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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1 (1부 1권) - 왕도(王道), 하늘에 이르는 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5년 6월
평점 :
유림(儒林)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면 다음과 같다. ‘林’은 숲처럼 많은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는 "공자(孔子)를 숭상하고 유교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나와 있다. 오늘날에는 “유학(儒學)을 공부하며 유교적 신념을 고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추가적인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이런 사전적 의미에 내 개인적인 선입견은 왠지 고리타분(?)하다고 할까? 고리타분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구세대, 보수적인 느낌, 시대에 뒤 떨어진다는 의미들로 연상된다. 이는 서양문물에 뒤처져 서양화된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이라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다. 또한 그런 교육을 받아왔고, 알게 모르게 세뇌되어 각인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느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는 생각이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 부족의 기반 위에 현재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우리문화에 대한 생각을 이 책들에서 뭔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여 보여주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주변에서—지금은 아니지만 출판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랐던 책들 중에 하나이어서 더욱 더 그런 기대를 해 본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졌다고 하나 내가 본 내용은 1부로 3권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정도전, 공자, 이퇴계를 중심으로 한 유교사상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첫 편에는 정도전의 혁신정치가 시대상황에 반영되지 못하고 기득권 세력에 밀려 몰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정도전이 시도하려고 했던 공자의 이상정치의 원류를 찾아 공자의 행정을 돌아보며, 3권에는 이퇴계의 행적을 통해 공자의 유학의 완성을 이루는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심오한 유학이라는 내용을 감히 전공도 하지 않은 내가 거론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고, 감히 논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단지 책을 보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의도와 나의 느낌을 간단하게나마 내 나를 대로 적어 본다.
우선 작가의 의도가 좋다.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우리의 것을 찾아 보는 것도 좋고, 우리 조상의 행적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 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내용이다. 또한 기술과 경제의 급속한 변화 환경 속에서 약간은 맞지 않는 유교, 유학의 여러 사상들이 어떻게 자리 메김 하고, 우리 것으로 변화하여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공감되어져 온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과정에 있어 쉽게 접하면서 거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우리 조상의 이야기라는 생동감을 불어 넣는데 있어서 이 소설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행문과 같은 형식으로 500년의 시간 간극을 현실로 불러와 당시의 탁월하고 명석했던 선조들의 족적을 되짚어 보면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좋았다. 단지 바라보는 관점의 차리라고 할까? 다수의 대중에 대한 생각의 관점이 오늘날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기득권층의 비기득권층에 보이는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특히나 그런 행태의 모습은 과거 500년 전이나 지금의 현실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기득권을 쟁취하고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배려도 못하는 그런 정치현실이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우리의 역사를 통해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금석이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책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 중에 나름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서술되어지는 양반계급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다른 점을 많이 느끼게 한다. 일 예로 3권에 나오는 이퇴계의 이야기는 남녀상열지사라고 할까 계급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서술하는 내용이 이퇴계의 유학을 완성하고, 동방의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문적 업적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의구심은 한편으로 우리들이 우리자신에 대해 호칭할 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며, 이퇴계, 이율곡 등의 유학의 대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그 대가들의 사상이나 저술 내용이 뭇 사람들에게 쉽게 와 닿고, 설명하는 내용은 찾아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조상의 유구한 업적과 빛나는 얼을 받들기 위해서는 과연 그 업적과 얼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고 되새겨야 자부심이 생기고 긍지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글이나 최초의 인쇄물인 다라니경, 팔만대장경, 등등 우리 조상들의 숫한 업적과 유물들이 과연 당시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느냐에 대한 오늘날의 재해석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맥락에서 작가가 소설이라는 방법을 통해 『유림』이라는 우리 조상의 빛나는 얼을 오늘에 되살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후속으로 이어지는 2부에서 나의 궁금증과 답변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