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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 종암에서 힐탑까지, 1세대 아파트 탐사의 기록
장림종.박진희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4월
평점 :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라고 되어 있어 이 책은 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에 대한 얘긴데 처음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한국에서 시작한 때부터 대단위의 단지형태로 넘어가기까지의 모습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알게 된다. 간혹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아파트의 모습이다. 최근 영화로는 『숨바꼭질(2013년, 허정 감독, 손현주,문정희 출연)』의 주 배경이 이 책에 등장하는 옛 아파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른 영화 『도둑들(2012년, 최동훈 감독, 김윤석,김혜수 출연)』에서도 한 장면 나오긴 하지만… 이런 영화들에 보여지는 아파트의 모습은 중정(中庭)—마당의 한가운데, 집안의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있는 뜰—이라고 하는 형태의 아파트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아파트는 책에서 보여 주고 있는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충정아파트일 것이다. 이런 아파트에 대해 보면서 중정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다. 조금은 낮 선 명칭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전국 어디를 가도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보편화된 주거 형태가 되어 버렸다. 허나 현재의 고층 아파트 형태로 변화되기 전에는 책에 소개된 내용과 같이 몇 가지 유형의 아파트 모양을 찾아 볼 수 있고, 봐 오면서 성장했던 기억이 난다. 정작 소개된 형태의 아파트에서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 낡아 빠진 아파트로 “저런 건물은 재개발도 안 하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낡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간접으로 이런 옛 아파트의 내부를 둘러 봤던 기억을 되새기면 같은 면적으로도 너무도 불편했던, 불편해 보이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난다. 지금의 아파트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의 연구와 개발이 된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잊어 먹었던 옛 아파트에서의 정취는 사라져 갔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새삼 느껴져 온다.
내가 본격적으로 아파트에서 살아 가면서 체감 했던 곳은 잠실의 대단지 아파트에서의 생활인데 이도 지금은 새롭게 개발되어 옛 모습은 없어 지고 고층의 아파트로 바뀌어 천정부지로 상승한 아파트 가격만이 체감되어져 온다. 물론 책에서 소개 된 1세대 아파트도 개발 당시에는 서민을 위한 고가의 주택의 형태이며, 신개념을 처음 접하는 주거모습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모습으로 바뀌어졌지만…, 인터넷을 찾아 보니 일부는 허물고 새로운 건물로 지어진 곳도 있고,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역사의 유물과 같이 버티고 있기도 한데 지금은 돈의 가치로 바라다 보니 이런 아파트는 돈이 안 되는 퇴물로만 느껴진다. 이렇게 바뀌진 상황에서 지금도 저자가 얘기하는 아파트에서 오가는 정서가 그대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아파트 변천사를 보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아파트의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아파트에 딸린 환경, 예를 들면 난방시스템이나 주거 단위(가족 수나 맞벌이, 수요자계층 등)의 요구에 의해 바뀌어져 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난방을 위한 연료는 나무에서 석탄, 특히 연탄을 때는 연탄보일러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 석유를 이용한 석유보일러, 지금은 가스보일러로 대체되어 왔다. 대단지의 경우 중앙집중식의 난방에서 개별보일러로 변화 되었고, 이에 맞게 요즘의 보일러 광고는 다종다양의 고기능 가스보일러 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시기의 아파트는 주로 연탄보일러세대라 볼 수 있고, 엘리베이터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라 높아야 5층의 저층아파트에 연탄을 때서 사용하는 풍경을 연상할 수 있다. 점차 기름(석유)보일러로 교체되었고, 플라스틱 통에 석유를 담아 개별 배달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LPG라고 하여 개별 가스통을 1층의 뒤 담벽에 놓고 길게 가스호스를 통해 난방과 조리용으로 사용했던 기억도 난다. 이제는 가스관을 통한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변두리나 시골이라고 하는 시외지역에 가면 간혹 접하는 과거의 난방연료의 공급방법을 찾아 볼 수 있다.
편리한 생활과 경제적 활용도를 통한 재산의 축적 수단으로 바뀌어 왔고, 이런 모습이 이제는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포화상태로 다다르면서 새로운 개념의 주거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변천사를 접하면서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옛 향수만을 느끼는 낭만적인 감성보다는 이런 아파트를 보면서 한국의 아파트 주거형태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과 앞으로의 아파트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