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k No.18 - 2006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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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명아와 택강의 데이트 장면이 표지를 화사하게 장식하는군요. 이 표지처럼 명아와 택강, 이찬이가 모두 행복해 질 수 있음 좋겠어요. 가보지 못해 아쉬웠던 부천국제만화축제 기사와 함께 노트북을 차지한 행운의 주인공도 만날 수 있다죠. 완전 부럽습니당~ 「절대마녀」의 김태연 작가님과의 릴레이 인터뷰에다가 제가 너무도 살앙하는 작가 이빈 님의 신작 소식에 두근대는 맘을 감출 길이 없네요. 게다가 퇴마사 이야기라니 기대감 120% 상승 중.


김미정 작가님의 야심작 「소녀화첩」이 윙크의 포문을 엽니다. 살아있는 소녀화첩 수아제트와 어마어마한 부를 이용하여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외로운 냉혈 남 이안의 사랑이야기가 첫 회부터 마구마구 가슴을 설레게 하네요.


「푸르츠」낑깡 편 여자애의 가슴 크기를 과일에 비유해대는 은근 밝힘 남 박율암. 그런 율암에게 딱 꽂힌 나현은 율암의 양보할 수 없는 ‘취향’에 딱 걸린 절대약점의 소유자 였으니……. 바로 낑깡 사이즈의 20점짜리 가슴이 문제였던 것. 그러나 역시 절대취향이란 건 없나보아요. 언제나 푸릇한 과일향이 풍기는 알싸한 로맨스가 역시나 이번 호에도 즐겁게 하는군요.


「절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호에도 역시나 모토와 새즈의 므흣하고 야릇한 신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죠. 이쯤해서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모토의 나이도 살짜쿵 밝혀주시는 센스. 게다가 방황하던 새즈가 완전 제대로 들이대고 있답니다. ㅋㅋㅋ~


점점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궁」. 기어코 채경의 집에까지 이혼의사를 밝히시는 중전마마. 아니되옵니다~ 채경과 신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기에 이르는데, 어쩐지 매우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나저나 다음 회 「궁」을 11월 1일자에나 만날 수 있다니 너무 하옵니다~


「H20」 택강의 가정적인 모습에 택강을 새로 보게 된 명아. 하지만 즐거운 분위기도 잠시. 늑대본색을 숨기지 못한 택강의 러브어택으로 명아는 이찬이에게로 달려가지만, 이찬이와는 언제나 엇갈리고 마네요. 게다가 속상한 이찬은 우연히 마주친 양호 샘에게 승부수를 던지는데……. 과연 이들의 사랑의 행방은?


「절대마녀」 제이콥 할아버지가 스카일라에게 양도한 타티아나의 지분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고, 스카일라는 금족령에 처하게 되죠. 아이쿠. 위기에 처한 스카일라는 주얼을 찾아가고 엄청난 제안을 하는데……. 눈치 빠른 독자님들! 감 잡으셨나요?


「오늘도 무사히」 베일에 쌓인 헌터의 과거가 얇게 저민 생각처럼 조금씩 드러나네요. 근데, 대체 ‘어머니의 자녀들’은 뭐란 말입니까? 헌터의 목적은 외계인 생포에 있겠지만, 어쩐지 그렇게 전개될 거 같진 않죠? 의외로 어리버리한 헌터와 어리숙해 보이지만 할 말 다하는 세라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군요. 게다가 헌터와의 오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됩니다. 완전 기대되요~


「천일야화」 파티마와 샤자만이 판 함정에 제대로 빠져버린 샤리야르. 우리의 샤리야르 님은 이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까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만 샤리야르에게 닥친 불행이 어느 때보다도 가슴 아프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세하라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는 샤리야르. 좋지 않은 전개죠? 흠흠…….


「전설의 강도영」 언제나 캐발랄 도영군과 달리 미래는 항상 좋지만은 않은 듯 하죠? 그래도 미래 곁에는 항상 든든한 도영 군이 있지 않겠습니까? 미래 부모님의 엇갈림은 가슴 아프지만 이런 때야말로 도영 군의 위로가 절실할 때. 어디 도영 군 같은 남친 없을까요? ㅋㅋㅋ~


「마틴 & 존」 마틴과 존의 가슴 아픈 이별 이후 이야기는 급 전개를 맞이하는 군요. 음, 뭐랄까 언제나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 느낌이 변함없네요. 마틴과 존은 다시 만나게 될까요?


「하백의 신부」는 볼 때마다 놀래키는 재주가 있네요. 아무리 신들이 우글대는 수국이라지만, 상상의 세계란 역시 굉장합니다. 왜 독자들은 모두 아는 걸 주인공은 이다지도 눈치가 꽝일까요? 거 참, 답답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또 그게 매력이기도 하겠죠? 


「설탕중독」 재규와 휘환의 평범한 첫 데이트는 당췌~ 평범하지 않게 시작하지만, 옛말에 이르기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남들 하는 건 대부분 합디다. 그리구 역시나 있는 집 자제분은 다르시군요. 데이트의 스케일이 다르네요. 언제나 부럽소. 재규 양~


「캣스트릿」로리타 드레스 마니아지만 누구보다 귀엽고 따뜻한 모미지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건 좋지 못한 습관이겠죠? 모미지의 굴욕에 가만 있을 케이토가 아닐 테니 케이토의 화끈한 복수쇼가 기다려지는군요. 참, 레이와 케이토 사이의 오묘한 변화는 직접 확인하시자구요~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9월이 성큼 다가왔네요. 길가에 코스모스도 피어있고, 하늘도 더 없이 파래지고 있어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진 마시구~ 맛난 거 많이 드시고, 독서(그 중 으뜸은 만화책^^)도 많이 하시구, 행복 바이러스 가득한 가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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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천국 1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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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능력은 만화에선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초능력과 황폐화된 미래 지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황미나 작가님의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보다 좀 더 복잡한 코드를 갖추고 있으면서 고뇌하는 영웅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며 광활한 우주가 배경이 된 대작 「레드문」, 한 때 세기말로 일컬어지던 1999년에 태어난 초능력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신일숙 작가님의 「1999년생」, 미 완결 작품으로 잊혀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는 서문다미 작가님의 「END」에 이르기까지 초능력 세계는 매력적인 만화소재로 등장한다. 서현주 작가님의 신작 「M의 천국」은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 비하면 좀 더 현실에 가깝고, 또한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초능력은 얼마만큼의 확률로 나타나는 걸까? 한 때 초능력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사기꾼 ‘유리겔라’처럼 만들어낸 초능력이 아닌, 실재 초능력자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영화나 만화의 상상력은 가끔 현실에선 절대 만족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M(Mutants)의 천국」은 바로 그 발상에서 시작한다. 초능력자가 존재하는(아니, 존재한다기보다 초능력이 더 이상 놀랄 만큼 신기한 능력이 아닌) 세상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서 어느 순간 실마리를 보이다가도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카리스마 있고 엉뚱한데다 가끔은 귀엽기까지 한 마법사 K의 마력(?)과도 같은 매력이 돋보였던 「I WISH」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서현주 작가님에 대한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일까. 후속 작이었던 「그들의 일상생활」과 「건드리지 마」에서는 예의 그 독특한 유머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I WISH」의 포스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 평범함 이상의 비범함은 보이지 못했다. 신작 「M의 천국」은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 만큼 시작부터 흥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강원도 산골 과부촌에서 살던 아령은 이제 막 초능력자들이 우글거리는 서울로 상경했다. 오자마자 처음 만난 사람은 험악한 인상과 싸가지 없음으로 무장한 초능력자 텐. 게다가 아령의 눈에는 그가 가진 엄청난 크기의 날개가 포착되고, 환영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 바로 17세 전후로 드러난다는 “초능력”이 아령에게도 생긴 것. 아령에게 초능력이 나타나고, 모모고등학교의 초능력 클럽 ‘M의 천국’에 스카웃(?)되면서 아령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슈퍼 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원하는 대신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하는 초능력자들. 이들은 초능력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가고 국가공인 초능력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자격증을 따지 못하면 20세 이후에는 초능력이 지워지므로), ‘M의 저주’라고 불리우는 약점도 가지고 있어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갑자기 초능력자가 된 아령과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으로 마음과는 다르게 말하는 텐의 이야기가 1권에서 그려진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M의 천국’의 멤버들-강도인, 공초류, 고신남, 은지하-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기다려진다. 텐의 본명은 뭘까? 가장 싸가지 없는 캐릭터인 고신남은 의외로 가장 다정다감하고 정의로운(?) 캐릭터가 아닐까? 작년에 있었다는, 잘 나가던 클럽을 순식간에 쫄딱 망하게 한 사건은? 그리고 신비에 쌓여있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강한 기대감!! 다 같이 “M"의 세계로 가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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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미션 1
후지 아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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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정만화, 특히 학원 연애물을 질리도록 본 독자라면 표지와 앞의 몇 페이지만 펼쳐보더라도 이후의 전개는 빠삭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질 것이다. 흡사 오랫동안 TV 드라마를 즐겨 보던 시청자가 드라마의 향후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는 것처럼…….

  <스위트 미션>은 그간 질리도록 보아온 일본판 학원 연애물이다. 물론 다소 특이한 설정이 몇 군데 등장하긴 하지만 남녀공학의 고등학교, 특히 학생회가 배경인 작품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다. 어쨌든 1권에선 본편의 ‘Lady M을 찾아라.’라는 에피소드와 함께 다른 두 가지 단편이 실려 있으며, 2권에선 조금 더 진도가 나간다고 해야 할까. 몇 가지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다.

  단짝친구 마이코가 학생회의 브레인이자 최고 인기남인 모리시타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후, 며칠 째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걸 계기로 아카리는 모리시타를 찾아가고 쌀쌀맞고 냉정한 모리시타의 겉모습을 보고 처음엔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친구를 납치한 범인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모리시타 선배는 한 순간 정의의 기사로 돌변한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이 사람과 자꾸만 부딪치게 된다. 오호~

  여기서 잠깐! 로맨스 만화 남자주인공의 필수 조건!

  잘 생기고 스포츠 만능에 머리 좋은 데다 권력(보통 반장, 학생회장에 심지어 기숙사 사감까지 있음)까지 두루 갖춘 완벽한 왕자님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 싸가지 없음은 기본이요, 가끔 섹시하기까지 해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인기에 수많은 여인네들의 대시를 받지만, 결코 거절한다. Why? 이 냉혈꽃미남의 큐피트의 화살은 당연히 여자 주인공의 몫!!

  이런 남자주인공의 얼음 같은 심장에 제대로 꽂힌 여자주인공은 어떨까?

  여자주인공은 순정만화 열혈독자들의 대리만족감을 몹시 충족해 줄 수 있어야 하므로 결코 빼어난 미모를 가져서는 안 된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어쩐지 꽤 인기가 있으며, 남자주인공과는 악연으로 만나서 서서히 가까워진다. 결코 눈치가 빨라서는 아니 되며(눈치 없고 둔한 설정은 만국공통의 법칙), 그러므로 남자주인공이 그렇게나 들이댈지라도 시종일관 ‘쟤가 왜 저러지?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을까?’라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온갖 에피소드를 거쳐 남자주인공과 사귀는 사이가 되었을 지라도 지나친 자신감 결여로 끊임없이 고민에 빠지고, 남자친구의 첫사랑이라도 나타났다 치면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완벽 냉미남 남자주인공과 어리버리 여자주인공의 하트의 방향은?

  평범한 만남은 사절! 삼각관계는 필수! 보통 악연으로 시작하여 티격태격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정이 들어버리는 케이스가 부지기수. “세상에서 제일 싫어.”라고 끊임없이 외쳐 대지만, 어쩐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존재가 되고 그러다가 덜컥 므흣한 스킨쉽을 동반한 후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둘 사이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싶으면 반드시 남자주인공의 첫사랑이라던가 여자주인공의 주위를 배회하는 남정네가 등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주인공의 사랑은 변함없이 해피엔드를 맞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열광하며 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듯 잦은 우연과 온갖 법칙이 난무하는 그렇고 그런 순정만화에 끊임없이 매료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인공 A와 B가 결국에는 해피엔딩이라는 흐뭇한 결론에 이를 것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그들 사이의 밀고 당기는 연애의 과정을 지켜보는 묘미랄까. 둔하고 답답한 여자주인공을 보면서, “혹시 나도 여주인공처럼 얼빵하게 굴면 순정만화 속 샤방한 꽃미남이 대쉬해 오진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는다면, 그건 아직 순정만화계에 막 입문한 순진한 독자의 속내일 테다. 순정만화에 통달한 독자라면, 만화 속 어리버리 여주인공에게 갖는 감정은 “나는 저러지 말아야 겠다.” 혹은 “남자가 저 정도 눈치를 준다면 잽싸게 캐취해서 재빨리 내 껄로 만들어야지.”라는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훈남의 결정체 남자주인공에게 느끼는 감정은 말 그대로 현실에선 절대 채워지기 힘든 대리만족이다.

  <스위트 미션>은 독자들이 기대하는 온갖 순정만화 법칙이 난무하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권을 찾게 되는 이유는,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그렇게 된다고 했잖아.” 식의 예언에 대한 확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쯤은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랄까. 썩 독특하진 않지만, 나름 매력 있는 즐겁고 유쾌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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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3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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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 <크로스 게임> 3권이 발매되었다. <카츠>의 다소 급작스러운 완결 이후 신작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크로스 게임> 1권이 발매되었을 때의 그 흥분되고 긴장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 1권이 발행된 게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어느새 이야기는 3권에 접어들어 주인공 코우를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고등학생으로 성장시켰고, 그는 명실상부한 야구소년으로 착실하게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1권은 주인공 코우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내내 이어졌다. 기타무라 스포츠를 운영하는 코우네와 츠키시마 배팅센터와 찻집을 운영하는 츠키시마 가의 네 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어울려온 소꿉친구 사이. 그 중 예쁘고 똑똑한데다 정의감 넘치고, 결정적으로 코우와 동갑내기인 둘째 딸 와카바는 아다치 미츠루의 전작들에서 숱하게 보여 지는 여주인공을 똑 닮아서 누구라도 와카바의 여주인공 자질론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그 외모라니……. 마치 히까리의 붕어빵과도 같지 않은가. 여주인공이 먼저 남자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다가서게 되는 것도 전작과 다르지 않은데, 이쯤 되면 너무 전작들과 비슷하게 전개되지 않나에 대한 식상함이 생길 정도가 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작가는 1권의 끝 무렵에 1권 내내 앞으로 코우와의 므흣한 연애가 기대되었던 와카바를 사정없이 저 세상으로 보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럼, 뭐야? 아오바가 여자 주인공이야? 하긴 다시 보니 첫 등장은 와카바보다는 아오바가 먼저였군. 한날 한 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와카바와 코우는 처음부터 너무도 운명적인 느낌에 어쩌면 고난을 딛고 사랑을 이루어가는 커플 공식에는 적절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늘 사이가 좋은 와카바 보다는 적대감이 앞서는 아오바가 <러프> 식의 러브라인을 전개해 가기엔 더 용이할 수도 있겠다. 야구 같은 건 귀찮아하고 용돈 인상이 최대의 목표인 스포츠 용품 가게의 아들 초등학생 코우는 첫사랑 와카바의 죽음으로 야구소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인가?   

  2권에 이르면 중학교 3학년이 된 코우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아다치 작품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생각하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프롤로그 쯤이랄까. 물론 <크로스 게임>에는 초등학교 시절이라는 프롤로그의 프롤로그 격인 이야기가 더 등장하긴 하지만^^ 암튼 중학교 3학년이 된 코우는 순간순간 주인공 야구소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고 나름의 야구소년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크로스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전작들에 대한 진한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언제나 변함없는 얼굴의 주인공(주인공의 부모들이나 조연들의 생김새 마저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하다)은 작가의 그림체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늘 비슷한 패턴의 전개는 그의 작품을 아끼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이전 야구만화였던 “H2”와는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데, 몇 가지 다른 패턴이 있기는 하지만 어려운 야구부에 들어가게 되는 설정이라던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내용 등(아마도 <크로스 게임>의 이후 내용)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일면 허술한 듯 보이지만 굉장한 야구재능과 정의감에, 따뜻한 인간성을 가진 아다치 만화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코우 소년. 게다가 히로의 첫사랑 히까리를 꼭 닮은 와카바, 히데오보다 외모도 떨어지고 성격도 나빠 보이지만 어쨌든 라이벌 기운이 감도는 아즈마 유헤이(아직까지는 너무도 미미한 존재감으로 앞으로 좀 더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캐릭터), 노다를 둘로 나눈 듯한 아카이시와 나카니시, 키네의 캐릭터를 꼭 닮은 센다 케이치로까지…….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소녀 아오바 캐릭터는 전작 <카츠>의 권투소녀 미즈타니 카즈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의 라이벌이 친구가 아닌 가족이라는 소재는 좀 색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미 <터치>에서 한 소녀를 사랑한 쌍둥이 형제가 등장했고,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어린 나이에 요절하면서 나머지 한명과 소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전력이 있다. <크로스 게임>에서는 남녀의 성별과 설정만 약간 바꾸었을 뿐이다.

  또한 아다치 만화에서 소품은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크로스 게임>에서도 와카바가 죽기 직전 빌려간 코우의 모자라던가 와카바가 코우의 생일날 2년 연속 선물한 자명종은 끊임없이 등장하여 와카바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코우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던 조숙한 와카바는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요절하면서 더욱 코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 된 것.  코우와의 결혼을 꿈꾸던 와카바와 160km짜리 직구를 던지는 남자가 이상형인 아오바는 자매인 탓일까. 남자 보는 눈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와카바와는 달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자 주인공 아오바는 코우와는 라이벌 같은 경쟁의식으로 출발한다. 변화되는 코우와 아오바의 관계가 야구소년으로 거듭나게 될 코우의 성장과 함께 <크로스 게임>을 보는 두 가지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3권. <미소라>와 같은 소품이 아닌 아다치 만화에서 3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3권까지의 이야기에서 너무도 진한 전작들의 흔적과 싸움하여 <크로스 게임>을 지켜보았다. 물론 아다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분명 기대하는 바가 있고 예상되는 전개도  떠오른다. 그러나 독자의 소망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한 편에는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새로운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감출 수 없다. 아오바가 미즈타니 카츠키의 전철을 밟아 재능은 있으나 여자라는 성별의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야구소녀에서 단지 야구를 사랑하고 코우를 사랑하게 되는 소녀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게다가 코우도 전국 최고의 야구소년보다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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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가락만이 알고 있다
칸나기 사토루 지음, 오다기리 호타루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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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을 좋아라하고 즐겨보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런 거다.


“어떤 만화가 재미있어?”

“재미있는 만화 추천 좀 해줘.”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약간 으쓱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 당혹감이 앞선다. 내가 추천한 만화책을 맘에 들어 하면 다행한 일이지만, 섣불리 추천했다가 그의 취향에 영 맞지 않는 작품일 경우에는, ‘만화 좋아한다더니, 너도 영 별 거 아니구나.’ 라던지, ‘만화란 게 별로 재미없구나.’ 라는 엄청난 비약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위 말하는 대박 난 만화의 경우, 대부분 대중의 취향이기에 그런 만화를 추천해서 별로 실패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고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한 작품을 추천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요즘 뜨고 있다는 소위 말하는 BL 류의 만화는 솔직히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있으면 보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BL을 싸잡아서 매도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한때 엄청난 열광과 환호를 보냈던 <열왕대전기> 같은 작품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은근한(실은 매우 포괄적으로) BL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임으로 전혀 취향이 아니라고 하긴 또 뭣하다. 어쨌든 이렇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아주 개인적인 소견으로 BL을 즐기는 독자들을 다소 언짢게 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두고 싶어서다.


표지가 풍기는 므흣하고 야리쏭쏭한 분위기와 이 만화의 제목 <그 손가락만이 알고 있다>는 BL을 즐기지 않는 내가 보기에도 전형적인 학원 BL의 분위기가 팍팍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그들이 입고 있는 교복과 야리야리한 몸짓은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 만화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케 한다.


단정한 용모와 명석한 두뇌, 키도 크고 인망도 두텁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절한 마치 그림에 그린 듯한 완벽한 학원 제일의 우등생 카즈키 유이치. 그와 반지가 바뀌는 바람에 갑자가 가까워진 와타루. 놀랍게도 와타루가 즐겨 끼는 반지가 카즈키 유이치와 똑같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유이치는 왠지 모르지만 와타루에게만은 심술궂고 쌀쌀맞게 대한다? 


이 정도의 줄거리는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뒷 표지에 아주 상세하게 쓰여져 있다. 물론, 이 줄거리에서 와타루의 성별만 바꾼다면 아주 평범한 학원 연애물이 되고 말거다. 순진하고 귀엽지만 나름 한 성질 하는 여학생 와타루와 완벽한 우등생 유이치가 우연한 계기로 부딪치게 되고, 어쩐지 유이치는 와타루에게만 쌀쌀맞게 대하는데 알고 보니 오래 전부터 유이치가 와타루를 맘에 두고 있었던 것. 둘은 결국 연인사이가 된다는……. 평범하다 못해 질릴 정도가 된 식상한 연애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의 성별만 아주 살짝 바꾼 정도로 극의 분위기는 대번 틀려진다. 와타루와 유이치는 가까워질듯 하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고 둘 사이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되는 것이다. 남자와 남자가 연애를 하건 여자와 남자가 연애를 하건 연애를 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긴데, 어째서 이렇게 BL이라고 장르까지 만들어놓고 거기에 열광하는 걸까? BL을 즐겨 보는 독자는 절대적으로 여자가 우세에 있는데(그것도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자), 그들은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이건 흔하지도 않다)엔 별 반응이 없지만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야기에는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진한 미련일까? 여자로 태어나 성전환을 하지 않는 이상은 남자가 될 리 만무하고, 설사 성전환을 하더라도 남자와 사랑을 하기 위해 성전환을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그러므로, 자신이 될 수 없고 되고 싶지는 않지만 철저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BL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남-녀 사이의 연애 이야기는 본인이 할 수도 있고, 또 식상할 정도로 많이 보아서 질려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와타루와 유이치의 똑같은 반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와타루와 유이치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BL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단순하고도 놀라운 이야기 구조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승-전-결이 있는 철저한 이야기 만화와는 달리 놀랍도록 한 가지 주제만을 향해 달려간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이들의 사랑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면 된다. 그래서? 와타루와 유이치는 어떻게 된 건데? 그런 정도의 결말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 손가락만이 알고 있다>는 BL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다소 꺼리는 독자일 지라도 별 거부감 없이 읽혀지는 만화다. 앞서 밝혔듯이, 와타루의 성별만 바뀐다면(여자 유이치는 상상이 안 된다. 몇 편의 BL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는데, 어째서 BL 만화에서 성역할이 더욱 분명하게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 평범한 학원 연애물이 될 정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음 번엔 좀 더 심오하게 쓸 수 있도록 다른 작품들도 탐독해 보아야 겠다. 이러다 빠지는 건 아닐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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