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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향연 -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 ㅣ 메디컬 사이언스 7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소들의 화면들을 뉴스 화면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소들이 광우병(狂牛病)에 걸린 소들이라고 한다. 뇌 기능의 문제로 인한 기본적인 생리 작용을 못해 발병된 증상이며, 병을 앓다가 죽은 사체의 뇌를 보면 뇌에 구멍이 나 있다고 한다. 끔직하다. 이런 소들의 이야기다. 아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시작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섬뜩하다. 다름아닌 식인종으로 유명했던 남태평양지역의 뉴기니 섬의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된다. 식인종이라는 이야기가 어렸을 때 만화의 소재로 나왔던 생각이 난다. 조금은 왜곡 된 느낌이 들지만…. 그런 식인 풍습이 있는 부족의 이야기로 그들의 식인 풍습에 대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들려 준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병 “쿠루!” 식인을 했던 계층은 뉴기니의 주민들 중에 상대적으로 단백질 섭취에 밀려난 계층으로 여자들과 어린이였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또한 장례절차의 하나로 식인풍습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기도 하고, 그 실상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들만의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들에게서 발생하는 병 쿠루는 고통과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게 하는 병이었다. 이런 병에 대해 일선에서 발벗고 나선 학자가 가이듀섹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장면과 같은 책의 전개는 식인풍습의 장면과 이어지는 쿠루병의 발병내용에 이어지는 학자의 등장과 연구 성과에 대한 소개와 같은 극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그러나 쿠루병의 발병원인이 식인습관에 의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며, 이 병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은 현재 미진한 상태이다.
쿠루병과 또 다르게 거론되는 크로이츠펠트야고프병이 다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100만 명 중에 1명 꼴로 발병하는 뇌질환 희귀병으로 쿠루병의 내용과 유사한 질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남태평양 어느 외지의 이야기가 아닌 유럽의 영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희귀병이라서, 뇌질환의 특수성으로, 일반질병과는 다르게 긴 잠복기—짧게는 2~3년, 길게는 30~40년—의 영향으로 질병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단지 사후에 뇌의 질병결과에 대한 관찰을 통해 유사질병이라는 것을 알 뿐이다.
또 다른 질환으로 동물들, 특히 소, 양 등에서 보여지는 일명 광우병은 어느 날 갑자기 전면에 등장한다. 정상적으로 서있지 못하고,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처리하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는 소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원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 또한 충격적으로 와 닿는다. 결국 뉴기니섬의 식인습관과 유사한 동족 식육습관이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뇌질환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광우병 역시 초식동물인 소, 양 등이 산업화된 대량 식육공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육식성 사료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들에서 발병되고 있다는 이야기 또한 충격적이다.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각종 실험들—약품으로 소독하고, 전통적인 고온고압 살균을 하고, 자외선 등의 빛을 쪼이고, 방사능에 의한 살균 등의 작업들—을 통해서도 살아남아 또 다른 질병을 유발시키는 악질(?)적인 모습의 병이라는 것이 놀랍다. 전통적으로 끓는 물에 2~3분이면 대부분의 세균, 바이러스 등의 질병의 원인균들이 죽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 질병의 원인균—아직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은 잘 버티고 살아남아 또 다른 죽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질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오직 ‘운’ 밖에는 없어 보인다. 예방법은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의 정상적인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동물들도 뇌나 특수 부위에 대한 식용을 않하면 될까? 잘 모르겠다.
불치의 병들이 과거 암에서 AIDS를 거쳐 이제는 (인간)광우병으로 대변되는 뇌질환들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점점 더 극소화되고 완치라는 개념이 애매모호하게 변화되는 느낌이다. 이런 불치의 병들도 점차 치료방법들이 찾아지고 불치는 없어지기는 하지만 또 다른 불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니면 과거에도 발생했는데 그 빈도가 희박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고 이제는 더 세밀해져 이런 불치의 병까지고 영역이 넓어져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산업화되고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희귀하던 병이 이제는 이런 병까지도 대량생산체계를 맞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된다. 하루빨리 그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해결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현대사회에서 질병이든 그 치료법이든 경쟁체계 속에서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형태는 또 다른 생각이 들게 한다. 질병에 대한 발견과 치료법의 개발은 명성과 부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결과에 집착한 모습은 다양한 방법의 시도를 죽이는 내용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희귀병에 대한 경쟁적인 질병원인 발견과 해결노력들에 대한 학계의 모습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최근에 있었던 황박사의 해프닝과도 같은 느낌들이 든다. 그냥 해프닝이 아닌 정확한 원인 분석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맘 또한 간절하다. 그만큼의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최근 이슈화되는 미국 소고기 수입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이어지는 광우병과의 연관성은 이 책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단지 광우병 자체의 의미와 내용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는 것이고, 발병원인이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의 생산, 유통과정이 시스템화된 감시체계 속에서 확인된 소고기 인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이슈화된 광우병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