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그 은밀한 유혹 -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피트 브론 외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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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사 놓고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 있던 것을 이번에 보게 된다. 냄새에 대한 안내 문구로 관심을 자극하기에 구입을 했었지만 막상 쉽게 읽히지는 않아 차일피일 하던 것이 최근에 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보고서 냄새에 대한 관심이 유발되기에 보게 된다. 어느 서평에도 나와 있듯이 그 서평을 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늘 접하는 각종 냄새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감각기관—눈, 귀, 입, 피부—에 비해 코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고 할까? 우리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얼굴이 주는 인상의 중심을 잡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그 중심의 역할이 묵묵히 버텨주는 기둥의 역할이라고 하겠다. 눈이나 귀, 입은 코 보다는 상대적으로 화려(?)하다고 하겠다. 예술적인 면을 들여다 보면 눈은 시각적인 자극을 기본으로 하여 즉각적인 면이 많고, 화려하게 우리의 일상에 접하는 것으로 각종 미술영역이 있으며, 귀는 음악이라는 현란함을 보여주고 있고, 그나마 입은 맛이라고 하는 것이 냄새(향기)와 어울려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냄새만의 영역보다는 음식이나 맛이라는 감각과 엮여져 냄새만의 영역이 한정적으로 보여진다. 냄새만의 영역이라고 하면 향수나 화장품이 독립된 영역으로 보여지기는 하나 이것 또한 시각적인 요소들과 엮여 제한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외형적인 느낌을 이 책에서는 보다 세분화하고 정교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허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냄새와 사람이 감지하는 내용이 아직은 미지의 세계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감각기관 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고 하겠다. 냄새 성분이 코의 감각기관을 타고 뇌에 전달되는 생물학적인 구조에서부터 심리적인 요소, 남녀노소, 인종, 지역적인 차이점 등에 대해 다방면에 있어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유전학적인 면도 언급하고 있어 냄새를 감지하는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로 ‘향수’를 읽으면서 느꼈던 궁금증 3가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 보게 되었다. 주인공 그루누이의 능력으로 묘사되는 내용으로 냄새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가? 향수를 제조하는 과정의 묘사처럼 각종 에센스를 섞어서 향수를 제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책의 후반부에 그려지는 내용 중에 과연 냄새로 운집해 있는 그 많은(책에서는 만 여명이라고 묘사) 사람들을 조종(?) 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의 일말의 힌트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직 냄새 맡는 메커니즘적인 과학적 발견의 수준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부 성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있는 페르몬에 관련된 내용은 일부나마 나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페르몬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단지 향수 제조 회사들의 향수 제조 방법들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이라 다른 책을 찾아 봐야 하겠다.

     냄새에 관한 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서 우리 주변에 늘 접하고 있었던 냄새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상업적으로 상품화 하는 내용으로 페르몬을 결합한 향수나 많은 여성들이 애용하는 향수 등의 내용이 알고 있었던 내용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의외로 다가 온다. 또한 냄새와 수명과의 관계에 다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냄새, 향기에 대한 의미는 물리적인 요소에서 개념적인 요소까지 다양하게 표현되는 단어로 소설 ‘향수’에서나 이 책 ‘냄새, 그 은밀한 유혹’을 보면서 냄새, 향기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코에 의한 감각과 결부되어 냄새의 특성을 아우르는 느낌과 뜻에서 파생한 개념적인 “냄새”, “향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역시 사람냄새가 어찌 보면 가장 맡기 좋은 냄새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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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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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에 대한 이야기다. 향수라고 하면 대부분 모양과 색깔이 예쁘고 앙증맞은 병에 담긴 액체를 연상하게 한다. 향수는 대부분 여성들이 애용하는 화장품의 일종이라고 알고 있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 공중위생이 발전하지 못하던 때에 몸에서 나는 체취와 주변의 악취로부터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게 하는 용도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물론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매춘부들이 애용했다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다. 요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애용하는 화장품으로 보편화 되었고, 나 또한 몇 개의 향수를 가지고 있지만 즐겨 하지 않는다. 진한 향수 냄새가 머리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고, 나에게서 나는 향수냄새가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나에 대한 선입견이나 좋지 않은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어 되도록이면 꺼리고 있다. 이런 향수에 대한 나의 생각과 그 느낌들이 이 소설의 기본 소재가 된다. 그렇다고 나와 같은 일상의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은 내용은 아니다. 뭔가 냄새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천부적으로 냄새에 있어서는 타고난 능력을 가졌나 보다. 또한 몸에서 어떠한 체취도 나지 않아 주변사람들로부터 악마라고 인식되는 내용도 특이하다. 이런 인물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에서 향수제조상인 발디니의 도제생활과 산속에서의 생활을 거치면서 향기에 대한 수업을 하는 과정을 거쳐, 그루누이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기 위한 집념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의 이야기는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야기의 주제와 내용은 다르지만 파울로 코엘료가 지은 ‘연금술사’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아마 시작부터 그루누이의 특이한 탄생과정과 그의 독특한 신체적 특성이 환상적인 인상을 주었나 보다. 이야기의 전개나 다루는 주제에 있어 ‘연금술사’와는 다른데 느낌은 비숫함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을 보면서 냄새, 향기, 향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수십, 수만 가지의 냄새 중에 기분을 좋게 하는 냄새도 있고, 머리 아프게 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냄새도 있는 반면에 분위기와 생각을 달리하게 하는 냄새 등 숫하게 많은 각양각색의 냄새들을 접하고 있지만 별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그런 냄새가 이 소설을 보면서 이런 가지가지의 냄새들이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향수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사무실에도 향기 마케팅이라고 하는 새로운 분야의 일환으로 상품화된 방향제 등의 정형화된 상품들도 연상되지만 모든 사물들이 갖는 고유의 냄새, 즉 그들만의 향기가 어떤 면에서는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자신의 향기가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런 반면에 향기에 대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향기에 대한 능력을 숫한 소녀들을 살해하여 뿌리칠 수 없는 탁월한 향수를 만들어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의 향기를 개발하지만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살인마로 결말을 맞게 된다. 현란한 냄새로 사람을 유혹하고 현혹시켜 잠시 잠깐 자신의 뜻대로 이룰 수는 있겠지만 본연의 ‘사람냄새’가 없이는 그 향기가 지속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지전능한 향기에 대한 탁월한 능력도 향기가 없는 무미건조한 인간이 향수에 의한 가면이 아닌 본연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사람냄새’를 맞을 수 있도록 했다면 이 소설의 결말과 같이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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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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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이력을 살펴 보면 생리학, 조류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내가 알기에는 “총 균 쇠”를 통해 그의 역작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총 균 쇠”를 통해 세계 인류사의 흐름의 변화를 주었던 주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역시나 같은 흐름의 내용으로 인류사의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여러 문명의 흔적을 찾아 왜 역사에 남지 못하고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는지를 명쾌하게 풀어 내고 있다.

     이스터섬, 아이슬란드의 바이킹, 북아메리카 대륙의 마야 문명, 태평양의 핏켓언 섬과 핸더슨 섬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일본, 중국과 조금은 생소한 뉴기니의 모습 등 전세계를 둘러 보면서 살펴보는 인류사의 이야기는 고고학과 얽혀 재미있으면서도 자연보호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이스터섬의 석상(모아이)은 초등학교 시절 외계인에 의해 세워진 거상으로 신비감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거대 돌 석상의 모습 속에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내용들의 이야기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허나 이런 내용을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 속에 많은 고고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 신비를 밝히고 있고, 이스터섬의 석상과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살펴보는 내용은 재미있다. 이와는 다른 측면으로 비극적인 종말의 내용은 외계인이 살았고, 만들었다는 석상에 대한 신비감에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며 위기와 경각심을 갖게 만든다.

     한때 외국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많은 주제가 황폐화된 지구—짧게는 2030년 이후의 핵전쟁 발발과 그 이후의 황폐화된 모습 속—에서 생명연장을 위한 약육강식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류의 영화를 거론 한다면 ‘워터월드(1995년도작)’, ‘매드맥스(1985년도작)’ 시리즈, 등이 생각난다. 먼 미래의 지구의 모습을 예측하고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아비귀환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먼 미래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류사 속에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여 사라진 문명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대는 전세계사 ‘지구촌’이라고 할 수 있게 세계는 하나의 공간으로 바뀌어 왔다. 이런 사실은 9.11이나 이라크전, 월드컵 등의 사건과 축제를 통해 남의 나라,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옆에서 일어난 우리들 이웃의 이야기로 인식되고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이런 공간과 시간 속에 지구를 떠나서는 인간의 삶은 지속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문명의 흔적 속에 살다가 사라져간 그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인간이 지구라는 공간 속에 삶을 영위하고 있는 한에는 자연적인 환경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최근 자연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 보여주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이야기 중에 대표적인 내용으로 ‘지구 온난화’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만도 점차 온도상승의 여파로 아열대 기후의 특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 환경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런 자연환경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내용은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행위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온 내용 중에 하나이다. 수많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 산업화 과정에서 산출되는 유해물질, 식량생산을 위한 삼림파괴, 외래종의 유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등 내용은 많이 들어 왔고, 교육받았던 내용이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거대 산불의 뉴스를 접하면서 저자의 이야기가 먼 미래 아니면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저자가 지적하는 내용 중에 특히 나무의 무분별한 남벌은 자연생태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숲의 관리와 보존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다종다양한 생물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모태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육식의 종말’에서도 인간의 탐욕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 육식이고, 육식을 위한 소의 사육을 위한 정글의 파괴는 우리 인간의 삶을 망쳐버리는 내용이 생각난다. 숲의 파괴가 생태계파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구의 환경변화를 통해 인류의 문명이 붕괴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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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
오드리 설킬드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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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니 리펜슈탈’은 내가 익히 들어왔던 인물은 아니다. 우연히 서점에 들러 사진관련 잡지를 보면서 소개된 책 소개에 이 책에 대한 추천도서로 알게 되었고, 짤막하게 서술된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는 너무도 강렬한 그의 삶이 책을 읽어 보게 만들었다.

     역시나 책의 내용을 보면서 레니의 치열한 삶의 자세는 너무도 멋지다. 발레리나에서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사진작가로 변화한 그의 직업과 산악등반, 스키, 오지탐험, 스키스쿠버 등 다양한 활동영역은 남자도 체력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영역들을 섭렵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101세라는 그녀의 생애 중에 걸음마를 떼고 난 근 80여 년의 기간 동안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그런 그녀의 삶은 너무도 왕성한 삶의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잘나가는 무용수로서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다시는 걷지도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진하여 수술을 받아 완쾌 되었고, 배우로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경이롭다. 배우로서 직업을 바꾸면서 산악영화를 촬영하면서 산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매료되어 알프스의 암벽등반이나 그린란드의 빙하지대에서의 악천후 속에서도 자연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배우로서의 삶은 뭇 여성들과 다른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연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시각은 이후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연으로부터 재활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이 책의 저자의 설명은 그녀의 삶에 있어 산이나 자연은 그녀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영화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탁월한 촬영감각, 영화 편집이라는 지루하면서도 집요한 작업을 감내할 수 있는 인내력, 예술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시각은 영화감독으로 그녀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낸 모습이겠다. “의지의 승리”, “올림피아”, “푸른 빛”, “저지대” 등이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중에 “의지의 승리”는 이후 영화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히틀러의 선전영화로 인식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숫한 수모의 증거물로 비난 받는 영화이기도 하단다.

     “의지의 승리”에 대한 영화의 줄거리나 내용에 있어 레니 리펜슈탈을 대표하는 영화 중에 하나이기 때문인지 저자는 이 영화에 대한 줄거리에서 진행되는 시놉시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올림피아”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등장하는 선수 중에는 우리나라의 아픔 역사를 안고 참가했던 고 손기정선수의 모습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마라톤 역사에 대해 보여주는 기록 영화의 한 대목으로 손기정 선수의 뛰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한 장면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 영화의 전(全)편을 보지 못했으니 그 장면인지는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지만 기록영화의 한 대목으로 인용하는 모습이지 않겠나 상상해 본다.

     이런 역작의 내용은 레니 특유의 인내와 끈기의 산물임을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몇 트럭분의 필름, 한번 ?어 보는데 3달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방대한 필름의 양과 그 속에서 레니 만이 가지고 있고 생각하는 영화의 영상을 상상하면서 그 지루하고 힘겨운 필름 편집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통해 위대한 역작이 탄생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녀의 인내력과 영화감독으로는 탁월한 상상력도 높이 사지만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쏟아지는 여론과 언론의 비난은 그녀의 그 밑바닥 인내까지도 쥐어짜는 고통의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나찌의 시녀로서 선동과 선전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히틀러의 씻을 수 없는 학살의 현장을 만드는데 일조 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상황이나 저자가 열거하여 얘기하는 여러 주변 정황으로는 나찌와 별개로 오직 영화 작품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하고, 전범재판에서도 레니의 무고를 인정 ?다고는 하지만 히틀러 집권기에 돈과 부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던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 받으며 죽어 간 유대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히틀러의 연인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히틀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다. 이런 내용들의 전후 그녀의 역작들과 같이 싸잡아 매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 고통의 시간도 영화계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에서의 사진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고도 모잘라 70이 넘는 나이에 스킨스쿠버를 배워 바다 속 영상을 촬영하여 책을 출판하는 그녀의 끊이지 않는 활동 모습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의 삶 속에서 ‘열심히’라는 말을 빼면 할 얘기가 없는 듯하게 느껴진다. 하다 못해 히틀러와 연관된 내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그녀만의 색깔과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숫한 질타와 질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내는 그녀만의 삶의 열정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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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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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를 둘러 싼 나라를 둘러보는 것은 과거 지중해를 내해(內海)로 가지고 있었던 로마제국의 유물과 역사를 들러 보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거대 제국을 건설하여 시스템과 역사를 만들었던 거대 제국 로마가 지중해를 자신들의 내해로 여기면서 곳곳에 남긴 역사적 유물은 지금도 남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로마제국의 유물과 지역별 역사적 사건과 종교적인 배경을 들려주는 이 책의 여행기는 하루 이틀 다니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그곳에서 몇 일에서 몇 달씩 머무르면서 그곳의 풍광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상을 보아야 만이 되는 내용이고, 또한 역사적 배경도 알아야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매 페이지 마다 컬러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는 지중해 주변의 모습은 아름답다.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 것도 있겠고, 원래 자체의 풍광이 아름다워서 그런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별 유물과 유적의 모습, 그 도시의 대표적인 모습들이 저자의 설명과 곁들여 보여지니 마치 그곳 지중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든다.

     터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레바논까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둘러 보는 기행문이면서도 사람들이 잘 가보기 힘들면서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 꺼리가 있는 그런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 도시의 수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보다는 곳곳마다의 역사적 내용이나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 위주의 설명은 가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느껴진다. 이야기와 보여지는 사진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가지 아쉬움이라고 하면 역사적 유물과 풍경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되다 보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은 상대적으로 적게 소개 되고 있으며, 사람들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 또한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내용까지 덧붙인다면 책의 분량이나 내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는 하지만 지중해를 끼고 사는 사람들의 풍부한 삶의 모습 또한 궁금해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아름다운 지중해의 모습과 역사적 배경과 유적에 대한 이야기와 같이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아 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즉, 동해안을 둘러싼 주변 국들이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안도시들의 풍광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내는 것도 또 다른 이야기 꺼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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