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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은 우주비행사의 이야기와 다른 한번은 평범한 30대의 여느 입사지망생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치 우주비행사가 그들만이 느끼고 체험했던 이야기를 친한 사람에게 전해 주는 이야기처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기자를 꿈꾸는 입사지망생의 일상의 모습과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와 집 나간 고모를 찾아 미국에 갔다 오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여자를 꿈꾸는 친구 민의 모습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이런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다가 결국에는 현실을 바로 보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어느 소설가의 서평에서도 얘기 했듯이 등장하는 우주비행사의 편지글—나중에 주인공 은미의 고모가 상상하여 어머니(은미의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너무도 실감난다. 마치 미국의 NASA라는 데에 근무하는 진짜 우주비행사의 체험담을 쓴 내용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최근에 신문지상과 방송에 연일 보도되는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우주개발과 달 기지 운운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의 이야기가 상상만의 일이 아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또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로 은미의 고모를 찾아 가는 이야기가 초반에는 우주비행사의 편지글과 결부되어 진짜 우주비행사인 고모를 찾아가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고모를 만나고 난 다음날 고모의 현실을 보면서 약간은 실망이 느껴진다. 우주비행사의 멋진 편지가 그런 꿈 같은 상상을 하게하던 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유원지의 매점의 사장이라는 본 모습의 고모를 보고서 상상은 깨지고 만다. 그러면서 고모의 삶을 보면서 뭔가 모를 우리의 실체에 대한 인식을 하게 한다. 결국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은미는 가업으로 이어지는 갈비집 식당 점원으로 취직하여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출근하는 모습이 대 반전으로 느껴진다. 또한 여성을 꿈꾸는 친구 민의 트랜스젠더의 결심과 수술, 조카의 모습 등은 여느 일상의 모습 속에서 나를 찾고자 하는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학창시절 소위 학교에서 잘나가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겠다. 이런 인물로 보여주는 주인공 은미와 은미의 고모는 학교에서 우등생 대열에 오른 사람들이겠다. 이런 사람들이 각자 개인들이 가지는 꿈을 쫓아 살아가는 과정은 다르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그려지는 은미의 고모의 모습이 그런 전형을 보여준다. 우등생에서 파격적인 결혼과 출산, 이혼, 외국인과의 재혼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암으로 인한 시한부 삶의 모습이 평범한 삶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삶의 모습이 불행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면 과연 고모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내용으로 봐서는 행복해 보인다기 보다는 자신의 삶에 만족해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투병과 삶을 마감해 가면서 그려지는 모습이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말미에 은미가 전해 준 선물 속에서 어머니로서 아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조카의 파행적인 행동의 모습 속에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런 고모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은미나 그녀의 친구 민의 모습은 각기 다른 상황으로 그려진다. 은미는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으로 다른 한편은 꿈을 쫓아 가는 모습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과연 어떤 모습이 더 바람직한 선택일까? 이분법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는 각자의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기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늘 상 꿈꾸는 이상이 현실에 접목되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꿈은 나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라 생각된다. 현실을 배제한 꿈은 막연한 이상으로만 남겠지만 이상을 생각하고 이상을 이루려고 하는 많은 시도의 현실이 나를 지금보다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