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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주명철 지음 / 책세상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프랑스 왕 루이16세의 부인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1/2~1793/10/16 : 38년)의 생애는 기구한 삶이었다. 이런 삶의 모습이 단지 왕비로서 왕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마지막 생의 모습만이 기구한 삶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14살에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프랑스로 가게 되고, 왕궁에서의 삶은 후세의 출산으로 이어지는 왕통의 계승자로서, 오스트리아의 정치적인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의 삶이었다.
이런 삶의 내용 속에 과연 마리 앙투아네트 자신의 삶의 방향과 내용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만 했을까? 나 역시 여자는 아니지만 왕통을 있는 후세를 낳아주어야 만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삶의 내용 속에 과연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삶을 개척해야 했을까? 당장 머리 속에 해결 방안이나 대안이 연상되어 오지 않는다.
이 책에 그려지는 루이16세의 삶의 모습, 아니 당시 상황의 프랑스 왕의 모습이나, 그 배우자인 왕비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사극에서 그려지는 조선왕조실록의 후기 왕궁의 모습을 그려내는 TV드라마 같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그려내는 왕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대의 주인공인 왕을 중심으로 꾸며진 연극과 같은 내용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권위라기 보다는 떠받들려 지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왕비도 비슷한 모습이며, 한술 더 떠 외국인 왕비라는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으로까지 보여지고 있다. 왕비의 출산모습이 호기심과 뭔가 특별해 보이는 구경거리로 왕궁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져 있었다는 얘기는 의아한 느낌과 왕비의 권위가 그만큼 실추되어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프랑스혁명의 발생시기가 루이16세 때인 당시에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내용은 프랑스 혁명과 관련이 있고, 왕과 함께 단두대로 처형되었다는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지식이었다. 그런데 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이라는 제목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실재 책의 내용을 보면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왕비와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아니 별로 관여가 되어 있지 않다. 단지 왕비를 사치하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고, 되 팔고 하는 사기극에 왕비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왜 왕비가 이 사건을 빌미로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제공하였고, 이로 인해 단두대에서 처형되게 되었을까?
결론은 왕비의 무분별한 삶의 내용이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왕이나 왕비 주변 인물들이 인재가 없었으며, 현명하고 지혜롭지 못한 왕과 왕비를 이용한 사기극을 만들어 내게 만든 결과 일 것이다. 궁정에서의 절제하지 못한 삶과 방탕하고 화려한 삶은 라 모트 백작부인의 사기극을 제공하였고, 성직자로서의 출세를 꿈꾸는 로앙 추기경의 중재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왕비와는 무관하나 여론에 의한 모함과 왕비의 부도덕한 모습이나 방탕한 삶을 그려내는 각종 문학작품들은 그 내용이 진실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대중을 그 내용과 같이 믿게 만든 결과가 되었고, 이런 내용은 결국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모든 내용은 결국 왕비의 삶의 모습이 그 정도와는 관계없이 결코 건전하지 못했으며, 지혜롭고 영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왕비의 특수한 삶의 무대는 어떻게 보면 특별한 개인적인 역량의 한계도 있겠지만 주변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유능한 참모의 선택이나 여론의 방향을 가름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모습 등—이 부족했다고 보여지며, 이런 한계 속에 평범한 왕비가 특수한 시대적 흐름 속에 휩쓸려 결국에는 다이아몬든 목걸이 사건이라는 누명(?)과 연계되어 단두대에서 처형되어 삶을 마감하는 결과가 되었으며, 역사적으로는 색정적이고 부도덕적이며 방탕한 삶을 살았던 여자로 인식된 결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