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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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한스 기벤라트의 얘기다. 이제 막 소년에서 청년으로 바뀌어가는 기간, 즉 사춘기를 지나는 소년의 이야기다. 학교에서 나름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다. 주 시험에 합격한 학생만을 입학시키는 당시의 영제교육의 전형인 수도원에 입학하는 학생이다. 당시 가난한 집안에서 성공을 보장 받는 진로 중에 하나로 선택 받은 학생이다. 우리로 얘기하면 공립명문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모범생이었다. 그런 모범생이 수도원에서 소외된 소년으로 바뀌더니 수도원을 나와 고향으로 돌아 오고, 기계공으로의 새로운 시작을 할 즈음 돌연한 죽음을 맞으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결국은 소년이 죽음을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한번쯤 겪어 가는 사춘기는 어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한 시기인데 이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물론 나도 겪었던 기간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같이 고독함을 느끼기도 하였고, 때로는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으며, 이성에 대해 가슴 두근거려 하기도 했던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양과 방법은 각기 자신만의 기간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주인공과 같은 그런 느낌과 모양으로 겪어가는 과정이기는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들려주는 한스의 친구 중에 눈에 띄는 3명이 있다. 어릴쩍 강에서 한스에게 낚시를 가르쳐 준 장애가 있는 리히텐하일의 죽음, 수도원에서 리히텐 하일너와의 만남, 수도원을 떠나 고향에 돌아와 과즙 행사에서 만나 알게 된 플라이크 아저씨의 조카 엠마와의 짧은 인연은 모두 소년 한스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친구들이다. 한스에게 자유로운 추억과 낭만을 주었던 친구들이지만 결국에는 한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 떠난 친구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스를 둘러싼 기성의 어른들, 즉 아버지, 목사, 구두방 아저씨, 고향의 학교나 수도원의 교장선생과 주변 선생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한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고,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추려고만 한 사람들이다. 이 소설의 제목과 같이 수레바퀴를 이루는 요소들이라고 하겠다.


     이제는 사춘기를 지나 사춘기를 넘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어 이 소설을 보면서 나의 아들도 이런 과정을 겪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편으로는 나의 사춘기 시절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의 아들이 겪고 있는 이 시기를 생각해 보면서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해쳐 나가가기를 빌 뿐이다. 소설의 내용과 같이 공부만을 강요하는 모습이 아닌 한스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혜를 줄 수 있는 아버지가 나는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분명 사춘기는 누가 도와 준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한 부분에서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본다.



     소설의 배경 설명과 한스가 생각하는 느낌을 너무도 섬세하게 전달해 주는 문체는 마치 나의 상황과 같이 실감나게 한다. 또한 엠마를 만나 가슴설레이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눈 앞에서 바라보는 느낌으로 영화의 영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다.


     또한 소설 속에서 한스에게 공부시키는 모습이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는 한 우등생에게 강요하는 모습이지만 우리의 주변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부를 강요하고, 오직 공부 밖에는 다른 탈출구가 없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 그 비애를 느끼게 한다. 간혹 방송을 통해 들려 오는 청소년의 불행—자살, 탈선, 범죄 등—을 접할 때 소설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도 그 모습은 다르지만 너무도 똑 같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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