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처음
책을 봤을 때 ‘11분’이 뭘까 하는 생각을 했고, 책의 등에는 제목과 그 사이에 그려져 있는 여자의 그림이 뭔가 야함을 암시하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소니아 로시의 『퍼킹 베를린(Fucking Berlin)』을
연상하게 한다. 적나라한 성적 표현을 하면서 이야기 하는 이탈리아 여인의 베를린에서 성을 파는 경험담을
소설의 형식으로 써내려 간 내용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코엘료가 이런 류의 소설을 썼다는
데에 느낌이 새롭다.
11분은 인간이 성적 결합을 하는데 있어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여느 포르노물을
보면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장면들을 접하는데 이런 내용은 보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내용인지는 몰라도 11분이면
족하다는 얘기를 한다. 정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포르노물은
성적자극을 극대화 하기 위해 설정한 과장된 내용이고, 성적 기교가 뛰어나지 않은 보통사람들은 소설의
제목과 같이 11분이면 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소는
스위스다. 스위스의 제네바역 근처의 베른가(구글 지도에는
배흐느가(Rue de Berne)로 나온다)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이 주인공인 마리아가 활동하는 영역이라고 하겠다. 즉 코파카바나
나이트클럽—브라질의 지명과 나이트클럽의 이름이 동일하다—을
통해 매춘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소설의 시작은 브라질의 시골처녀가 어릴 적 성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소녀시절의 남자에 대한 느낌(?)과 기억을 간직하고, 22살의 나이에 리우데자네이루의 동남쪽 해변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만난 스위스의 해외 취업알선업자(?)를 만남으로 이어진다. 큰 결심과 이어지는 스위스로의 댄서 취업은
그녀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고, 이어지는 댄서생활의 따분함을 넘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매춘부로의
전환, 그리고 스위스의 언어 습득의 총명함이 맞물려 스위스 매춘업계로 뛰어 든다. 그러면서도 도서관을 다니면서 부단한 교양을 쌓는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나의 선입견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지면서 성을 본격적인
사업수단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면서 고향에 돌아가 나름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부각시키고 ‘특별손님’을 맞는 과정에서 SM이라고 하는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 일찍이 어린 나이에
성공한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이어가는 얘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을
보면서 여성의 성에 대한 내용을 남자가 써나가는데 대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이런
솔직한 이야기가 과연 실재 여성들이 가지는 성에 대한 내용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말미에 작가가
실재 소설의 모델을 인터뷰했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성장해 온 배경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가상의 내용이라는 느낌이 짙게 느껴진다.
소설의
내용은 여느 뉴스 내용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3류 영화의 소재나 신분을 속이고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내용과 같은 인신 매매단의 얘기가 연상된다. 해외 취업알선업자에 속아 몸 버리고, 돈 버리고, 그리고 나라망신 시키는 불쌍한 여성의 뉴스 내용과는
다르게 취업보장이 확실히 되어 있고, 자유의사에 의해 자유롭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스위스의 얘기는
새롭게 느껴진다. 진짜 스위스에서는 이런 성매매가 가능하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성매매 특별법이란 것이 있어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2004년 9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는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이와는 다르게 성매매가 자유롭다는 것에 또 다른 충격(?)아닌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베를린에서도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과거 한국에서 성매매의
대명사로 서울의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영등포역
이나 용산역 부근, 인천의 옐로 하우스, 부산의 완월동 등
많은 집창촌이 있지만 대부분 기차역 부근에 있는데 이곳 스위스에도 제네바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세계적인 공통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행객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이니까 그런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매매춘의 주체는 대부분 사업가, 회사 고위직 등 외관상으로 봐서는 매춘을 할 것 같지
않는 부류가 주 고객으로 등장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의 성에 대한 불만족이 경제력을 배경으로 고급 나이트클럽을 통해 매춘을 하는데, 한번에 350프랑이라고 하면 한화로 371,175원(2013-10-22일자 환율 기준)이니까 나이트클럽에서 음료와 숙박장소 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50만원
남짓 하는 비용이 드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매춘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어느 포르노에는 고급 콜걸과의
매춘에 2,000불(약211만원)을 지불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에 비해서는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나?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매춘부도 하나의 직업으로 강제적인 강압은 없다는 것과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확실한 보장이 되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준다. 나이트클럽의 사장이 자신의 사업에 대해 철저한 직업의식(?)을 발휘하는 만큼 그 속에서 매춘 일하는 여성 또한 철저한 직업의식을 그리고 있다. 하다 못해 유부녀가 매춘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터부시 하지 않는 내용은 놀랍기만 하다. 과연 이런 내용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매춘과
매춘부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소설의 내용에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사랑에 무게가 실려 있기는 하지만 다분히 자극적인 소재라서 그런지 그 사랑에
대한 주제가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성매매를 하는 상대와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고, 어린 나이에 성공한 젊은 부자가 매춘부를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물론 동양의 한국사회에서와 다른 사고방식의 유럽이나 남미의 성에 대해 개방적인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인지는 모르겠다. 소설을 보면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