라 쭉 늘어 놓고, 그 늘어 놓은 머리 앞에 앉아 안면 성형수술의 새로운 방법에 대한 세미나 장면이 나오면서 작가의 상상과 각종 보고서, 서적에 대한 연관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의과대학의 실습 내용 중에는 해부학이 기본으로 편성되어 있고, 그 해부학 실습의 내용은 대부분 시체를 두고 하는 실습이고, 이런 실습 속에 비위가 약한 학생들의 구토나 견디지 못하는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의과대 풍경이다. 이런 내용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체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표현의 내용도 다양하다.
     시체에 관련된 이야기로 작가가 나열하는 내용은 많다. 처음의 성형외과 실습교제, 의과대의 해부학 실습 교제, 자동차 추돌 실험의 주인공, 낙하실험의 사람 대체물, 사체의 부패 정도에 따른 각종 실험과 연구의 교재로 과학수사의 기틀을 만드는 교재로서 다종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얼마 전에 읽었던 ‘파리가 잡은 범인’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하와이를 주 무대로 죽은 사체에 발생하는 기생충의 시기에 따라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생각이 난다. 작가가 시체를 늘어 놓고 부패되어 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는 장소에 가서 겪은 이야기는 실감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상상하는 광경을 생각해 보면 소름 끼치는 모습과 그 악취는 꿈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일 것이다.
     자동차 추돌 실험의 과정 속에 시체를 통한 살아 있는 사람의 대용물로 활용되는 장면이나, 비행기의 폭발 속에 떨어져 내려온 잔해 속에서 폭발의 원인을 찾는 단초로 활용되는 시체 조각, 총알이나 폭탄의 위력을 측정하는 대용물, 역사의 한 장면인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의 모습을 재현하는 내용, 뇌사냐 심장사냐는 논란 속에서 죽고 난 이후 심장이식이나 장기 이식에 대한 수술 장면이 그려진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에 나오는 부검 장면이 생각난다. Y라로 그려 내려간 절개 장면이나, 몇 일 전에 빌려 본 ‘배드보이 II’의 사체 속에 마약을 밀수 하는 장례업자의 얘기 등이 이런 글을 읽으면서 연상되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얘기는 죽고 나서 화장이다 매장이다 하는 장례문화와 사후 시체처리 방법까지 다종 다양하게 시체에 연관된 내용을 그려 내고 있다. 최근 인체 탐험전이라는 프라스티네이션이라는 최근 보존 방법까지 설명하는 내용을 보니 가족과 같이 혜회동의 과학관에서 있었던 전시회가 생각난다.

     이런 일련의 시체관련 내용은 우리가 터부시하고 얘기하기 꺼려하는 모습들을 잘 설명하면서도 한번은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함을 재삼 보여 주고 있다. 간혹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한국의 장례 문화에 대한 얘기가 생각난다. 또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로마인의 장례 문화도 생각난다. 화장(火葬)이라는 장례 문화가 최근에는 새롭게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의 건강한 장기를 이식할 수 있도록 하고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소개된 각 부위별 장기의 활용이나 사지절단 등을 통해 실습교재로 활용되는 현실적인 내용을 보면 약간은 섬뜩함이 있지만 결국 죽고 나면 나를 담았던 그릇은 하나의 고기덩어리에 불과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이런 사체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닌 살아 있는 가족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면 결코 내 만대로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죽고 나면 나의 의지를 지속시키기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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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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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와 총, 그러니까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위대한 역사적 사전을 매우 꼼꼼히 보전하려는 행위와 자신이 지닌 무기로 적들의 위치를 정확히 몇 초, 몇 미터 단위까지 추적해 그들을 섬멸하려는 행위는 모두 똑 같은 사고방식에서 수행된다.” 이 내용은 책 중간의 103~104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제목과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한 사람은 나뭇가지에 목 매달려 죽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옆에서 쳐다보며 미소를 띄는 그림이 섬뜩하다. 말 그대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주말마다 책 소개하는 신문의 특별판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있어 제목과 표지를 보았었는데 우연하게 대형서점의 신간서적 전시 부스를 줄러 보면서 책을 보게 되었다. 책에 실린 내용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겨 보면서 책 속의 사진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들이 나오고 있다. 죽은 시체들, 사람을 죽이려고 총을 관자놀이 부위에 들이 덴 사진, “혹형”이라는 중국의 형벌에 대한 책에도 나오는 능지처참(陵遲處斬)이라는 형벌의 모습, 백인우월 주위의 한 단면으로 보여지는 흑인 린치장면, 코소보의 한 거리에서 쓰러져 있는 아녀자를 무장한 군인이 발로 차려고 하는 장면, 연속으로 이어지는 아프카니스탄의 어느 산악지역에서 잡혀서 죽어 가는 탈레반의 모습 등등이 흑백이지는 하지만 생생하게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진들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처음 작가가 생각하는 이런 사진들에 대한 생각과 의견에 대해 카메라를 찍는 거나 총을 쏘는 것이 모두 동일한 행위라는 충격적인 설명은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눌러 데는 사진기의 셔터에 이어지는 피사체—즉 사진 찍히는 대상자의 불쾌감이 이어지는 이유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인지 눌러 데는 카메라의 렌즈 속에 포착되는 피사체는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하다 못해 새들이나 지나다니는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들이 데면 훌쩍 날아가거나 움직여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이 동일한 생각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 본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위한 겨냥은 총을 쏘기 위한 겨냥과 동일한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사진에 담기는 생생한 주변 상황은 그 어느 표현 수단 보다 도 더 실감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사진 또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주변 환경은 사람들에게 파급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다가 선다. 그런 모습의 대표적인 내용은 2002년에 있었던 9.11테러의 그 현장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일 것이다. 이런 영향력을 악용하여 선동성의 화면들을 편집을 통해 연출하는 사진들이 과거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는 설명이 또한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최근은 디지털 카메라가 활성화 되고, 일상생활의 주변 속에 하나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자신의 일상과 생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역작용으로 관음증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면에는 폰카를 이용한 왕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며, 학교의 교사의 폭행장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해당 교사의 자살까지 이어지는 현대의 상황은 타인의 고통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실례들일 것이다.

     사진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처참한 모습을 통해 보여지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에서 인지 무척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사진임에는 분명하다. 징그럽다, 구역질 난다, 꿈속에 나타날까 겁난다 등등의 생각과 표현이 떠오르지만 이런 류의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한편으로는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들의 현장이 대부분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장면들이고, 이런 상황의 장소가 최근 이라크, 코소보, 소말리아, 등등의 전쟁터가 주 무대다. 방송매체에 알려지는 전쟁터의 모습과 설명은 간략하게 알려지는 정치 상황과 주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 현장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육의 현장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런 고통의 사진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나 언론 보도를 통해 정책 방향을 변경시키는 사례는 많다.

     이런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나,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나, 사진 속에 담기는 고통 받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고 이다. 체험하지 못한 고통을 간접 체험을 통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런 영향력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부도덕의 극치일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한 나의 목적 달성에 이용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이 또한 작가가 주장하고 싶어하는 내용의 일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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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시선 <타인의 고통>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07 03:57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시울)전반적인 리뷰2007년 8월 5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의 리뷰를 적으면서 처음 안 사실이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책의 표지와 지금의 표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뭐 이 책의 발간일이 2004년 1월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기존의 책 표지 자체도 타인의 고통을 드러내는 그림이었기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와 약간은 상충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0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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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가 저술하는 로마인 이야기는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읽기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는 벌써 12권째가 출판되었고, 그 중 10권째를 읽고 있으니 그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진행되는 내용이 최근의 국제정세를 되돌아 보면서 많은 시사점이 있어 나름의 재미가 있다.

     10권째의 이야기는 그 동안의 로마사에 추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인프라 현황을 개괄적으로 집어 보면서 거대 제국 로마를 되돌아 보면서 그 로마인이 구축한 인프라가 2,000년 뒤의 현재와 비교해 볼 때 그 뛰어남이 결코 한 순간의 생각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인프라의 내용은 크게 하드웨어의 내용으로 도로시설로 지금의 고속도로에 대한 내용과 그에 연장선에 있는 다리와 수로—상수도 설비—로 대변되고 있고, 소프트웨어로는 교육환경과 의료시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의 설명은 과거 펴낸 9권의 내용 속에 이미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재차 그 동안의 내용을 집대성하여 개괄적으로 보여 준 내용과 컬러 화보와 곁들여져 보여주고 있는 현대의 도로망과의 비교는 2,000년 전의 로마인에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10권에 엮어져 보여지고 설명된 내용은 주로 황제, 또는 실권자를 중심으로 알려진 역사 이야기 이지만 10권에서 집대성하여 설명하는 인프라의 이야기는 특정 시대의 한 두 명의 집권자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특히 도로설비와 그에 따른 유지보수 체계, 교량을 만들고 설계하여 실행으로 구축해 놓은 결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또한 수로건설의 유적지와 그 사진들은 작가가 얘기하는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몇 십 쪽 분량의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는 내용 보다 명쾌하게 전달되어져 온다. 또한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과 노동력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의 자원을 투입하였다는 것을 추측하게 하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현대에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더욱 감탄사를 만들어 낸다.
     소프트웨어의 인프라를 설명하는 내용 속에 교육제도와 의료시설의 내용은 현대의 지금 상황에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제도가 벌써 2,000년 전에 완성이 되어 가동되고 있었다는 생각에 이 또한 감탄사가 나온다. 특히 도상으로 보여지는 의료설비는 속주국에 주둔하고 있는 장병—로마군을 구분하면 정규병과 속주병으로 구분하는 내용이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지만 이 모든 군인들의 차별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작가의 설명이 있다—을 위한 편리한 설계가 당시에 이루어져 가동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인프라 이외에도 규모와 내용이 더 세밀하게 밝혀지지 못한 내용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순히 도로망의 완비가 단순하게 도로망만 만들면 작가가 설명하는 모든 인프라가 가동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에 따르는 각종 행정지원에서부터 각종 경제활동의 하나하나가 모두 갖추어져야 만이 구동되고 완성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은 우리의 사회현상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내용이고, 이런 자금을 동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작가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속주세에 대한 내용, 각종 세금, 그에 따르는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도 작가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런 속에서 몇 일 전에 TV를 통해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 철수, 이전에 대한 일요스페셜(?)의 내용을 보면서 내가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대 로마제국의 통치 방법과 지금의 거대 제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행태가 비슷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속주세는 아니지만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으면서 한반도 안전을 위한 방위를 일부 책임지고 있으며, 그 책임에 따른 방위비 부담을 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상황도 그렇고, 용산기지의 이전에 따르는 이전 비용이 30억불(한화로 환율 1,200원 적용하면 3.6조)을 추산하는 비용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우리나라 2004년 정부 예산이 111조 5천140억 원이라고 하니 3.2%를 차지한다. 이런 자금을 들여 옮겨주어야 한다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스페셜 TV프로그램은 다시금 우리의 현실을 올바르게 알자는 기본 내용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2,000년 전의 대 로마제국의 전방 주둔지인 저지갈리아, 고지갈리아라고 일컬었던 라인강 전선의 주둔군일 것이다. 야만인인 게르만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선으로 이들을 위한 각종 의료시설, 로마에서 이곳까지를 연결하는 가도, 교량, 우편 제도 등 각종 편의 시설을 정보수집과 체제 유지를 위한 시스템의 일환일 것이다. 이는 한반도와 미국을 잇는 각종 인공위성, 정찰과 정보수집을 위한 각종 군사시설, 수시로 드나드는 항공모함 등의 일련의 군사 활동은 2,000년 전의 대 로마제국의 변방과 지금의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동일 상황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누군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면 과연 우리의 현실이 과거 라인강가의 고지갈리아 주둔지의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로마군을 현지인들은 대했고, 그렇게 지난 역사의 사실들은 이어져 왔는지를 되돌아 보고, 냉철하게 우리의 앞길을 찾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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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
지용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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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교수인 작가가 이순신장군에 대한 내용을 기행문 형식으로 비교적 간략하게 서술하면서 둘러 보는 주변 풍광과 이순신장군의 유적과 유물 사진은 책 제목의 경제 관련 서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유적 답사기 성격의 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순신장군의 행적을 쫓아 이동하면서 그 곳곳의 풍광과 애환을 상상하면서 당시 임진왜란의 격랑 속에서 느끼고 겪었던 고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거기에 덧붙여진 컬러 사진의 내용은 작가가 상상하는 상황상황을 적절히 묘사해 주어 말로 이어지는 장황한 설명보다 오히려 더 절묘하게 전해져 온다.

     책의 내용은 이순신장군의 생애를 총괄적으로 보여주기는 하지만 주된 경로는 한산대첩에서 백의 종군하다가 재차 삼도수군 통제사의 임명을 받고 합천 초계에서 장흥 회진을 거쳐 회령포에 이르는 여정과 명랑해전, 노량해전 등의 주요 격전지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그려지는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가 묘사하는 회령포까지의 긴 여정과 전투장면을 상상해 본다.
     교통이 현대와 다른 거의 대부분을 도보로 이어지는 긴 여정 속에 겪었던 노고는 단순히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는 긴 여정은 분명 아니다. 책 뒷부분에 체험 여정으로 15일의 기간 동안 도보 답사 일정을 안내하고 있지만 잘 만들어진 신발에 먹을 것, 입을 것이 당시 조선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전시 상황에 민심을 수습하고, 군사를 모집하면서, 행정력과 군기를 유지하는 다목적의 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회령포에 도착하여 남아 있는 12척의 보 잘 것 없는 배를 가지고 밀려 오는 적 선단을 막아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산대첩, 명랑해전, 노량해전 등의 전투장면 소개는 최근 영화를 통해 실감나는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런 장면 장면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글라디애이터', 등의 첫 전투씬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남게 하는 장면들과 같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영화의 장면들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의 전투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나의 상상력이 너무 심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갖지만 사진과 같이 덧붙여 보여주는 내용은 전투가 벌어 졌던 장소를 가보고 싶게 한다.

     각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하는 이순신장군의 모습과 그렇게 이겨낸 전투장면은 실재 이 책의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고,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은 아니며, 분명 이런 내용을 통해 경제전쟁이라는 시대 상황에 맞는 승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인내와 끈기, 기록, 전략, 리더쉽 등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내용일 것이다.
     교과서적인 이런 내용 보다는 책에서 보여 주고 있는 기행문과 화보는 흥미를 끌고 있으나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은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지루해 지려고 하면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장소, 다음 소재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책의 두께도 비교적 얇아 읽는데 부담이 없다. 경제서적 보다는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며, 이순신장군이라는 소재를 통해 경제전쟁이라는 내용과 연결시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어찌 되었든 전쟁이라는 역경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끈기와 인내, 전략 등이 결부되는 힘의 결정판이고 그 결실을 맺기 위한 방법 또한 신뢰를 통한 힘의 응집이 결론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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