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NANA 15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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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 15권이 등장했다. 표지에선 하치의 행복한 웃음 위로 따뜻한 눈이 내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상상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표지와는 다르게 내용은 늘 그렇듯이 불안함을 던져주고 있다.   <나나> 신간이 발행되면, 주저없이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래핑을 뜯어서 <나나>의 내용 안으로 들어가가까지는 조금쯤의 용기가 필요하다.

  표지에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나나가, 하치가, 렌이, 신이.. 아니 그들 모두가 실은 조금씩 흩어지고 괴로워하고 상처받는 모습들을 고스란히 지켜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두들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데, 작가는 참으로 냉정한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 같다.

  파파라치에 찍혀버린 렌과 레이라의 다정한 사진,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과거사. 나나의 방황과 렌과 나나의 위태로움. 거기다 냉철하고 잘난 남자 타쿠미의 결심이 더해져서 하치는 드디어 고마츠 나나가 아닌 이치노세 나나가 된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불행은 소리없이 다가온다고 했던가? 아니, 하치는 과연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긴 할까? 문득 행복하게 웃고 있는 하치와 나나의 뒤로 어김없이 비쳐지는 그늘을 발견하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하치와 타쿠미, 나나와 렌, 레이라와 신, 야스와 미우, 그리고 노부와 아사미까지 그들은 모두 연애를 하고 있지만, 진심어린 사랑을 하는 걸까? 어쩌면 모두 자기자신의 상처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뭐, 어차피 사랑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니... 행복한 웃음 뒤의 쓸쓸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진정한 행복일 수 있을테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외로워하지도 않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모두... 이렇게 등장인물이 애처로운 만화는 별로 없었다. 조금 우울해지기까지 하니 대략 낭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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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2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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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그 단어가 주는 느낌마저도 찬란하고 푸르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러한 젊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청춘의 정점에 있다. 이 만화 <절정>의 두 주인공 한새와 모토 역시 그 푸릇한 젊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발산한다. 전작 <넌 너무 멋져>에서도 살풋이 드러난 작가의 보이즈 러브 취향은 이번 작품 <절정>을 통해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몇 년 전이라면 메이저급 잡지, 그것도 국내 최장수의 순정만화잡지인 윙크에서 이처럼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동성애가 묘사되는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탓일까, 검열의 잣대가 흐려진 탓일까. 그도 아니면 요즈음 소위 말하면 뜨고 있다는 야오이의 성장세 때문일까. 암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듯 이 작품 <절정>은 제목 그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만화가 이영희의 인기도 정점에 올려놓았다.

  그렇다면, 이토록이나 독자들이 <절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정>을 즐겨보는 독자들이 모두 동인녀라서? 지금까지 음지에서만 떠돌던 동성애란 소재를 과감하게 양지로 끌어올린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 뭐,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취향이 시대의 흐름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는 데 인기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연애는 타이밍이라고…….

  비단 ‘연애’에서만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스타나 작품도 시대를 잘 만나야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데뷔 초 너무나도 혁명적인 모습으로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서태지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 문화대통령’이란 칭호로까지 불리우며 대중을 휘어잡은 건 그만큼 시대가 원하는 코드와 서태지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영화계에 <왕의 남자>가 있다면, 만화계에는 <절정>이 있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지금 현재의 문화계의 코드와 <왕의 남자>나 <절정>의 인기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문구일 것이다. 만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매체이며, 인기를 먹고 사는 문화상품이긴 하지만,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독자가 아닐까 한다. 물론 만화가 미치는 대중적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문화를 문화 그 자체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나는 것 아닐까.

  지나고 보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젊음, 그 푸릇한 청춘이 아닐까. 젊은이여, 청춘을 즐겨라. 그리고 <절정>에 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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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1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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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나 전설은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오래도록 읽혀지고 기억되어진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재해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신일숙 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과 『프쉬케』라던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을 섬기는 한승원 님의 『프린세스』, 동양적인 한(恨)의 미학을 처절하게 그려낸 김혜린 님의 『불의 검』, 그리고 신화와 판타지의 기묘한 조합이 돋보였던 김진 님의 『바람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순정만화에서도 신화와 판타지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사랑받아왔다. 『레일로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윤미경 님이 그려내는 신화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 고대 신화의 수신(水神)이자 요즘 드라마 <주몽>의 인기로 새삼 부각되고 있는 해모수의 아내 유화의 아버지이기도 한 하백(河伯)이 윤미경 님의 만화로 되살아 난 것이다. 비록 구전되는 신화 속의 하백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뭐 어떠랴? 그것 또한 만화를 보는 즐거움 아닌가.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놀라움을 선사했던 윤미경 작가님의 전작 『레일로드』는 아름다운 그림체와 더불어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 담백한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신작 연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그 장르가 놀랍게도 동양 판타지였다.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버리고 만 것. 『레일로드』가 잔잔한 일상과 소박한 이웃의 모습을 보여준 정겨운 일일 드라마였다면, 『하백의 신부』는 수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미니시리즈랄까(어쩌면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하백의 신부』가 『레일로드』보다는 장편연재가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오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수국(水國)에 제물로 바쳐진 하백의 신부 소아. 그러나 막상 수국에서 대면하게 된 그녀의 남편이자 수신(水神) 하백은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인물로 소아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건방지고 시니컬한 꼬마 하백이 밤마다 꽃미남으로 변신하는 변태(變態) 미소년이었던 것. 물론 1권 시작하자마자 여주인공이 하백의 정체를 알게 되면 만화적 재미가 감소됨을 우려한 작가의 철철 넘치는 배려로 인해 무신경하고 둔한 여주인공의 전형을 이어가는 소아 역시 하백과 무이(밤이 되면 커지는 하백의 다른 이름)를 먼 사촌지간 쯤으로 알고 있다. 하백과 무이를 전혀 닮지 않았다고 말하는 소아의 대사에서 그녀의 기막힌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마을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순결한 처녀 이야기는 비단 전설이나 신화에서 뿐 아니라 전래동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익숙한 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진부한 설정을 어떻게 재미있는 전개로 이끌어 가느냐가 이 만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백의 신부로 당첨(?)되어 낯선 수국에서 생활하게 된 호기심 많고 당차지만 여리고 순수한 소녀 소아와 오만하고 성질 나쁜데다가 잘생기고 변신 능력(?)까지 두루 갖춘 꽃 소년 하백(비록 나이를 가늠할 수 없으나 겉보기 등급 상 충분히 ‘소년’으로 분류할 만하다^^)이 이 만화의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하백과 소아를 둘러싼 주변 인물, 특히 비밀을 가진듯한 대장군 후예와 카리스마 넘치는 하백의 어머니 서왕모, 무라 여신, 무산신녀 요희, 불의 신 주동, 의사 겸 발명가인 태을진인에 베일에 쌓인 하백의 첫 번째 신부 낙빈에 이르기까지 온통 신비롭고 화려한 등장인물들을 『하백의 신부』에서 만날 수 있다. 

  과연 월하노인이 소아에게 쥐어준 두 개의 빨간 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백과 무이? 아니면 후예? 그도 아니라면 또 다른 제 3의 인물이 등장할까? 하백이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첫 번째 신부 낙빈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1권을 읽고 난 뒤에는 온갖 물음표들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워 더 없는 초조함과 간절함으로 2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도대체 어떤 만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비슷한 만화에 질려버린 독자라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윤미경 표 판타지의 세계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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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6-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여요~
 
배트맨 2 - 할인행사
팀 버튼 감독, 대니 드비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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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을 좋아하는 지라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팀 버튼 감독이 연출했던

1, 2편을 가장 좋아한다.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에 영웅으로 등장했던 마이클 키튼도....^^

배트맨의 세계는 늘 밤이고 음울하기 그지 없지만

그 음울함과 음침함, 스산함마저도 사랑스럽다.

참,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캣우먼 미셀 파이퍼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요즘 모습을 떠올리자면 다소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속의 미셀 파이퍼의 모습은 여자도 반할만큼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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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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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블루는 우울함의 상징으로 떠오르곤 한다.

우울한 생일이나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blue birthday...로 표현되는 것처럼...

요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동성애는 예전부터 그 존재는 미미하였으나,

분명 사회 여기저기서, 특히 문학적으로는 꽤 오래 전부터 소재로 다루어져왔다.

이 작품이 나온 것도 벌써 12년 전이나, 미국과 우리나라 문화적 괴리감이 거의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어쩌면 요즘 우리 사회의 이슈와 가장 적절한 관계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집에서 동성애라는 민감한 소재를

이토록 다양하고 특별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낸 작가들의 탁월한 말솜씨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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