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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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이 흑산도를 가리키나 보다. 그래서 흑산도 자료를 찾아 보고, 지도 상의 위치를 찾아 본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있는 섬이라고 나온다. 흑산도, 홍도, 상태도, 가거도 등의 도서로 이루어 진 중에 제일 큰 섬인 흑산도가 이 소설의 주 무대로 등장한다. 이곳으로 유배가 된 정약전의 신유박해에 연루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천주교 박해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신유박해의 정치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왜 정부에서 천주교인을 죽여야 했는지에 대한 내용 보다는 이 박해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일반 서민들의 삶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들이 왜 천주교를 믿게 되었고, 그런 그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서민의 삶은 무척이나 척박하다. 천주교인과 연관이 되어 불려가거나 잡혀가면 감옥에서, 형장에서, 아니면 감옥을 벗어난 이들 또한 모두 죽음에 이르는 내용은 너무도 참혹하다. 이런 내용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따라 가다 보면 뭔가 울분이 밀려 올라 온다. 이런 시각에서 신유박해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찾아 보면 맨 보여지는 내용은 정치적인 원인, 배경, 결과이고 그 결과도 주요 인물에 대한 몇몇 사항만 간단하게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많이 보여 주는 내용 또한 순교자에 대한 이야기만 눈에 띈다. 신유박해에서 희생당한 사람이 비단 순교자 만의 내용은 아닌데 무고하게 죽어간 그들의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렵다. 


     허나 이 소설을 보면 그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래서 슬프다. 천주교를 받아 들이고 순교라는 모습으로 죽어간 그들의 모습 속에 왜 그들이 죽음의 이유가 종교적인 면 이외에 그들의 삶 자체가 당시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양반, 쌍놈 하는 명백한 신분제 속에서 자유를 준다고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신분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천주교인들 사이에도 변형된 엄연한 신분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주교의 전파가 사회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당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 정도였고, 이런 이들이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희생양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일반서민의 모습이 특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척박하다. 과연 그들의 삶이 내가 느끼는 정도 인지 아닌지는 절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필체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고유의 느낌은 독특하다. 『남한산성』이나 『칼의 노래』에서 본 내용은 이 소설 『흑산』에서 보는 내용과 같이 무능한 정치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을 쥐어 짜는 모습을 실감한다. 작가가 이런 주제만을 소설로 그려서 그런지 몰라도 당시의 상황을 역사에서 배웠던 건조한 사건 사고의 내용이 아닌 당시를 살았던 우리 조상의 얘기를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간결하게 끝나는 필체와 꾸미지 않으면서 직설적이고, 인간 삶의 원초적인 내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 일례로 박차돌의 여동생이 고문을 받고 감옥에서 죽어가는 장면일 것이다. 감옥의 상황—끌려온 죄인의 모습이나 당시 감옥의 환경적인 상황, 고문을 받고 죽을 수 밖에 없는 모습 등—을 간결한 설명으로 실감나게 그려 내는 모습은 너무도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그 밖에도 정약전이 흑산에서 살아가는 모습 또한 일상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여 그가 그곳을 받아들이고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의 삶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런 내용도 작가 특유의 필치를 느끼게 한다.


     후반부에 나오는 순교성지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성당에서 들었던 순교성지에 대한 내용이나 의미와 막상 그곳에 가서 본 느낌, 그곳들에 대한 자료를 찾았을 때의 모습은 하나같이 같은 방향의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순교자의 모습에 국한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이 소설을 보면서 다른 시각 다른 모습을 접하는 느낌이다. 앞에서 얘기한 순교성지의 의미와 내용을 글로, 현재의 모습을 보다 보니 당시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나 이런 느낌이 아니라 소설 속에 드려지는 내용을 통해 보다 실체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과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의 시각은 분명 다르겠지만 지금 당시를 생각해 볼 때 또 다른 순교성지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한다. 순교자를 포함한 무고한 백성의 죽음의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전에 가 봤던 절두산성지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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