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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이야기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이 책에서 국자에 대한 이야기는 2개의 단편들에서 거론된다. 대표되는 첫 이야기인 국자이야기는 중국음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주인공 삼촌의 국자에 대한 이야기와 하늘에 있는 별자리—북두칠정의 국자 모양 등의 우리 일상의 삶 속에 비춰지는 국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에 나오는 봉천동 관련이야기는 ‘국자’라는 이름의 죽은 여자아이의 한마디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이 책이 국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고, 8개의 단편 속에 한마디라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며 국자에 대한 낱말을 열심히 찾으며 읽었던 생각을 해 본다. 국자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아 작가의 다양한 국자에 대한 이미지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국자는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용도는 국을 뜨거나 퍼 담는 용도로 사용하는 주방기구 중에 하나이다. 허나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이 사람이름도 있고, 지금의 서울 하늘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밤하늘의 별 모양으로도 우리가 인식하는 국자에 대한 이미지일 것이다.
허나 작가의 이야기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가난한 동내의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모습 속에서 삶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친근감이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부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자신이 봉천동 출신이라서 그런 걸까?
‘나는 봉천동에 산다’를 보면서 작가가 그려내는 봉천동에 대한 모습이 20여 년을 봉천동에 살면서 내가 몰랐던 모습도 있고, 내가 커 오면서 보고, 오가면서 느꼈던 동네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발 더 나아가 작가는 각종 통계 데이터를 덧붙이면서 숫자적인 증빙자료를 거론하는 내용은 20여 년의 삶의 체험보다 더 적나라하게 봉천동에 대한 모습을 비춰 보이고 있다.
이런 이야기 중에 비춰지는 내용 중에 가난한 동네의 삶의 느낌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고, 전달해 주고 있다. 특히 봉천동에서의 어린 시절을 겪었던 나로서는 더욱 더 그 공감대가 많다고 하겠다. 비단 봉천동만이 아닌 인근의 모습으로 난곡이나 신림동의 모습 또한 나의 놀이터(?)로 돌아다니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의 모습을 되살려 놓고 있다.
가난이라는 생활 속에서 주인공인 나의 삶과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연작 소설과 같이 풀어내는 단편의 이야기는 난해 하면서도 끈끈한 생활의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실체가 보이지 않은 안개 속의 모습을 열심히 그려 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하고, 어떤 굴레에서 벗어나고파 안간힘을 쓰는 고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내용 중에 나의 경험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는 봉천동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8편 이야기 중에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가난 속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벗어나고파 하는 간난 속의 인간상의 모습이 진정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본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