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영표 만화..

디비디 DVD 1 - 땀과 비누와 디디의 이야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천계영님은 지금 뉴욕에 있다지 아마.. 가끔 윙크에 실리곤 하는 작가의 근황에서 보여지는 뉴욕의 풍경은 실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독자들에겐 설레임 그 자체다.. 뭐.. 아메리칸 드림이 꿈꾼다고 해서 모두 이뤄질리 만무하지만..

몇년 전 우연히 사인회에서 본 천계영님의 인상은.. 잡지에 실린 사진에서보다 더 평범했다.. 어떻게 보면 장난기 가득한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인상의 작가가 그려내는 만화는 실로 신선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10대의 코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인상으로.. 10대들에게 열풍을 일게했던 언플러그드 보이를 그려냈으며.. 비교적 최근작으로는 재활용 밴드의 고군분투기(?) 오디션이 있지 않은가.. 언제나 현실이 배경이지만.. 언제나 현실적이지 않은 몽롱한 세계.. 내가 본 천계영의 만화는 언제나 비현실적인 현실감이다..

이번에 연재되는 DVD도 범상치 않다.. 세 주인공 땀과 비누, DJ의 이니셜에서 따온 DVD는 영화로 치자면 주인공에 의존한 스탈이다.. 그렇지만.. 그 밖에 등장인물이나 설정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아직까지는 장르도 명확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특징만으로 장편만화를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로드무비, 액션, 멜로, 판타지, 심리, 추리, 코믹, 로드무비가 될지.. 장르는 무궁무진하다.. 이 기상천외한 주인공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오히려 판타지??

언년이 이야기 1
하시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분명 조선시대가 배경이다.. 김언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윤진사댁 종으로 일하고 있으며.. 주인댁 둘째 도령인 민기도령을 몰래 사모하고 있다.. 타고난 미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꽃띠 언년이는.. 어떻게든 민기도령의 눈에 들어 소실자리로라도 않아 출세하고픈 소망이 있다.. 이러한 언년이에게 눈엣가시는 이 집 마당쇠.. 그러나 대부분 만화에서 그러하듯.. 여주인공이 처음 연심을 품었던 하늘하늘한 꽃미남 도령보다는.. 터프하고 주인공에게 앙숙에 가까운 냉혈미남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거기다 이 민기도령은 엉뚱하게도 마당쇠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으니..

배경은 조선시대요.. 대사는 현대 학원물에 난무하는 은어일색에다가.. 야오이 코드까지 접목? 짬뽕 내지는 비빔밥같은 만화다.. 하시현님의 그림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또.. 마당쇠의 멋지구리한 근육을 보고자하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봄직한..

냉정과 열정사이..?

메이드 인 헤븐 쥬리 Made in Heaven Juri - 단편
야시키 유카리.사쿠라이 아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2월

똑같은 사건에 대해 남녀 주인공의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본에선 이러한 설정의 소설이 종종 등장하나부다..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소설도 똑같은 이야기에 대해.. 남자 주인공은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자 작가가 쓰고 있다.. 물론 냉정과 열정사이는 굳이 말하자면 주인공은 같으나 같은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무리함이 있기도 하다.. 현재 주인공 남녀는 옛 연인에 대한 기억만을 가지고 각각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영화에서처럼 같은 이야기로 보기에는 무리함이 있다..

암튼.. 이 만화도 냉정과 열정사이에서처럼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각각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준다.. 요즈음의 소설이 대부분 3인칭 시점보다는 1인칭 시점이 많은 것은..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좀더 독자와도 친숙해질 수 있고.. 또 한 사람의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덜 피곤해서 그렇지 않을까.. 이건 그냥 내 생각이지만.. 근 미래가 배경인 독특한 사랑이야기..

뭐.. 그냥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 자아.. 이런걸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는 아니어서 소재가 주는 신선함.. 또는 각각의 시점에서 보는 같은 듯 다른 이야기의 매력.. 그런걸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었다..

2년차 징크스..

엔젤 샵 Angel Shop 2
황숙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앞서 독자서평을 쓰신 분들의 말대로.. 사랑과 정열에게 맹세의 기쁨은 주지 못하네요..
흔히.. 2년차에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운동선수나 가수나 탤런트.. 뭐 그런 직종이나.. 그런데서.. 신인시절 매우 뛰어난 활약을 보인 사람들한텐.. 주변에서 견제도 많아지고.. 또 많은 사랑을 받는만큼 부담도 커질테고.. 만화가도 그럴까요? 사랑과 정열에게 맹세가 워낙 인기를 끌어서 부담스러웠던 탓일까요.. 후속작은 그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럽네요..

원래 독자란 쉽게 뜨거워졌다가 또 쉽게 배신을 하기도 하는 존재니까요.. 전작의 재미에 기대를 많이 했던 독자라면 후속작에 대해선 그 기대수준이 더 높아지는 거겠죠..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샵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만화의 주 무대죠.. 보리스와.. 보리스를 좋아하는 로봇가게 냉미녀 유리 엔젤... 암튼.. 앞으로는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드뎌 8권이 나왔네요..

남성해방대작전 8
이미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1월

아주 오래전에.. (정말 오래된듯..) 남성해방대작전이 윙크에 연재하던 시절에.. 아마.. 최근에 이 작품을 보기 시작한 독자라면.. 뭐? 윙크에 연재했다고? 웃기네.. 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 때.. 이미라라는 인기작가의 작품이 윙크에 연재되고 있었다.. 실제와 판타지를 섞어놓은 기묘한 설정.. 그리고.. 이미라 특유의 황당한 유머와.. 남장 여자라는 어쩌면 유치하고 만화에선 흔하디 흔한 코드.. 그리고.. 여존남비의.. 우리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시대배경.. 암튼.. 기본적인 재미는 갖춘 셈이다..

무엇보다도 그림체가 예쁘고.. 설정 자체가.. 요즘 난무하는 학원물이나 가벼운 코믹물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허전한 느낌의 정체는 알 수 없다.. 진지함이 빠졌나.. 그렇지도 않고.. 만화적 재미가 없냐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관통하며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작가 이미라.. 21세기 2000년대에는 그 약발이 다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