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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
사만다 파워 지음, 김보영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10월
평점 :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리더국가로서의 시각에서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량학살 현장을 고찰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하면서 대량학살(大量虐殺, genocide)이라는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대량학살의 현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표적인 학살현장으로 거론하는 내용은 캄보디아, 이라크, 보스니아, 르완다, 코소보 등의 현장을 얘기하고 있다. 이런 대량학살의 이유는 다양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치과 얽힌 인종문제가 대표적인 내용이다. “각자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문제와 미국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미국이 여느 국가들과 같은 위치라고 한다면 이런 질문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특별한 시각을 부여한다고 하겠다. 저자의 미국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든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인식함에 있어 특별하게 인식하고 있든지 미국과 대량학살이라는 맥락에서는 뭔가 특별함이 있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대량학살과 미국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세계사에서 대표적인 대량학살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현장은 2차 세계대전 중의 독일 히틀러 정권의 유대인 학살이라고 하겠다. 물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일 시기의 일본의 만주 학살 현장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내용은 이 책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사를 주도하면서 리더 국가로서의 위치에 있는 시기부터 벌어지는 대량학살현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즉, 미국이라는 강력한 힘과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가 세계 각지에 벌어지는 대량학살 현장을 왜 막지 못했을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하겠다. 군사력과 정치외교력,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한 미국이 무고한 시민이 대량으로 학살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으면서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도 자국에 이익이 되는 상황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시기와 상황을 놓치거나 방관한 현장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이라크, 보스니아, 등의 전세계의 현장에서 벌어진 현장에 미국은 항상 곁에 있었지만 대량학살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이런 대량학살의 현장을 그들의 거대한 군사력과 경제력, 정치외교력으로 풀어내지 못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동에서, 동유럽에서, 아프리카에서 기타 등등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은 미국의 실권자들은 이런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미국의 이익을 위한 도구이지 인권보호적인 이유로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사용할 도구는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체면치레적인 입장의 행동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어떨까? 지금의 한국은 미국과 대비하여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아니다. 경제력, 군사력, 나라의 크기나 인구 등의 모든 상황을 비교해도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나라의 국력이 신장되고 세계적인 입지가 커지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한국정부는 G20 등의 세계정상 회의도 개최했다고 하는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부단히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엔이나 해외지원 활동에 대한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면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우선은 우리의 먹고 살기에 각박함에 대한 인식으로 거리감이 있고, 국내의 리더그룹에 대한 인식과 이들로 주도되는 국제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적인 측면에 있어 미국의 방식을 추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만의 안목과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과제이며, 이를 위한 다양하고 다각적인 시도와 공감은 무척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사 속에 우리의 입지를 찾고, 세계의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적인 모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질문을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은 미국이 자신의 나라에 대해 인도적인 측면과 당장의 이익적면을 되돌아 보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량학살을 막대한 돈을 들여 막았어야 한다는 정부정책의 비난조의 얘기도 아니고, 당시 이익적인 정치외교 상황을 봐서 잘 했다는 얘기도 아니다. 대량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풀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함은 누구나 인식하지만 이에 따르는 경제적인 손실에 대해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 글을 보면서 작년에 연일 방송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리비아의 내전 상황을 접할 때 리비아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전의 와중에 희생되는 민간인 학살이 우려되는 소식은 이 책에서 얘기하는 내용과 동일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방송에서 리비아 정부군의 민간인 폭격을 막으려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군의 출동 장면과 그에 따르는 경제적인 비용 등의 내용을 같이 보여주는 장면이 겹쳐진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국에서 유럽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한발 물러서려는 보도를 접하면서 비용 대비 이익을 생각하는 미국정부를 생각나게 한다. 이런 일련의 내용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상황을 지금도 방송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