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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황금광시대(黃金狂時代)’를 직역하면 황금에 미친 시대라는 뜻이겠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 보면 황금에 미치든 무엇 하나에 미친 시대들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아파트에 미치고, 주식에 미치고, 벤처 열풍에 미쳐 왔던 시대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 미친 시대를 돌아 보면 매번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많은 뉴스의 내용이나 신문지상을 통해 세인들에게 알려 준다. 그런 많은 간접 경험들은 다시금 우리들에게 경각심과 미친 시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지만 매번 사람들은 망각(?)을 하고 요행수를 바라는 모습은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지지 않았다는데 있어 ‘황금광시대’라는 책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내용은 주로 1920년대에서 1940년 전후로 한 해방 전의 황금광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잘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일제하의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잊혀지고, 잊고 싶어했던 시기의 우리네 삶의 모습의 단편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일제하의 침탈 하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중에 부자에 대한 희망과 꿈은 한 때 보통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로또와 동일한 개념과 생각으로 불렸던 느낌이 든다. 정치적으로 일제의 수탈 정책과 피폐한 삶을 벗어나고파 갈망하던 시기에 금을 채굴하고 모으려는 일제의 정책과 맞물려 황금광시대가 탄생하였고, 이런 황금에 미친 시기에 어마어마한 부자와 그들의 모습 속에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황금광시대의 주인공은 최창학과 방응모가 그들이다. 이 밖에도 숫한 사람들이 황금에 미쳐 자신의 본업을 떨치고 들로 산으로 전전하면서 가산을 탕진하고 헛물만 켰던 일화는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의 표지나 앞뒤의 광고성 문구들을 보면 교수, 소설가, 기자, 등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황금에 미쳐 뛰어 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런 중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최창학과 방응모이다. 최근에는 최창학이라는 이름은 거의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었다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이고, 방응모는 조선일보 사장으로서의 언론계 인물이나 친일파 운운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일 것이다.
일제하에서 황금으로 벌든 다른 어떤 수단으로 해서든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치권력에 협조하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고, 그런 와중에도 방응모는 황금을 활용한 조선일보라는 언론을 키워 왔고, 장학사업 등의 추진으로 후세에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는 것이 최창학과는 비교가 된다. 이런 내용을 보면 돈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아진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황금에 미친 시대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 미국이나 호주, 등 전세계 각지에서 발생하였으나 유독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제하의 일본정부의 산금정책에 따른 금광채굴 권장—금본위 화폐제도에 따른 시대적 금의 필요성 등의 필요에 의해—과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결책이 금의 발견으로 인한 잘 먹고 살기 위한 생존권과 결부한 투기성 남발이 금에 미치는 황금광시대를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에 저자는 그렇게 캐낸 황금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은 일본은행으로 들어 갔고, 그렇게 들어간 황금은 결국 우리에게는 황금이 남아 있지 않고, 황금에 미친 참담한 결과만이 남았으며, 정책을 핀 일본의 수중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는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황금광시대와 내용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는 최근의 투기 바람은 황금이라는 물질이 아파트로, 주식으로, 벤처로, 땅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내용이지 그 본질과 내면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제하의 암울한 경제 상황과 일본의 정부정책이나, 지금의 정부정책이 같으냐 하면 그 내용은 같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나타나는 현실은 황금광시대의 모습이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노력의 대가로 쌓아지는 부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는 뭔가 보통의 방법으로는 통하지 않는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매개체로 황금이 등장하고, 아파트와 주식과 땅 등의 투기 대상으로 전전하는 모습이 아닌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한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