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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지음, 박계수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국수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하게 세계적으로 즐기는 음식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다. 책을 보면서 과연 국수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생각도 해 본다. 책에서는 어찌 보면 국수의 범주 보다는 국수를 아우르는 분식이라는 내용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보통 우리가 국수라고 하면 긴 면발을 생각하는데 책에서는 이런 면발이 느껴지는 국수를 비롯하여 보통 얘기하는 마카로니라고 얘기하는 동그랗고 짧은 길이의 음식물에서 만두까지를 애기하고 있다. 긴 면발의 국수를 광범위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국수라는 범주 보다는 분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세계적으로 알려진 국수에 대한 이야기로 보편화 된 국수도 있고, 처음 접하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월남국수는 최근 들어 유행처럼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많이 먹는 잔치국수나 칼국수, 잡채, 우동 등이 이런 범주에 들겠다. 월남국수에 비해 잔치국수 등은 양이나 맛에 있어서 덜 상품화 되었고, 옛날 모습에서 변화가 적은 음식이라고 하겠다. 어찌 보면 수익사업으로 성장한 월남국수나 우동 등의 국가적인 이미지를 담은 면류 먹거리에 있어서는 잔치국수가 상품화 이미지는 약해 보이는 면이 적지 않게 있어 보인다.
면류에 대한 먹거리는 비단 우리만의 먹거리로 인식되었던 것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먹거리라는 것을 새삼 인식된다. 대표적으로 얘기되는 국수류 먹거리로 이탈리아의 스파게티가 있고, 일본의 우동, 베트남의 쌀국수 등의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음식이겠다. 우리들이 많이 먹어 왔던 먹거리로는 일반적인 국수와 칼국수, 잡채, 우동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음식은 잔치음식으로 특별한 날에 먹던 음식이고, 하루 3끼의 식사 중간에 새참으로 먹었던 음식들이다. 자체 열량으로 보나 먹는 방법에 있어 밥보다는 가볍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그런 면에 있어서 서민적인 음식이라고 하겠다.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는 농사일을 하셨던 외가댁에서 오후의 허기를 잠시 줄여주는 음식으로 국수를 먹었던 옛 기억을 더듬을 수 있겠다.
이런 음식에 대한 각 나라별 의미와 느낌, 그 음식에 담겨 있는 정서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내고 있다. 중국에서, 일본에서, 베트남에서, 이탈리아에서, 독일에서 작가만의 경험과 느낌을 자신의 숨겨진 에피소드와 곁들여 풀어내는 이야기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읽을 거리로 생각된다. 이야기 중에 한국에서의 이야기가 그리 다양하게 거론되지 못해 아쉬움은 있다.
작가의 국수에 대한 이야기 중에 면류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느낌과 내용이 다르고, 동서양의 먹는 방법 또한 나뉜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동양은 면류를 국물과 함께 먹는 내용이 많고, 서양은 치즈나 소스에 버무린 면류를 선호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의 잡채와 같이 각종 야채를 섞고 볶고 버무려 먹는 음식도 있지만 대부분 국수라고 하면 국물과 같이 먹는 면류 음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면류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만두 종류는 면류와는 다른 음식으로 인식되는데 작가는 이런 만두와 같은 음식도 그 나름의 국수 종류로 인식하고 있다. 어찌 보면 국수의 문화사라는 개념 속에서 이 책을 본다고 하면 협소한 범위에 국수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나 면류의 국수라는 범주에 한정하지 않고 만두나 마카로니와 같은 그 형태를 변형한 면류 음식을 다루고 있어 국수의 이야기는 더 많은 범주의 이야기로 풀어 낼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국수라는 음식이 각기 나라별로 주류의 음식으로 발전하고, 각 나라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여 하나의 상품이나 나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음식들이 최근에 접할 수 있는 국수류를 보면 우리의 국수 먹거리도 이런 상품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에 못지 않게 맛과 멋을 겸비한 먹거리도 있으니까.
책을 보면서 주로 거론되는 지역이 유럽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이야기다. 결국 작가의 활동지와 연관되어 그 해당지역의 먹을 거리에 대한 이야기와 결부되어 있는데 반면에 미국이나 남미, 호주 지역에는 이런 면류 먹거리에 대한 음식을 즐기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져 온다. 전통적인 먹거리의 내용이 없어서 이거나 아니면 그 지방의 먹거리가 이런 면류는 즐겨 하지 않기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세계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전세계를 아우르는 지역별 국수류에 대한 선호도 내지는 해당지역들의 분식 종류의 먹거리 얘기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국수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니 비빔국수가 생각난다. 여름날 점심이나 늦은 저녁에 빨갛게 고추장에 버무린 국수면발에 깨소금과 오이채를 언져 먹는 비빔국수의 모양과 맛이 새삼 느껴진다. 이런 국수의 맛은 스파게티나 쌀국수, 우동과는 다르게 우리의 맛으로 느껴지는 대표적인 면류 먹거리일 것이다. 끼니 사이사이에 먹는 새참의 간편한 먹거리에서 보다 상품화되고 나라의 이미지를 담는 면류 제품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연상된다. 입맛 당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