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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투이아비 원작,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빠빠라기'는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부르는 말이다.
1920년대에 사모아 원주민 추장인 투이아비가 유럽을 둘러 보면서 본 빠빠라기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상하면서 왜 저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이 책 ‘빠빠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도롱이를 걸치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나 거적과 같은 치마를 입고, 갖가지 장신구를 달고 다니는 여자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하게 보는 느낌으로 바라 본다. 신발신고 다니는 모습도 그렇고, 연회 등의 복장에서도 투이아비의 시각은 새롭다. 거기에 유럽인의 삶의 모습은 자연을 역행하고, 욕심쟁이이고, 저만 알고, 시간에 쫒기면서 정신 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들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돈—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메어 사는 유럽인의 모습을 이 사모아 원주민 추장은 불쌍한 삶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들 삶의 천국인 사모아에서는 필요도 없고, 낙원과 같은 이 곳에는 들여 올 필요도 없으며, 그것에 동경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그의 이야기는 주민사랑에 대한 생각을 느끼게 한다.
돈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다. 살아가는 주거 환경에서부터, 의식주에 대한 내용을 비롯하여 기계, 직업, 생각, 등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투이아비가 유럽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치 유럽인 자체가 신이 되길 원하는 인간들의 모습으로 보이고, 자신이 전능한 존재라는 것을 믿는 아둔한 인간들이라는 느낌을 이야기 한다. 허나 이런 유럽인의 건방진 모습은 전능하신 분의 영역을 넘볼 수 없는 한계의 인간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유럽인의 모습은 곧 우리들의 모습과 일맥 상통하는 모습일 것이다. 서구열강의 영향권에 들면서 지금의 의식주는 서양화되어 대부분이 바뀌어 왔고, 사회제도나 체제와 생각하는 방법 또한 유럽의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이 사모아 제도의 추장 투이아비가 바라보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봐라 본 내용과 같다고 하겠다. 대신 1920년대의 시대 상과 지금의 시대적 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투이아비가 얘기하는 근본 내용은 변화되지 않고 정확하게 우리의 모습을 집어 내고 있다.
외형적인 모습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연관이 되어 거적을 입고 다니는 부족도 있지만, 다 벗듯이 다니는 부족도 그 삶의 지역이 어디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모습에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특별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허나 투이아비가 얘기하는 내용이 외모에서 오는 내용이 아닌 삶 자체의 모습을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상자곽 같은 곳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할애 받기 위한 삶의 모습은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라는 틀에 묶여 허덕이는 모습이나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물질만능의 모습도 그렇고, 평생을 쓸 수도 없는 돈을 끄러 모아 자신의 배만 불리려고 하는 용심쟁이의 유럽인은 도를 지나쳐 신이 되고자 하는 건방진 모습과 자연을 역행하는 모습을 정확히 집어 내는 내용은 이 책의 의미를 되 새기게 한다.
원주민이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독일어로 번역을 하였고, 그 내용을 다시 한국말로 번역을 하였으니 원래의 원주민 이야기의 표현이 이 책에서 나오는 도롱이나 거적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들려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이야기의 내용이 과연 이런 표현으로 한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허나 사모아의 원주민 말로 표현하는 단어나 내용을 한국말로 거쳐 오면서 위에 이야기한 내용과 같은 느낌을 갖게는 하지만 원래의 투이아비가 이야기하는 생각과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전달해 주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어찌 보면 도롱이나 거적이라는 단어 표현이 바로 전 단계의 독일어에는 어떻게 나와 있는지도 궁금해져 온다.
번역의 내용이 원전의 내용을 100%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전달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일부나마 전달 받으면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최상의 모습인지 되돌아 보게 한다. 서양의 문물, 서양의 문화가 최고라고 교육받고 전달해 온 우리들의 삶을 미개하다고 치부되어 왔던 원주민 추장의 시각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아둔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