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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고 많은 오해와 추측을 해 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의 주제가 어느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헌데 사랑이야기는 맞지만 그 사랑의 내용이 여느 사랑과는 달리 특별한 이야기로 와 닿는다.
때는 1997년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극악범과 그 극악범과의 매주 목요일 면회를 통해 보여지는 이야기다. 강간 살인을 너무도 쉽게 벌인 범인들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현대에서 최고의 형벌 방법으로 채택되어 있는 사형제도는 이 소설을 보면서 너무도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사형수에 대한 특별한 제도—사형수는 혁수정을 늘 차고 있다든지 하는—에 대해 알기도 한다. 헌데 일단 사형수 하면 극악범이라는 등식이 생긴다. 한때의 범죄로 인해 그 형벌을 받는 하나의 인간인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이고, 간혹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라 접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인공인 나, 문유정은 과거의 아픈 기억에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으면서 자살을 기도하다가 수녀인 고모 모니카수녀를 따라 알게 된 사형수 정윤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 정윤수와 매주 목요일 1시에서 3시까지의 그 짧은 2시간의 만남들 속에 이어지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너무도 감동적이다.
과거 유명한 가수로, 프랑스 유학한 화가로, 대학 교수로의 화려한 명성의 주인공 문유정과 두 부녀자를 살인하고 여학생을 강간 살인한 살인범으로 몰려 결국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윤수의 이야기는 너무도 다른 신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릴 때의 불우한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를 정리해 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이야기로 생각된다. 이야기의 전개와 연관이 묘하게 엮여 있다. 과거 성폭행의 희생자와 성폭력의 가해자로 사형수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와 그 행위에 대한 회개와 용서의 관계 또한 서로 연관성이 있으면서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도의 불합리한 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형제도에서부터 사형제도의 비인간적인 현실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불우한 우리들의 주변 환경 속에서 범죄자를 양산하는 어두운의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우리사회의 희망과 믿음을 통해 자신의 죄와 용서를 구할 수 있게 하는 사랑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내 나름으로 이 소설이 감동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다른 신분 속에 서로가 할 수 있는 용서와 회개의 방법으로 사랑을 만들었고 그런 사랑이 맺어지는 방법이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로 만약 사형수가 감형을 받아 무기수가 되고, 이어 시간이 흘러 감형되어 출옥하게 되는 시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지만 나의 엉뚱한 상상을 작가는 멋지게 마무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슬픈 결말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극악범을 울리고 회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한다. 아픈 과거의 상처는 가해자도 밉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주변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몰랐다고 하는 주인공 오빠의 항변은 결코 변명이라고 할 수 없는 말이고, 엄마의 무책임한 말은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이런 사랑 없는 말들과 행위가 우리의 삶은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랑만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빛나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영화광고를 무심히 봐 왔었는데 이 소설을 영화화 한 내용이라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의 느낌이나 소설의 느낌은 분명 다르리라 생각된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다행이다 싶은 것이 원작 소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그 느낌과 감동은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다르리라 생각된다. 시각, 청각 등의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자극적인 감동보다는 소설 속에 그려는 감동의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