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그 은밀한 유혹 -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피트 브론 외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사 놓고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 있던 것을 이번에 보게 된다. 냄새에 대한 안내 문구로 관심을 자극하기에 구입을 했었지만 막상 쉽게 읽히지는 않아 차일피일 하던 것이 최근에 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보고서 냄새에 대한 관심이 유발되기에 보게 된다. 어느 서평에도 나와 있듯이 그 서평을 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늘 접하는 각종 냄새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감각기관—눈, 귀, 입, 피부—에 비해 코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고 할까? 우리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얼굴이 주는 인상의 중심을 잡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그 중심의 역할이 묵묵히 버텨주는 기둥의 역할이라고 하겠다. 눈이나 귀, 입은 코 보다는 상대적으로 화려(?)하다고 하겠다. 예술적인 면을 들여다 보면 눈은 시각적인 자극을 기본으로 하여 즉각적인 면이 많고, 화려하게 우리의 일상에 접하는 것으로 각종 미술영역이 있으며, 귀는 음악이라는 현란함을 보여주고 있고, 그나마 입은 맛이라고 하는 것이 냄새(향기)와 어울려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냄새만의 영역보다는 음식이나 맛이라는 감각과 엮여져 냄새만의 영역이 한정적으로 보여진다. 냄새만의 영역이라고 하면 향수나 화장품이 독립된 영역으로 보여지기는 하나 이것 또한 시각적인 요소들과 엮여 제한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외형적인 느낌을 이 책에서는 보다 세분화하고 정교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허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냄새와 사람이 감지하는 내용이 아직은 미지의 세계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감각기관 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고 하겠다. 냄새 성분이 코의 감각기관을 타고 뇌에 전달되는 생물학적인 구조에서부터 심리적인 요소, 남녀노소, 인종, 지역적인 차이점 등에 대해 다방면에 있어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유전학적인 면도 언급하고 있어 냄새를 감지하는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로 ‘향수’를 읽으면서 느꼈던 궁금증 3가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 보게 되었다. 주인공 그루누이의 능력으로 묘사되는 내용으로 냄새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가? 향수를 제조하는 과정의 묘사처럼 각종 에센스를 섞어서 향수를 제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책의 후반부에 그려지는 내용 중에 과연 냄새로 운집해 있는 그 많은(책에서는 만 여명이라고 묘사) 사람들을 조종(?) 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의 일말의 힌트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직 냄새 맡는 메커니즘적인 과학적 발견의 수준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부 성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있는 페르몬에 관련된 내용은 일부나마 나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페르몬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단지 향수 제조 회사들의 향수 제조 방법들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이라 다른 책을 찾아 봐야 하겠다.

     냄새에 관한 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서 우리 주변에 늘 접하고 있었던 냄새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상업적으로 상품화 하는 내용으로 페르몬을 결합한 향수나 많은 여성들이 애용하는 향수 등의 내용이 알고 있었던 내용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의외로 다가 온다. 또한 냄새와 수명과의 관계에 다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냄새, 향기에 대한 의미는 물리적인 요소에서 개념적인 요소까지 다양하게 표현되는 단어로 소설 ‘향수’에서나 이 책 ‘냄새, 그 은밀한 유혹’을 보면서 냄새, 향기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코에 의한 감각과 결부되어 냄새의 특성을 아우르는 느낌과 뜻에서 파생한 개념적인 “냄새”, “향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역시 사람냄새가 어찌 보면 가장 맡기 좋은 냄새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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