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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평전 1 (반양장) - 일세를 풍미하는 완당바람, 학고재신서 31
유홍준 지음 / 학고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완당(阮堂)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낮 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펼쳐 보니 추사 김정희의 다른 호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서는 추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한다. 평소 추사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정작 “추사체가 뭐지?”하는 질문에는 마땅히 답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 나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완당평전 1, 2』는 많은 의미에서 추사체에 대해 알게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어렴풋하게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는 많은 사진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서 더 직설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3권까지 출판을 했는데 나는 1,2권만
구입하여 늦게 읽게 되었고, 3권은 자료 해제편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이 완당평전(阮堂評傳)이다. 즉 추사 김정희에 대한 전기에 평론을 곁들여 엮었다는
이야기다. 즉 김정희의 삶의 모습과 그의 작품에 대한 나름의 평을 덧붙여 이야기 하는 내용인데 처음과
끝의 이야기는 일사천리, 시종일관 훌륭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위대한 서예가, 예술가, 금석학자, 고증학자이면서 우리의 조상이기에 그분에 대한 평가는 금기 시하여 평한다는 것은 불손하다고 치부하여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유의 생각은 책 중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김정희에 대해 어떤 논박과 토론도 그의 업적에
욕이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은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부여 받고 집안 배경에 있어서도 남부럽지 않은 권세가의 집안에서 탁월한 능력을 십분 발휘한 뛰어난 영재가 일가를 이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추사 김정희에 대한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몇 개의 큰 단위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성장기와 과거 급제하여 정계에 나가는 시기, 제주 유배기, 강상시절, 북청유배와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여 그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기간기간별로 오가는 서찰이나 그가 쓴 여러 글과 그림은 너무도 다양하면서 멋진 글씨의 멋을
느끼게 한다. 한데 아쉬움은 이런 글과 그림에 대한 평가가 너무도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저자가 쓰는 단어는 「고졸(古拙)」하다는 표현이다. 졸(拙)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니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와 추사체에 대한 해석이 너무도 어렵다.
또한 외국—당시 청나라—의 학예에 대한 이야기로
옹방강이나 완원과의 교류와 시대적 배경에 대한 나름의 설명도 있지만 지면의 제약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이야기는 김정희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 해석
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의 차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한 나로서는
상황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워 보인다.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 속에 많이 등장하는 내용으로는 그의 필생의 업적인 추사체로 대별되는 서예분야이겠으나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내용이 서찰일 것이다. 단순히 글씨를 써준 현판이나 병풍, 등의
서예작품에 한정하여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주변 지인과 주고 받은 서찰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인간적인 김정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읽으면서도 저자의 많은 고증과 연구의 결과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의 시대상황과 서찰의 작성시기를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된다. 물론
서찰에 날짜가 써 있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내용과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서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추사체라는 일가를 이룬 서예가로서의 모습과 옛 고문이나 비석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금석학자로서의 명성이 높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허나 책에서 들려 주는 많은 이야기는 이런 일가를 이룬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기 보다는 다방면으로 역사가의 이미지나
정치가나 외교관의 이미지 등이 섞여서 뭔가 대단한 대가의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의
제주도 귀양이나 북청의 유배는 이런 많은 면모에 엮여 피해를 입은 정치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서예가의
모습에 당쟁의 피해자로서의 억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된 모습을 부각하여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달리 보면
이런 귀양살이가 서예가로서 더욱 더 완숙된 경지로 끌어 올려 준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느낌도 저자는 피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의 내용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책 속에서 들려주는 추사 김정희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당연 이 말일 것이다.
“내 글씨는 아직 말하기에 부족함이 있지만 나는 70평생에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吾書不足言 七十年 磨穿十硏 禿盡千毫 오서부족언 칠십년 마천십연 독진천호)” (완당평전 2권 455쪽)
세상에
뭔가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그 결실을 맺는다는 말의 대표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나름의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피눈물 나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단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러기에 추사체라는 글씨 서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후손들이 열심히 배우고 익히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과정의 얘기는 책 중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 놓은
결과의 창작물에 대한 내용이나 감상적인 예술가의 모습에 치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사상가의
이미지를 자꾸 입히려는 느낌이 든다.
책을 보다 보면 일부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좀더 시대 상황에 대한 의미 해석이 덧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희의 관료 생황 중에 중앙정치에
참여하는 과정이 간과되어 있고, 주류에 끼지 못하고 비주류가 되었다면 왜 그런 것인지? 그것이 단지 자신의 글, 그림의 화려한 재능으로 뭇 사람들의 시기
때문이었다는 이유는 왠지 약해 보인다. 화려한 집안 배경과는 달리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그가 잘 어울렸던
부류는 사회적 비주류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내용이 그를 미화하기 위해 말하는 그의 성격이나
호연지기를 보여준다고 하기 보다는 보다 엄밀하게 평가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과정에서 정치적 탄핵을
받게 되고 탄핵의 기간 동안 추사체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책의 주제가 추사 김정희의 위대한
일대기와 그의 인간적인 면만 부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그가 이룬 추사체의 실체나 그의 창작품들에
대한 고증이나 해설은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어 아쉽지만 그의 많은 작품을 시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는 저자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읽지 않은 3권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