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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
오드리 설킬드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레니 리펜슈탈’은 내가 익히 들어왔던 인물은 아니다. 우연히 서점에 들러 사진관련 잡지를 보면서 소개된 책 소개에 이 책에 대한 추천도서로 알게 되었고, 짤막하게 서술된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는 너무도 강렬한 그의 삶이 책을 읽어 보게 만들었다.
역시나 책의 내용을 보면서 레니의 치열한 삶의 자세는 너무도 멋지다. 발레리나에서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사진작가로 변화한 그의 직업과 산악등반, 스키, 오지탐험, 스키스쿠버 등 다양한 활동영역은 남자도 체력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영역들을 섭렵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101세라는 그녀의 생애 중에 걸음마를 떼고 난 근 80여 년의 기간 동안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그런 그녀의 삶은 너무도 왕성한 삶의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잘나가는 무용수로서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다시는 걷지도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진하여 수술을 받아 완쾌 되었고, 배우로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경이롭다. 배우로서 직업을 바꾸면서 산악영화를 촬영하면서 산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매료되어 알프스의 암벽등반이나 그린란드의 빙하지대에서의 악천후 속에서도 자연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배우로서의 삶은 뭇 여성들과 다른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연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시각은 이후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연으로부터 재활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이 책의 저자의 설명은 그녀의 삶에 있어 산이나 자연은 그녀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영화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탁월한 촬영감각, 영화 편집이라는 지루하면서도 집요한 작업을 감내할 수 있는 인내력, 예술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시각은 영화감독으로 그녀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낸 모습이겠다. “의지의 승리”, “올림피아”, “푸른 빛”, “저지대” 등이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중에 “의지의 승리”는 이후 영화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히틀러의 선전영화로 인식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숫한 수모의 증거물로 비난 받는 영화이기도 하단다.
“의지의 승리”에 대한 영화의 줄거리나 내용에 있어 레니 리펜슈탈을 대표하는 영화 중에 하나이기 때문인지 저자는 이 영화에 대한 줄거리에서 진행되는 시놉시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올림피아”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등장하는 선수 중에는 우리나라의 아픔 역사를 안고 참가했던 고 손기정선수의 모습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마라톤 역사에 대해 보여주는 기록 영화의 한 대목으로 손기정 선수의 뛰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한 장면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 영화의 전(全)편을 보지 못했으니 그 장면인지는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지만 기록영화의 한 대목으로 인용하는 모습이지 않겠나 상상해 본다.
이런 역작의 내용은 레니 특유의 인내와 끈기의 산물임을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몇 트럭분의 필름, 한번 ?어 보는데 3달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방대한 필름의 양과 그 속에서 레니 만이 가지고 있고 생각하는 영화의 영상을 상상하면서 그 지루하고 힘겨운 필름 편집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통해 위대한 역작이 탄생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녀의 인내력과 영화감독으로는 탁월한 상상력도 높이 사지만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쏟아지는 여론과 언론의 비난은 그녀의 그 밑바닥 인내까지도 쥐어짜는 고통의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나찌의 시녀로서 선동과 선전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히틀러의 씻을 수 없는 학살의 현장을 만드는데 일조 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상황이나 저자가 열거하여 얘기하는 여러 주변 정황으로는 나찌와 별개로 오직 영화 작품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하고, 전범재판에서도 레니의 무고를 인정 ?다고는 하지만 히틀러 집권기에 돈과 부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던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 받으며 죽어 간 유대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히틀러의 연인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히틀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다. 이런 내용들의 전후 그녀의 역작들과 같이 싸잡아 매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 고통의 시간도 영화계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에서의 사진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고도 모잘라 70이 넘는 나이에 스킨스쿠버를 배워 바다 속 영상을 촬영하여 책을 출판하는 그녀의 끊이지 않는 활동 모습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의 삶 속에서 ‘열심히’라는 말을 빼면 할 얘기가 없는 듯하게 느껴진다. 하다 못해 히틀러와 연관된 내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그녀만의 색깔과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숫한 질타와 질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내는 그녀만의 삶의 열정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