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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과 정신분석이라는 주제가 잘 어울려져 있고, 현실감 있는 주변이야기가 잘 엮어져 재미있다. 정신분석이라는 주제 자체가 어려운 학문적인 소재를 소설형식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워 보이는데도 등장하는 정신분석의 원 창시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면서 재미를 더해 간다. 이야기는 2~3가지의 상황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어느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책 표지에도 조만간 영화화 된다는 것을 알리면서 재미있다는 것을 암시 한다.
처음 정신분석이라는 주제가 포함된 내용이면서 등장인물에 프로이트라는 정신분석가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설명을 듣고 별로겠거니, 아니면 조금은 어렵겠다는 선입견은 들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끼게도 한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재미를 더해 준다. 서로 다른 시점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하나의 사건 종결로 이어지는 소설의 형식은 책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화 한다면 책이 주는 재미는 덜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앞뒤에 보여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와 많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법과 교수 이며, 프로이트와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고 한 작가의 이력은 소설 속의 이야기와 관련이 많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유명한 문구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하는 내용은 소설 속에 주인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숙제로 등장한다. 이 내용은 다 읽고 나서 후기에 나오는 작가 소개의 글들 속에서 작가가 전공했던 공부 내용을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나 끌어 가는 과정 속에 등장하는 당시(1909년을 전후한) 뉴욕의 모습들이 잘 묘사되면서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이 박진감 있게 느껴진다. 처음 살인현장을 묘사하는 내용에서는 TV 연제드라마 CSI를 통해 많이 접했던 살인현장의 감식 장면이 연상되나 소설 속에 그려지는 내용은 어설퍼 보인다. 지문 감식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소설 속의 상황은 바로 확인될 수 있는 내용인데…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너무 많이 CSI를 봐서 그런 것도 같다. 허나 소설 속에 보여지는 이야기의 기간은 대략 1주일 정도 지나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이니 지문감식이다 유전가 분석이다 하면서 오직 과학적인 분석에만 의존하는 수사 방법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물론 소설 속의 용의자에 대한 논리적이고 증거에 의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은 당시와의 차이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후반부로 가면서 다리—다리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브룩클린다리 인지 맨허튼다리인지 혼돈이 되는데 유명하기는 브룩클린다리(1883년 개통)가 더 유명한데, 개통시점을 보면 맨허튼다리(1909년 개통), 킌즈보로다리(1909년 개통)가 있어 과연 어느 다리가 배경이 되었는지 책을 다시 찾아 봐야겠다—건설 현장에서 증거물을 찾는 장면은 여느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박진감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프로이트와 그이 제자들 중의 한 명인 융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당시(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의 미국 방문 시점)의 정신분석학자들 간의 권위, 암투, 알력 등이 유명세와 엮어져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한다. 새로운 학설의 탄생과정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내용은 파격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런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하나의 학설로 인정되는 과정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 든다. 또한 그의 제자가 스승과의 관계와 자신의 새로운 학설에 대한 인지, 그를 통한 유명세와 권위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이 소설 속에서 느껴진다. 분명 이런 내용들이 실재 벌어진 이야기 일까라는 의문을 갖는다면 누구도 답하지 못할 것이다. 오직 과거의 당사자들만이 답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단지 우리는 소설 속에서 그 사건들에 대한 상상을 해볼 따름이다.
추리소설에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접목하면서 처음 내가 가졌던 선입견을 깨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후기는 등장하는 이야기의 사실여부를 이야기 하면서 많은 고증과 연구를 거치고 자신이 배웠고 관심 있었던 분야의 내용을 조화 시켜 멋진 소설을 만들어 낸 것에 놀랍다. 하나의 소설이 이야기의 뼈와 살을 만들어 완성된 하나의 작품을 완성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러 수고를 단지 재미있게 느끼고 읽을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