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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물상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간결한 필체의 작가의 이야기는 나의 어릴적 생각을 끌어 낸다. 그 생각 속에서 가난했던 추억과 가난했지만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덧붙여 어느 대목의 내용은 정말 눈물 나게 만드는 내용의 이야기도 있다. 마치 내가 겪었던 그 옛날의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새삼 느끼게 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되면서 쉽게, 쉽게 읽히는 내용이다. 물론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는 동화책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어 더욱 쉽게 책장이 넘어가면서 읽혀진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형,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으로 이루어진 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의 일반적인 가족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나도 3남매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 3형제나 3남매의 가정 모습과 달동네의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져 온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고물상을 접기까지의 ‘행복한 고물상’의 주변 모습과 그 가난했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내용일 수 있고, 이 책 속의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자라 왔던 나만이 느끼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야기의 내용이 단지 책 속의 내용이 아니라 나의 경험담과 어울려 공감되어 오는 모습 속에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눈물 나게 공감되어 오는 이유 중에 하나라 생각된다.
3남매의 막네 인 내가 어리광도 부리고, 힘들어 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활력소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형의 모습이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천사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형과 나의 개구장이 모습과 ‘정의의 사도’와 같은 의로운 모습도 그리고 있어 재미가 있다. 읽으면서 살짝 미소지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에 요즘 세상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온 집안 식구들이 모질지 못하고, 독기가 없어 보이는 순둥이표 가족이라는 것에 왠지 모르는 짜증도 밀려 온다. 찌들게 가난하고, 그 가난으로 인한 고난이 서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내용 중에 아버지가 고아라는 사실이 이 사회의 편견과 배경 없고 갖은 것 없는 사람의 설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더 부아가 밀려 온다.
보다 영악하고, 독기가 있고, 악착같았으면 어떻게라도 이 힘든 가난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잘 살아 보겠다는 악착 같은 생각을 가졌더라면 남의 보증 서주고 돈 떼이는 일은 만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돈을 떼이지 않으면 아내에의 막노동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고물상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다른 사업이나 아니면 더 돈을 많이 벌어 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법은 없었을까? 없는 살림에 담배라도 줄이고, 건강관리를 통해 보다 낳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생각을 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은 요즘이니까 하는 생각이라는 느낌과 당시의 나의 아버지세대가 겪으면서 느꼈던 그 고뇌에 찬 내용들을 어떻게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서 얘기 할 수 있겠는가라는 반문도 해 본다. 아버지의 고뇌와 그 고생 속에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어줍쟌은 질문 속에 시건방지고, 멋모르는 배은망덕이 깔려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제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 와 있는 내가 과연 나의 행동과 생활의 모습이 나의 아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지는 걸까?
나의 아들이 먼 훗날 이 책과 같이 훈훈한 정이 오가고, 산꼭대기 허름한 우리들의 집이라도 있어서 몸을 뉘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내고, 지킬 수 있었던 우리 아버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능력의 기준으로 본다면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지금의 시대 상황으로 봤을 때 지금의 내 모습이 더 낳고, 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본다.
가난하고 쪼들림 받던 그 시대의 나의 모습이었지만 행복했던 고물상의 아들로 재미와 정과 이웃의 사랑과 온 가족의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왔던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에 슬프면서도 재미있다. 또한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