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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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벅이 그리는 서태후의 모습은 무척이나 미화한 느낌을 받는다. 예쁘고 똑똑한 서태후가 40여 년이 넘는 중국근대사의 주인공으로, 청조의 말기의 무능력한 왕조를 이끌어 온 주인공으로 그려내고 있다. 과연 서태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이 책을 보기 전에 역사적 발굴현장에 대한 책을 많이 낸 왜난의 책—구룡배의 전설—을 보면 서태후의 말기 피폐한 정치 상황에 대해 적나라하게 그려낸 모습은 펄벅의 연인 서태후가 아닌 악녀 서태후로 비춰져 보인다.

     우선 정치적 상황 자체가 후궁이었던 서태후를 권좌에 앉게 만들었던 당시 상황의 무능력이 서태후를 있게 한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이며, 서태후 개인적인 야망과 명석함이 권좌를 40년 넘게 지켜 왔던 이유도 될 것이다. 허나 결론적으로 청 왕조의 몰락과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 피폐한 민중의 삶에 과연 서태후는 어떤 영향력을 보여 주었으며, 다수의 삶의 질을 높였느냐가 지금 생각하고 판단하는 정치력의 판단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 서태후의 외모와 명석함, 임기응변, 집착하는 면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여느 황후나 후궁과는 다르게 자신의 삶을 찾고, 만들어가려 한다는 점은 당시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사회적 관습을 벗어나 탁월함이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은 현대를 삶아 가는 지금의 상황에도 적용되는 내용이지만…… 어떻게 보면 남자 중심의 왕조이고 황제를 중심으로 한 맹목적이면서 충성을 강요 당하는 사회 속에서 여자로서 권좌를 쥐고 유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서태후 개인의 탁월함을 의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비춰지는 권력의 원천은 황제일 것이다. 무능한 남편이든 나약한 아들이나 입양한 아들이나 모두 이들 황제를 배경으로 한 권력이고 이런 구조를 서태후는 너무나도 잘 활용했다고 하겠다. 이런 힘의 역학 관계를 내시를 통한 정보의 유통은 내시와 서태후가 권좌를 지켜 주는 사회적인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일 것이다.

     허나 서태후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과 아들에 대한 사랑의 모습은 광대한 중국을 호령하는 여제의 모습이 아닌 여느 여자와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이런 집착은 소설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지고 있고, 계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좌의 외로움과 세속적인 여인의 모습은 서로 상반된 모습 속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당시의 진짜 서태후의 내면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내면의 모습 보다는 후세에 알려지고 판단되는 모습은 감성적인 모습이 아닌 후세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보였는가 일 것이고, 이런 판단의 잣대는 후세에게 유리한 판단기준에 따라 매 상황마다 달리 평가되는 것이 사실 일 것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다르게 당시 상황을 개인적인 상황에서 생각하고 느꼈던 느낌을 소설이라는 상상을 통해 그려내고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역사적으로 서태후라는 인물이 악녀이든 아니면 연인이든 역사학자를 통한 역사적 판단과 평가를 내리면 될 것이고, 이런 내용을 상상을 통해 이 소설에서처럼 연인으로 비춰지는 개인 서태후의 삶은 현실에서 수동적인 삶의 자세가 아닌 적극적이면서 능동적으로 나의 삶은 만들어 낸 서태후는 비범한 사람임을 재삼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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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이야기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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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국자에 대한 이야기는 2개의 단편들에서 거론된다. 대표되는 첫 이야기인 국자이야기는 중국음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주인공 삼촌의 국자에 대한 이야기와 하늘에 있는 별자리—북두칠정의 국자 모양 등의 우리 일상의 삶 속에 비춰지는 국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에 나오는 봉천동 관련이야기는 ‘국자’라는 이름의 죽은 여자아이의 한마디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이 책이 국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고, 8개의 단편 속에 한마디라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며 국자에 대한 낱말을 열심히 찾으며 읽었던 생각을 해 본다. 국자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아 작가의 다양한 국자에 대한 이미지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본다.

     국자는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용도는 국을 뜨거나 퍼 담는 용도로 사용하는 주방기구 중에 하나이다. 허나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이 사람이름도 있고, 지금의 서울 하늘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밤하늘의 별 모양으로도 우리가 인식하는 국자에 대한 이미지일 것이다.
     허나 작가의 이야기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가난한 동내의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모습 속에서 삶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친근감이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부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자신이 봉천동 출신이라서 그런 걸까?

     ‘나는 봉천동에 산다’를 보면서 작가가 그려내는 봉천동에 대한 모습이 20여 년을 봉천동에 살면서 내가 몰랐던 모습도 있고, 내가 커 오면서 보고, 오가면서 느꼈던 동네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발 더 나아가 작가는 각종 통계 데이터를 덧붙이면서 숫자적인 증빙자료를 거론하는 내용은 20여 년의 삶의 체험보다 더 적나라하게 봉천동에 대한 모습을 비춰 보이고 있다.
     이런 이야기 중에 비춰지는 내용 중에 가난한 동네의 삶의 느낌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고, 전달해 주고 있다. 특히 봉천동에서의 어린 시절을 겪었던 나로서는 더욱 더 그 공감대가 많다고 하겠다. 비단 봉천동만이 아닌 인근의 모습으로 난곡이나 신림동의 모습 또한 나의 놀이터(?)로 돌아다니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의 모습을 되살려 놓고 있다.

     가난이라는 생활 속에서 주인공인 나의 삶과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연작 소설과 같이 풀어내는 단편의 이야기는 난해 하면서도 끈끈한 생활의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실체가 보이지 않은 안개 속의 모습을 열심히 그려 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하고, 어떤 굴레에서 벗어나고파 안간힘을 쓰는 고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내용 중에 나의 경험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는 봉천동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8편 이야기 중에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가난 속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벗어나고파 하는 간난 속의 인간상의 모습이 진정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본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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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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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치코드”는 세간에 많은 화재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천주교 관련 기본 교리와 배치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일들—실재인지 아니면 상상 속의 이야기 인지 모르겠지만—을 상상하면서 화제작으로 자리 메김 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런 화제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재미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야기의 전개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이끌어 가는 내용과 동 시간대의 이야기를 짧은 단원으로 구분하여 단원단원 박진감이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는 감질나는 궁금증을 유도하는 작가 특유의 이야기 전개가 재미를 더해 간다. 또한 이야기의 주제로 나오는 성배(聖杯)에 대한 전설적인 숨겨진 이야기를 기본 주제로 하고 있고, 성역화된 내용과 거론하는 자체만으로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흥미를 자아낸다.

     기호학자인 주인공 로버트 랭던과 프랑스 경찰의 암호학자인 소피 누뵈의 만남과 펼쳐가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비춰지는 기호학에 대한 지식은 작가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배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소설 속에서 예수님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에 대해 소설적인 상상력을 통해 비춰보는 내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파격으로 와 닿는다.
     이 소설 속에 보여주는 내용 중에 보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수님의 행적과 제자들에 대한 설명은 지금까지의 우리의 관념을 뒤 바꾸어 놓는다. 또한 기호학이라는 학문적인 바탕을 통해 과거 성배를 추종하고 지켜 왔다고 주장하는 시온 수도회의 숨겨진 인물들과 역사상에 위대한 인물들로 지칭하는 인물들의 거명은 상상을 뛰어넘어 진실로 이해하게끔 한다. 또한 이에 반대되는 가톨릭 교파 중에 하나인 오푸스 데이는 그 존재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실존하는 단체들이라고 한다. 이런 단체들의 묘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 준다.
     영화 속에 그려진—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나오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의 종교의식과 같은—모습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시온 수도회의 종교의식이라는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혼음파티, 비밀섹스 단체 등의 터부시 되는 의미로 비춰지는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끔 한다. 가톨릭 교파 중에 하나인 오푸스 데이(Opus Dei(?))는 이 소설에 그려지는 부정적인 모습도 있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긍정적인 모습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소설 속에 그려지는 모습은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 터부시 되던 모습을 긍정적인 면으로, 기존의 절대 권위적인 모습 중에 치부화된 모습을 주 관심의 내용으로 부각하여 소설화 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겠다. 허나 이런 면이 소설적인 흥미를 자아내게 하기 위한 도입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과 현재에 이르러 전해지고 있고 읽히고 있는 성서의 이야기에는 많은 부분에 있어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한 이런 상반된 이야기의 주제는 성역화, 신성화라는 불가치의 영역으로 둘러 쌓여 거론조차 할 수 없는 내용으로 더욱 더 상상의 불씨를 만들어 내고 있는 느낌이다. 또한 가톨릭 교리 속에 나타나는 모습이 작가가 서술하는 소설 속의 내용을 상당부분 반증하고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증명하여야 할 내용이지만 실존하는 증거가 없어 무시 데어져 오고, 논외로 비춰지는 내용은 오히려 뭔가를 감추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의 다양한 상상과 끝없는 호기심은 서로 상반된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었고, 이런 결과는 여러 역사적 사실 속에 많은 증거물이 입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소설 속에 그려 보이는 작가의 생각이 전혀 터무니 없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소설을 읽어 가면서 성배에 대한 실체를 과연 어떻게 그리면서 끝 맺음을 할 것인가가 궁금했었는데, 결국 예상과 같이 애매한 상상을 하게 하면서 마무리를 한다. 소설의 끝부분의 애매한 느낌이 박진감 있게 끌어 오던 이야기의 맥을 풀어지게 만들면서 후반부 들어 재미가 덜해 진다. 소설 속에 드려진 내용 보다는 역자의 후기에서와 같이 다 읽고 난 느낌은 루브르박물관의 위용과 멋짐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 가면서 소설 속에 그려진 내부 전경과 모습은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어찌 되었든 실명이 거론되는 종교단체와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은 작가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서 논란과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박진감 있게 풀어가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 또한 다루는 주제와 같이 어울려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의 마무리에 있어 아쉬움은 남지만 재미있는 소설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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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
윌리엄 위어 지음, 이덕열 옮김 / 시아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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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터넷에서 찾은 戰爭(전쟁)과 戰鬪(전투)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전쟁(戰爭) : 국가 또는 교전 단체 사이에 무력을 써서 행하는 싸움,
   전투(戰鬪) : 두 편의 군대가 무장하여 싸움 이라고 나와 있다.
전쟁은 교전 단체의 여러 가지 형태의 싸움을 지칭하는 반면에 전투는 양편의 단순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전투가 모여 전쟁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전쟁과 전투에 대한 용어설명과 그에 따르는 정의를 다시 내리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이 책에 명명된 “세상을 바꾼 전쟁”이라기 보다는 “세상을 바꾼 전투들” 또는 직역하여 “세계를 바꾼 50가지 전투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세상을 바꾼 전쟁”이라는 제목 하에 이 책을 펼쳐 보면서 역사적 여러 가지의 전쟁을 들여다 보면서 그 전쟁의 의미와 그로 인한 인류사의 변동 사항을 되돌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650여 쪽의 분량에 50가지의 각종 전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 나의 기대가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허나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게 되는 내용은 50가지의 전투 상황이 책의 분량대비 너무 많은 전투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전투 상황에 대해 적게는 10쪽 많게는 15~20쪽 분량의 할당을 통해 그 전투의 전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투 상황의 전개가 너무 요약적이거나 아니면 저자의 주관적인 상황에 따른 설명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전투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가 어려웠다. 이것이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또 하나 원 저자가 서양인이고 서양사 중심으로 전개하다 보니 유럽, 미국 중심의 전쟁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3개의 큰 단원으로 이루어진 내용이 1부는 민주주의의 발달, 2부 동서의 대립, 3부 유럽의 주도권(패권주의)이라는 단원제목으로 이루어진 내용이 서양 중심의 전쟁, 아니 전투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지구상에 일어났었던 각종 전투 중에 50가지를 추리고 이중에 저자의 분류와 같이 3개의 큰 단원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며, 저자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관적인 판단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는 내용이다. 허나 현재 경제적이나 군사적인 주도권이 서양에 있다는 우월감에 서양 중심의 이야기 전개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각종 전투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투와 전쟁에 대한 판단과 정당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 전투가 인류사에 끼치게 된 영향은 어느 시대 어떤 관점에서 보았는가를 보다 더 세분화 하고, 기간을 짤라 그 의미를 세기는 것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계사에서 의미 있는 50가지의 전투를 추리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내용일지 모르지만 수없이 많은 전투 중에서 특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전투를 추리고 그 전투의 전후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역사적 사건을 정리해 보는 것이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많은 생각과 고찰을 할 수 있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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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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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위인전기 등을 통해 많이 접했었던 내용이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시대 상황에 맞는 모범의 역할로서 이순신장군은 후세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일 것이다. 이런 모범적인 인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그 시대 상황과 활약상에 대한 이야기는 한정 되었었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각색되어 이순신이라고 하는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모습과 활약상은 변색되어 보여졌다고 느껴진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이순신장군에 대한 사료를 검토하고, 직접 기록해 놓았다는 난중일기 등의 원문과 그에 따른 자료를 다방면으로 보아야 만이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 된다.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아직 나는 그렇지가 못해 여러 박식한 학자들을 통해 이순신에 대한 진면목을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이순신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 들어서는 보다 더 개인의 내면적인 면을 강조하고 상상해 보는 작업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물로 학술 서적 등을 비롯하여 다방면의 연구 결과가 도출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의 짧은 생각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제학자의 이순신장군에 대한 이야기나 이 책과 같이 소설가의 시각에서 보아온 내용, 그 밖에도 일반 직장인이 몇 년간의 다방면의 연구를 통해 이순신장군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 중에 소설가 김훈의 이 책 ‘칼의 노래’는 나에게 또 다른 느낌을 안겨 준다.

     우선 작가의 탁월한 글 솜씨에 따른 읽힘이 좋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나 상황에 대한 묘사는 탁월하다. 의금부에 잡혀 갔다가 갖은 문초를 받고 풀려나 백의종군하는 모습에서 시작하는 주인공 이순신의 시각을 통해 그 시대의 참담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내는 묘사력은 소설가의 탁월한 글 솜씨를 자랑한다. 명량해전을 거치면서 전열을 재 정비하고, 이순신장군의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심리 묘사는 탁월하다. 이런 글 솜씨에 전2권 총400여 쪽의 분량은 순식간에 읽어 나가게 한다.

     두 번째로 이 소설을 보면서 이순신장군에 대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와 닿게 한다. 천하무적이고 전지전능한 무사나 영웅의 모습이 아닌 고뇌하고 번민하면서도 식욕이나 정욕 등을 그 참담하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우리와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 등을 통해 시각화 되어 보여지는 이순신장군의 모습은 신격화된 전능한 인간으로 그려지고 우리와는 격리된 모습 속에 왠지 모를 거리감을 갖게 해 왔다. 허나 이 소설 속에 그려지는 모습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런 생동감은 그렇게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딛고 일어 설수 있다는 모습을 몸소 보여 준다는 점과 막연히 전지전능한 사람의 출연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닌 노력과 끈기로 이겨낼 수 있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세 번째로는 당시의 왜구의 침략을 받게 된 원인은 결국 무능력에 따른 것이고, 명과 왜의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정치권, 기득권 층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능력 속에 온몸으로 버티어 온 백성의 모습은 애처러움과 안타까움 자체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또한 침략자에 의해 고난을 받고, 무능력한 정부의 괄시와 명군의 지원군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명분 쌓기의 일부이고, 이런 와중에 피와 땀을 흘려야 하는 자는 오직 백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힘없는 백성에 대한 이순신장군의 애처러움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소설 전체에 간헐적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이런 백성에 대한 애처러움과는 별도로 철저한 군인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무척이나 많이 나오는 내용으로 목을 자르는 내용은 군율에 의한 내용도 있지만 전투의 승전의 증거물을 획득하는 내용도 있다. 공과 사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냉정한 모습을 이순신장군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이순신장군에 대해 그려지는 내용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이순신장군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격화된 모습이 아닌 우리 내 이웃이면서 공과 사를 냉철하게 구분하고, 늘 식은 땀과 환영 속에서도 적을 무찔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군인이지만, 칼을 쥔 무인으로서 맏은 바 소임을 묵묵히 실천하는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원망이 아닌 현실에서 나의 길을 찾는 진정한 군인의 모습을 작자는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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