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게임 3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 <크로스 게임> 3권이 발매되었다. <카츠>의 다소 급작스러운 완결 이후 신작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크로스 게임> 1권이 발매되었을 때의 그 흥분되고 긴장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 1권이 발행된 게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어느새 이야기는 3권에 접어들어 주인공 코우를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고등학생으로 성장시켰고, 그는 명실상부한 야구소년으로 착실하게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1권은 주인공 코우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내내 이어졌다. 기타무라 스포츠를 운영하는 코우네와 츠키시마 배팅센터와 찻집을 운영하는 츠키시마 가의 네 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어울려온 소꿉친구 사이. 그 중 예쁘고 똑똑한데다 정의감 넘치고, 결정적으로 코우와 동갑내기인 둘째 딸 와카바는 아다치 미츠루의 전작들에서 숱하게 보여 지는 여주인공을 똑 닮아서 누구라도 와카바의 여주인공 자질론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그 외모라니……. 마치 히까리의 붕어빵과도 같지 않은가. 여주인공이 먼저 남자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다가서게 되는 것도 전작과 다르지 않은데, 이쯤 되면 너무 전작들과 비슷하게 전개되지 않나에 대한 식상함이 생길 정도가 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작가는 1권의 끝 무렵에 1권 내내 앞으로 코우와의 므흣한 연애가 기대되었던 와카바를 사정없이 저 세상으로 보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럼, 뭐야? 아오바가 여자 주인공이야? 하긴 다시 보니 첫 등장은 와카바보다는 아오바가 먼저였군. 한날 한 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와카바와 코우는 처음부터 너무도 운명적인 느낌에 어쩌면 고난을 딛고 사랑을 이루어가는 커플 공식에는 적절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늘 사이가 좋은 와카바 보다는 적대감이 앞서는 아오바가 <러프> 식의 러브라인을 전개해 가기엔 더 용이할 수도 있겠다. 야구 같은 건 귀찮아하고 용돈 인상이 최대의 목표인 스포츠 용품 가게의 아들 초등학생 코우는 첫사랑 와카바의 죽음으로 야구소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인가?   

  2권에 이르면 중학교 3학년이 된 코우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아다치 작품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생각하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프롤로그 쯤이랄까. 물론 <크로스 게임>에는 초등학교 시절이라는 프롤로그의 프롤로그 격인 이야기가 더 등장하긴 하지만^^ 암튼 중학교 3학년이 된 코우는 순간순간 주인공 야구소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고 나름의 야구소년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크로스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전작들에 대한 진한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언제나 변함없는 얼굴의 주인공(주인공의 부모들이나 조연들의 생김새 마저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하다)은 작가의 그림체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늘 비슷한 패턴의 전개는 그의 작품을 아끼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이전 야구만화였던 “H2”와는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데, 몇 가지 다른 패턴이 있기는 하지만 어려운 야구부에 들어가게 되는 설정이라던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내용 등(아마도 <크로스 게임>의 이후 내용)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일면 허술한 듯 보이지만 굉장한 야구재능과 정의감에, 따뜻한 인간성을 가진 아다치 만화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코우 소년. 게다가 히로의 첫사랑 히까리를 꼭 닮은 와카바, 히데오보다 외모도 떨어지고 성격도 나빠 보이지만 어쨌든 라이벌 기운이 감도는 아즈마 유헤이(아직까지는 너무도 미미한 존재감으로 앞으로 좀 더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캐릭터), 노다를 둘로 나눈 듯한 아카이시와 나카니시, 키네의 캐릭터를 꼭 닮은 센다 케이치로까지…….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소녀 아오바 캐릭터는 전작 <카츠>의 권투소녀 미즈타니 카즈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의 라이벌이 친구가 아닌 가족이라는 소재는 좀 색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미 <터치>에서 한 소녀를 사랑한 쌍둥이 형제가 등장했고,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어린 나이에 요절하면서 나머지 한명과 소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전력이 있다. <크로스 게임>에서는 남녀의 성별과 설정만 약간 바꾸었을 뿐이다.

  또한 아다치 만화에서 소품은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크로스 게임>에서도 와카바가 죽기 직전 빌려간 코우의 모자라던가 와카바가 코우의 생일날 2년 연속 선물한 자명종은 끊임없이 등장하여 와카바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코우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던 조숙한 와카바는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요절하면서 더욱 코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 된 것.  코우와의 결혼을 꿈꾸던 와카바와 160km짜리 직구를 던지는 남자가 이상형인 아오바는 자매인 탓일까. 남자 보는 눈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와카바와는 달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여자 주인공 아오바는 코우와는 라이벌 같은 경쟁의식으로 출발한다. 변화되는 코우와 아오바의 관계가 야구소년으로 거듭나게 될 코우의 성장과 함께 <크로스 게임>을 보는 두 가지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3권. <미소라>와 같은 소품이 아닌 아다치 만화에서 3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3권까지의 이야기에서 너무도 진한 전작들의 흔적과 싸움하여 <크로스 게임>을 지켜보았다. 물론 아다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분명 기대하는 바가 있고 예상되는 전개도  떠오른다. 그러나 독자의 소망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한 편에는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새로운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감출 수 없다. 아오바가 미즈타니 카츠키의 전철을 밟아 재능은 있으나 여자라는 성별의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야구소녀에서 단지 야구를 사랑하고 코우를 사랑하게 되는 소녀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게다가 코우도 전국 최고의 야구소년보다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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