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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음식혁명’은 ‘육식의 종말’을 읽은 소감을 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글을 보면서 더 좋게 평하는 음식혁명이라는 책을 보고 어떤 내용인가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의 서문에서 자신에 대한 프로필과 책을 쓰게 된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 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많이 알려지고 자주 찾는 ‘베스킨라빈스31’이라는 상호의 잘나가는 아이스크림의 창립자의 아들이고 한 때는 이 거대기업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는 이야기는 약간 의외로 들린다. 그와는 반대로 이런 유가공 제품이나 육류에 대한 반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내용을 보면 저자에 대한 좋은 의미, 나쁜 의미의 단어들이 연상된다. 어찌 되었든 저자의 특별한 의지(?)에 따라 정리된 내용은 여러 다방면에서 우리들의 음식이 과연 건전한가—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건강을 유지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방향의 내용—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내용이 주로 미국의 음식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먹거리 환경과 직결되는 상황이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영양학적인 면에서부터 육류식단에 의한 각종 질병, 육류생산을 위한 동물사육 방법, 그로 인한 자연파괴, 유전자 변이로 인한 먹거리 문제점 등 다양한 먹거리 얘기를 논리적이면서 방대한 자료들을 열거하여 저자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각종 협회와 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표된 말들을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유가공 관련 업체들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거짓말투성이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내용은 중간중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나 『누구 말이 옳은가?』 등의 표현으로 각 단체, 협회, 연합회 등의 명의로 발표된 자료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숫자와 발표된 문구들은 한국에서도 역시 볼 수 있는 내용인데 무심코 넘겼던 내용이 비교하여 정리된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을 너무도 상반된 내용으로 보여주고 있고, 무지한 소비자들만이 이런 문구에 현혹되어 놀아 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숫자데이터와 저자의 주변에서 벌어진 육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건들—친한 친구의 죽음, 돼지사육사의 비애, 어느 모녀의 식사관련 가족문제, 저자의 방송출연 에피소드 등등—을 이야기 속에 넣으므로 해서 논리적이고 수량적인 딱딱한 이야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로 바꾸는 저자의 글솜씨는 뛰어나다. 이런 글솜씨가 베스트셀러이면서 우리의 식사습관을 바뀌게 하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어 보게 한 이유도 ‘육식의 종말’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다루는 주제나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허나 접근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책의 제목과 같이 우리들—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들—의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음식혁명이고, 육류 식단에 따른 역사적 배경과 그 전개 방향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의 내용은 육식의 종말이라고 하겠다. 음식만의 내용으로 보면 결국 육류 소비, 특히 소고기 소비의 확대는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환경파괴의 원인이라는 이야기에서 두 책 모두 읽어 볼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같은 내용이라 인지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우리들의 식단이 소고기 위주의 소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곧 미국인들의 식단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육류가 배제 된 식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이런 식단의 변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이 책에서 거론하는 육류소비를 위한 공장식 농장과 가공설비의 모습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미국의 먹거리 현실이 곧 우리의 먹거리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이런 와중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뉴스는 걱정이 앞서게 한다. 시중에 유통될 소고기가 문제가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소고기 생산과정이 이 책에 거론된 그런 공장식 농장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다분히 그러리라고 추측되어진다. 이런 우려스러운 먹거리를 단체급식이나 식당 등의 확인되지 않는 먹거리 시장에 퍼진다는 것은 우리들, 특히 어린 자녀의 건강과 행복한 미래를 단기간의 벌어들이는 영리와 맞바꾼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이지 않나 생각 된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FTA협상이나 농축산물 관련 소고기 수입압력과 관련하여 협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게 하고 싶다. 물론 우리의 협상단도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미국의 환경을 미국인이 자세하게 서술하여 정리해 논 이 책 ‘음식혁명’을 FTA협상단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