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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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장에서 10장까지 총 61편의 에세이를 통해 감동 깊었던 문학작품과 일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냥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사에 얽힌 사연들이 문학작품과 잘 어울려 일상사에서 느끼는 감정과 문학작품에서 보여주는 느낌이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 느낌의 연장선은 동일한 느낌으로 귀결되는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가 돋보인다. 평시 느끼는 주변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어 청소년기에 권장도서로 지정되는 대부분의 책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고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대학 교수로서, 한 여인으로, 또 신체가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른 점에서 작가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면서 때로는 제자의 이야기나 아니면 어는 외국인의 모습 속에 비춰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문학작품과 엮여진다. 작가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청소년기에 권장도서로 지정되는 도서 목록의 책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책들을 어느 책은 읽었고, 어느 책은 읽지 못하고 대략의 줄거리만 아는 그런 내용도 있지만 느낌은 줄거리를 대략 아는 정도이고, 읽을 때의 느낌은 지겹게 봐 왔다는 생각만이 떠오른다. 허나 이런 내용을 다시 일상사와 엮어 보여주는 작가의 이야기와 느낌은 다시 한번 권장도서들을 읽어 보고 싶게 한다.

     작가가 영문학 교수이다 보니 대부분의 소개되는 책들이 영어권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내용이 신문에 연재되는 내용이라 한정된 지면에 이야기를 풀어 내다 보니 압축적이면서도 간결한 이야기 전개가 쉽게 읽히게 한다. 때로는 문학작품의 줄거리 위주의 이야기에서 아니면 일상의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어디 하나 겹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작품의 느낌을 이리도 잘 풀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가끔 읽었던 문학작품의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공감대가 다른 읽지 못한 작품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게 하기도 한다.

     처음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펄 벅의 『살아 있는 갈대』의 번역본을 보면서 아버지와 같이 번역한 이 작품이 마치 한국인이 쓴 한국소설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진짜 펄 벅의 글체가 이런 느낌으로 쓰여진 내용을 번역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여, 원문을 보고 확인 한다고 영문판을 구입해 놓고 있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번역본의 느낌이 남다르게 느껴졌었다. 그런 번역작품의 느낌이 이 수필집을 보면서 그냥 나온 번역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영문학전공에다 많은 시간은 외국유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번역을 했을까 하는 나만의 오해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성장기는 한국에서 보냈다는 작가의 말과 덧붙여지는 장애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런 편견의 이야기는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 중에 어린이의 시각과 어른의 시각 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어린아이가 이야기하는 같은 학급의 특이한 아이를 지칭할 때 빨간 자전거를 탄 아이라고 하는 반면, 엄마는 흑인이니 백인이니 하는 지칭이 서로의 시각 차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이 단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나도 고정된 시각으로 보는 어른의 범위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지 않나 자문해 보게 한다. 보통사람들 만을 위한 제도와 구조를 소수의 사람들까지도 배려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여러 장치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되고 나부터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이야기는 배우 유인촌의 공연을 보는 과정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작가가 소개하는 문학작품에 대한 느낌이 그 동안 멋모르게 읽었던 작품의 느낌에서 새롭게 음미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읽지 않았던 내용은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역시 청소년기에 많은 책을 읽어야 할 나의 아들녀석에게도 권장해 주고 싶은 책들의 권장 목록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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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의 심리학 -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마법의 테크닉
간바 와타루 지음, 손문생 외 옮김 / 에이지21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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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트릭이라는 단어의 의미로부터 이 책 『트릭의 심리학』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본심과 겉으로 보이는 표현 내용 모든 것이 서로 다른 행동들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하겠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허나 사전적으로는 서로 다르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저자가 풀어 내는 이야기는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인간이 표현하는 각종 행위의 의미를 해석하여 그 본심이 무엇인지 여러 징후를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무심코 비춰 보이는 행동과 말들의 내용 속에 숨어 있는 각종의미 해석을 통해 본뜻을 찾아 낼 수 있다면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

     유능한 영업사원이나 협상가, 카운슬러는 이런 일상의 트릭을 읽어 내거나 활용함으로 인해 ‘유능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내용은 한가지만의 내용이 아니라 다양한 내용에서 보여지고 있다. 얼굴표정, 언어, 말투, 손동작, 몸짓 등 인간이 표현하는 모든 방면에서 이런 트릭이 표출되고 있고, 이런 트릭이 의도된 연출이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보여지는 내용이 많다고 하겠다. 전문가라고 하면 이런 트릭을 의도적인 연출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선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겠다.

     이런 각종 표현의 트릭이 짤막짤막하게 보여주고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고, 많은 부분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한국적인 정서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례도 있다. 대체적으로는 비슷하다는 느낌은 드는데 일부 내용은 과연 그런 걸까 하는 의문부호가 붙는 내용도 상당수 보인다.

     그냥 쉽게 읽어 보고 우리의 일상에 한번은 활용해 봄직한 생각이 든다. 대인관계에 있어 전문가라고 한다면 이런 내용을 논리적으로 알고 트릭을 쓰는 것이 아니라 체득화된 내용으로 일상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단계가 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각종 트릭의 내용을 과연 어떻게 나의 것으로 체득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숙제가 남는다. 생각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려서부터 대인관계의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이 또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제약이 따르는 내용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내용으로의 트릭이라는 의미의 부정적인 면 보다는 외형의 보여지는 각종 대인관계의 행위들을 통해 본심을 알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 방법에 대한 제시는 익혀두고 체득화하면 많은 대인관계에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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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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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혁명’은 ‘육식의 종말’을 읽은 소감을 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글을 보면서 더 좋게 평하는 음식혁명이라는 책을 보고 어떤 내용인가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의 서문에서 자신에 대한 프로필과 책을 쓰게 된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 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많이 알려지고 자주 찾는 ‘베스킨라빈스31’이라는 상호의 잘나가는 아이스크림의 창립자의 아들이고 한 때는 이 거대기업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는 이야기는 약간 의외로 들린다. 그와는 반대로 이런 유가공 제품이나 육류에 대한 반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내용을 보면 저자에 대한 좋은 의미, 나쁜 의미의 단어들이 연상된다. 어찌 되었든 저자의 특별한 의지(?)에 따라 정리된 내용은 여러 다방면에서 우리들의 음식이 과연 건전한가—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건강을 유지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방향의 내용—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내용이 주로 미국의 음식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먹거리 환경과 직결되는 상황이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영양학적인 면에서부터 육류식단에 의한 각종 질병, 육류생산을 위한 동물사육 방법, 그로 인한 자연파괴, 유전자 변이로 인한 먹거리 문제점 등 다양한 먹거리 얘기를 논리적이면서 방대한 자료들을 열거하여 저자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각종 협회와 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표된 말들을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유가공 관련 업체들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거짓말투성이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내용은 중간중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나 『누구 말이 옳은가?』 등의 표현으로 각 단체, 협회, 연합회 등의 명의로 발표된 자료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숫자와 발표된 문구들은 한국에서도 역시 볼 수 있는 내용인데 무심코 넘겼던 내용이 비교하여 정리된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을 너무도 상반된 내용으로 보여주고 있고, 무지한 소비자들만이 이런 문구에 현혹되어 놀아 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숫자데이터와 저자의 주변에서 벌어진 육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건들—친한 친구의 죽음, 돼지사육사의 비애, 어느 모녀의 식사관련 가족문제, 저자의 방송출연 에피소드 등등—을 이야기 속에 넣으므로 해서 논리적이고 수량적인 딱딱한 이야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로 바꾸는 저자의 글솜씨는 뛰어나다. 이런 글솜씨가 베스트셀러이면서 우리의 식사습관을 바뀌게 하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어 보게 한 이유도 ‘육식의 종말’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다루는 주제나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허나 접근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책의 제목과 같이 우리들—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들—의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음식혁명이고, 육류 식단에 따른 역사적 배경과 그 전개 방향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의 내용은 육식의 종말이라고 하겠다. 음식만의 내용으로 보면 결국 육류 소비, 특히 소고기 소비의 확대는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환경파괴의 원인이라는 이야기에서 두 책 모두 읽어 볼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같은 내용이라 인지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우리들의 식단이 소고기 위주의 소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곧 미국인들의 식단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육류가 배제 된 식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이런 식단의 변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이 책에서 거론하는 육류소비를 위한 공장식 농장과 가공설비의 모습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미국의 먹거리 현실이 곧 우리의 먹거리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이런 와중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뉴스는 걱정이 앞서게 한다. 시중에 유통될 소고기가 문제가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소고기 생산과정이 이 책에 거론된 그런 공장식 농장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다분히 그러리라고 추측되어진다. 이런 우려스러운 먹거리를 단체급식이나 식당 등의 확인되지 않는 먹거리 시장에 퍼진다는 것은 우리들, 특히 어린 자녀의 건강과 행복한 미래를 단기간의 벌어들이는 영리와 맞바꾼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이지 않나 생각 된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FTA협상이나 농축산물 관련 소고기 수입압력과 관련하여 협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게 하고 싶다. 물론 우리의 협상단도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미국의 환경을 미국인이 자세하게 서술하여 정리해 논 이 책 ‘음식혁명’을 FTA협상단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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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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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고 많은 오해와 추측을 해 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의 주제가 어느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헌데 사랑이야기는 맞지만 그 사랑의 내용이 여느 사랑과는 달리 특별한 이야기로 와 닿는다.

     때는 1997년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극악범과 그 극악범과의 매주 목요일 면회를 통해 보여지는 이야기다. 강간 살인을 너무도 쉽게 벌인 범인들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현대에서 최고의 형벌 방법으로 채택되어 있는 사형제도는 이 소설을 보면서 너무도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사형수에 대한 특별한 제도—사형수는 혁수정을 늘 차고 있다든지 하는—에 대해 알기도 한다. 헌데 일단 사형수 하면 극악범이라는 등식이 생긴다. 한때의 범죄로 인해 그 형벌을 받는 하나의 인간인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이고, 간혹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라 접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인공인 나, 문유정은 과거의 아픈 기억에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으면서 자살을 기도하다가 수녀인 고모 모니카수녀를 따라 알게 된 사형수 정윤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 정윤수와 매주 목요일 1시에서 3시까지의 그 짧은 2시간의 만남들 속에 이어지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너무도 감동적이다.

     과거 유명한 가수로, 프랑스 유학한 화가로, 대학 교수로의 화려한 명성의 주인공 문유정과 두 부녀자를 살인하고 여학생을 강간 살인한 살인범으로 몰려 결국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윤수의 이야기는 너무도 다른 신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릴 때의 불우한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를 정리해 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이야기로 생각된다. 이야기의 전개와 연관이 묘하게 엮여 있다. 과거 성폭행의 희생자와 성폭력의 가해자로 사형수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와 그 행위에 대한 회개와 용서의 관계 또한 서로 연관성이 있으면서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도의 불합리한 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형제도에서부터 사형제도의 비인간적인 현실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불우한 우리들의 주변 환경 속에서 범죄자를 양산하는 어두운의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우리사회의 희망과 믿음을 통해 자신의 죄와 용서를 구할 수 있게 하는 사랑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내 나름으로 이 소설이 감동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다른 신분 속에 서로가 할 수 있는 용서와 회개의 방법으로 사랑을 만들었고 그런 사랑이 맺어지는 방법이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로 만약 사형수가 감형을 받아 무기수가 되고, 이어 시간이 흘러 감형되어 출옥하게 되는 시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지만 나의 엉뚱한 상상을 작가는 멋지게 마무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슬픈 결말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극악범을 울리고 회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한다. 아픈 과거의 상처는 가해자도 밉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주변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몰랐다고 하는 주인공 오빠의 항변은 결코 변명이라고 할 수 없는 말이고, 엄마의 무책임한 말은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이런 사랑 없는 말들과 행위가 우리의 삶은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랑만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빛나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영화광고를 무심히 봐 왔었는데 이 소설을 영화화 한 내용이라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의 느낌이나 소설의 느낌은 분명 다르리라 생각된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다행이다 싶은 것이 원작 소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그 느낌과 감동은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다르리라 생각된다. 시각, 청각 등의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자극적인 감동보다는 소설 속에 그려는 감동의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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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4 - 노란 녀석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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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편의 ‘노란 녀석’은 앞에 나왔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이제 막 정년을 마감하고 은퇴하려고 하는 하티건 형사가 마지막 근무일에 강간범으로부터 소녀를 구해내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동료 형사의 만류에도 정의에 넘치는 하티건의 정의의 사도와 같은 행동은 무모하게 비춰진다.

     역시나 거부의 절대권력자의 아들이 소녀 강간범으로 등장하면서 하티건으로부터 제지를 받는다. 그런 과정에서 돈에 매수된 동료의 배신과 죽다 살아난 하티건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죄에 의해 8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다. 그리고 억지 자백을 받고 풀려난 하티건은 8년 전 폭력의 현장에서 구해낸 낸시 캘러핸을 찾아 재회하지만 그 강간범 ‘노란 녀석’의 복수극은 전형적인 미국영화의 호러물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징그럽고 혐오감이 느껴지게 하는 ‘노란 녀석’은 역시나 가학적인 강간폭력범이고 이런 폭력범에게 보여지는 통쾌한 결말은 그나마 안도하게 하는 느낌까지 갖게 한다.

     전편과 같이 난무하는 폭력의 모습은 피가 튀기는 듯한 폭력의 현장을 보여주는 전형이겠다. 그런데 이번 편에 보여지는 폭력의 모습은 왠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3편까지 지나면서 그림 속에 보여지는 장면들에 의해 폭력에 대한 면역이 생겨서 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악역을 담당하는 등장인물이나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가학행위의 모습이 동정 받지 못하는 내용이고, 살인의 장면이나 폭력의 장면이 영화 속에서 익숙해져 있는 칼이나 총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만화의 내용은 흑백의 무대에서 주로 밤의 장면들이 주 배경으로 보여지고 있다. ‘씬시티’라는 무법(?) 천지의 어느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도시의 특징으로 생각되는 것은 문제해결 방법이 폭력이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공권력이 극악으로 치닫고 그 극악화된 권력에 대항하여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암흑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 만화의 주된 배경이 되겠다. 또 하나 자극적인 면은 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매춘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매춘부의 세상(?)으로 그려지는 올드타운은 매춘부들이 법인 그런 마을로 보여지고 있다. 여기에 압권은 미호라는 닌자 풍의 여 검객은 기존 권력의 횡포에 잔인하면서도 무자비한 처단하는 보복자로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폭력으로 점철된 이야기의 전체적인 느낌은 암울하다는 느낌과 부당한 권력에 대한 과감한 대항은 어찌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저런 방법 밖에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강력하게 와 닿는 흑백의 그림들은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폭력의 강한 인상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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