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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의 역습 -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학
랜디 O. 프로스트 & 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 / 윌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저장 강박장애!”
이 책을 통해 저장 강박장애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다. 간혹 방송매체를 통해 집안에 온통 쓰레기로 가득한 집을 소개하는 내용이 머리에 떠오른다. 맥주 캔으로, 병마개로,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각종 쓰레기로 온통 집안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접하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면서 간단히 넘어가는 가십거리로 치부했었던 내용인데 어느 날 책을 보면서 이런 일이 나에도 있는 증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편으로 나 또한 뭔가를 모아서 버리지 못하는 증세를 이 책의 주인공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정도의 차이 뿐….
책을 시작하면 콜리어 형제의 얘기로 시작한다. 책의 세밀한 서술에 놀라 인터넷을 찾아 보니 책에 서술된 내용이 정확하다 못해 더욱 더 실감나게 설명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사진으로 보면 콜리어 형제가 살았다는 건물은 지상 4층 건물로 웬만한 상가 건물 정도의 규모로 당시(1940년도)도 그렇지만 상당한 재력가임을 짐작하게 하고, 이런 건물에서 170톤이 넘는 잡동사니가 나왔다는 저자의 설명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채워져 있는 잡동사니에 의해 위층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는 얘기도 과장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잡동사니의 내용은 다종다양하다. 재력이 있다 보니 각종 서적에서 고가의 가구, 악기 등 다종다양함을 저자의 설명과 사진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런 행동을 한 콜리어 형제의 행동의 이유는 무얼까 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등장하는 몇 명의 중증 저장 강박장애를 가지는 사람들을 두 저자는 인터뷰와 각종 실험과 테스트를 하면서 그 원인을 찾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결론은 한마디로 무엇 무엇 때문이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원인은 없어 보인다. 단지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거론하는데 그 내용도 가정에 그치는 내용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하는 내용은 성장기에 심리적 위축을 보상 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택한 것으로,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특정 물건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종 다양한 물건도 되고,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을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만이 특별하고 쓸모가 있다고 느껴 모으는 사례도 있다. 결국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가 이런 저장 강박장애로 표출된다는 설명이다. 반드시 심리적 장애로 인한 저장 강박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단정적인 원인과 결과로 얘기하기도 어려운 내용으로 보인다. 많은 증상자들에 대한 내용이 이런 유형들이 많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내용으로는 성장기에 궁핍한 환경에서 부족함에 대한 심리적 불안에 대해 성장 이후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이런 증상이 발현되었다는 추정도 있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장애에 대한 치료 방법을 제안하고, 증상자 스스로나 가족들이 노력을 해 보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증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장애도 물질만능의 사회 상황에서 가능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넘쳐나는 물건 속에 자신이 안고 있는 정신병 비슷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변의 잡동사니를 끌어다 모으는 이런 행위는 증상자 개개인의 나름의 치유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사례자의 내용을 너무도 실감나가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 보는 신문을 미처 보지 못한 기사가 있고, 보지 못한 기사가 분명 중요한 내용이라고 추측하여 나중에 보겠다고 쌓아두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다음날, 그 다음날도 못 보는 신문이 점점 더 늘어나는데 이 신문들을 버리자니 중요한 정보를 버리는 것 같고, 나중에 본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보지 못해 결국 이렇게 모아지는 신문이 온 집안을 채워간다’는 과정의 설명은 이 책의 극단적인 중증 저장 강박장애자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쉽게 발생하는 내용 중에 하나일 것이다. 비단 신문 만이 아니라 늘 입고 있는 옷가지도 마찬가지다. 예뻐서, 모양이 좋아서, 유행이니까 등의 여러 이유로 입겠다고 삿던 옷들이 어느 순간 매번 입던 옷을 빼고는 옷장에 쌓여만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구입할 때를 생각하면 아까워서 버리지도, 누구에게 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1,2년을 한번도 입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는 경우가 나에게 있다. 이런 상황이면 경미하게(?)나마 나도 저장 강박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정리의 달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인가 보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가 저장 강박장애로 볼 것인가는 이런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한 저자들의 판단을 받아 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오겠지만 한편으로 집안을 모두 정리해서 온 집안이 횡 덩그런 상황이 되면 너무 썰렁해서 오히려 더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아닐까? 물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이 발 디딜 곳도 없어서 물건을 밟고 지나다녀야 할 상황은 너무 했다 싶지만 어느 정도는 지저분한 분위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듯이 각자의 개성에 맞춰 살아 가는 것은 아닐까? 쓰레기에 파묻혀 그로 인해 본인의 안전과 건강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불쾌감과 각종 피해를 준다는 것은 큰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자각하는 정도에서 볼 때 저장 강박장애의 선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연구하는 저장 강박장애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학교 기숙사에서 각종 잡동사니를 모아 놓고 단계별로 모아 놓은 사진을 보니 이상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이런 것도 측정을 하고 그림으로 남겨 놓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정작 이런 사진을 보는 사람은 ‘아 이런 상황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이런 환경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동거인의 입장에서는 미쳐 버리거나 헤어짐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물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이런 이유로 이혼했다는 사람도 나오니 “아하 그렇겠지~~”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