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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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때 읽은 책인데 감상을 쓰지 않았네요. 아마 집이 아닌 곳에서 읽다 보니 빠뜨린 것 같아요. 그것도 한참 모르고 있다가 《늑대와 향신료》 감상이 없는 걸 보고서야 알았죠.

지금 와서 쓰려니 막막하네요. 이게 또 하필 일기장에도 아무 것도 없네요.;

책 은 참 담담합니다. '재일'로 살면서 디아스포라가 된 자신을 이야기하는데도 이토록이나 담담합니다. 디아스포라란 그리스어로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보통은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칭하는 말이지만 저자는 그 의미를 확장해서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떠나도록 강요된 사람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썼다고 해요. 날 적부터 주어진 운명이었기에 그럴까요. 글이 담담하다 하여 그가 느껴온 사건들마저 담담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지은이에게 몰입할 수 없었어요. 사는 세계가 너무나 다르거든요. 입을 열면 어린아이들이 그러듯 쉽게 상처주는 말을 해버릴 것 같은 불안감마저도 느껴져요. 우리 모두 외롭게 흩어져 있고,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곤 하지만 그것과 디아스포라는 다른 것 같아요. 자발성이 배제된 운명으로서의 그 방랑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인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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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비판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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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라이트 역사관을 그동안 여러 층위에서 따져봤는데, 그 문제점의 가장 기본 줄기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는 독단성이다. 이 규정을 틀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는 이기적 특성이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해서 정치 현상이나 경제 현상을 고찰하면 유용한 해석을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 안에 인간 세상의 모든 현상이 들어올 수 없다. 자본주의를 비교적 잘 운용해온 사회들은 다른 시각에서 파악되는 의미들도 함께 감안하여 복합적 정책 구조를 빚어냄으로써 인간성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본다. 이론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이론에 매몰되어 현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신자주의는 이런 '순진한' 독단성으로만 보이지도 않는다. 19세기 초반 산업자본주의 시대 초기 자유주의에서 이기심만을 보는 인간관은 순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세기 후반 금융자본주의 시대 이래 이 관점은 많은 재검토를 받아왔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동안의 재검토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이기심일원론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에는 뭔가 불순한 동기가 있다고 보인다. 이론 자체만으로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밖에서 본 한국사』맺음말에 이렇게 썼다.

" 자원의 한계를 의식할 수 없던 19세기에 시장 기능을 강조한 자유주의는 하나의 이념이었다. 그러나 자원의 한계가 분명해진 21세기에 시장 만능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일부 세력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략일 뿐이다."(329~330쪽)
(하략)

《뉴라이트 비판》215-216쪽

최우측에 있는 사람에게 나머지 사람은 모두 왼쪽일 수 밖에 없다는 간명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좌빨거리나 했는데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가장 오른쪽에 서 있으니까요.

뉴 라이트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들을 찬찬히 뜯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차례 이뤄졌기에 이 책을 새롭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책으로서 시의적절한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읽어볼까 생각할만은 합니다. 문장이 평이하고 분량도 많지 않으므로 쉽게 도전해 볼만 한 책입니다. 어쨋든 종이책을 읽는 것과 인터넷의 글을 읽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니까요.

저는 책을 읽는 폭이 좁아서 김기협이라는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릅니다. 정보라고는 책날개에 적힌 약력 정도입니다. 지은이를 평가하거나 책을 평가하기에 저는 지은이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그저 확신없는 의견입니다만, 지은이가 역사학자여서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비판할 때는 확실히 강점이 있습니다. 경제나 다른 부분에서는 뭉뚱그려지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뭐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라는 부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1950년에 태어난 노교수님의 우측도 좌측도 아닌 관점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도 우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 부가 뭐 수틀리기만 하면 틀어주는 공익광고 "세상의 색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생각의 색도 하나가 아닙니다. 생각을 섞어보세요. 여러 사람의 생각이 함께 어울릴 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집니다."의 컨셉인 무지개를 다양한 색이 '섞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수히 많은 색이 전혀 섞이지 않고 자기 색 그대로 있는 걸 수도 있지요. 보라 안에도 다양한 보라색이 있으며, 빨강 안에도 무수히 많은 빨강이 있지요. 섞는 게 아니라 그들 모두를 인정하는게 무지개가 아닐까, 또 그렇게 볼 수도 있거든요.

너 는 배운 교수(학생)인데 왜 우측(좌측) 방향으로 더 가 있냐? 이게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게 진정성을 가진 이야기인가 하는게 중요하겠지요. 요즘은 진심을 숨기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문득 국회의원 전부에게 의견을 물어서 개재해 놓고 나중에 그게 진실이었는지 검증하는 사이트를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별점은 재미가 없거나 흥미롭지 않아서 낮은게 아닌 거 아시죠? 염려스러워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3점부터는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4점을 넘기지 못하는 책은 그 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어도 하등 문제가 없는 비중의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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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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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쓴 감상의 반복이 될 것 같네요. 이 책은 제가 처음 제목을 듣고 생각했던 내용과는 전혀 딴판였어요. 제가 생각했던 '연애'에 대한 내용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연애가 아닌 외로움이 대한 책이었거든요. 그게 첫 번째로 당황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며 전 신 장르의 SF를 읽는 것보다 더한 낯선 감각을 느끼고 있었죠. 이 책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이 책을 싫어지게 하지는 않았어요. 전 김연수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어졌고, 또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이상하고, 작위적 소설 밖에서라면 이 같은 남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이 남자를 이해하고 있었지요.

하도 낯설어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평생 문학만 읽던 사람이 잘쓴 SF나 판타지를 접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 이와 같을까요? 이 감각은 나쁘지 않았으며 그 당혹감 자체도 점점 즐기게 된 건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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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이야기 1 밀리언셀러 클럽 67
스티븐 킹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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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이야기는 머릿 속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고 본 것을 적은 것이라고 믿고 싶어질 때가 있다. 도저히 진짜가 아니라고는 믿을 수 없는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할지라도, 오히려 진짜인 것처럼 여겨진다. 내게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들이 특별히 그렇게 느껴지곤 한다.

《리시 이야기》는 정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무서운 이야기를 썼던 한 작가의 아내에 대한 소설이다. 그 작가는 일부 스티븐 킹을 닮아 있는 듯 보였고, 특히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더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리시 이야기》의 상권과 《스켈레톤 크루》의 첫 번째 단편 소설 〈안개〉를 연달아 읽고 있었다. 아내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드러나는 두 개의 작품을 연달아 읽었기 때문에 내게 스티븐 킹이라는 남자는 그런 남자일 것이라는 어렴풋한 상이 생겨난 것이다. 이 매력적인 중년의 부부는 그들을 만나는 사람들을 평안케 하는 커플이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고 보면 스티븐 킹은 몇 권 읽지 않았지만 그가 '아내'를 나쁜 존재로 그린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과연 그럴 것인가 기대해 보는 것도 스티븐 킹을 읽는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상 권의 뒷부분을 읽는 동안 나는 남자친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배탈이 났기에 나는 무리해서 올 것은 없다고 했으나, 그는 기어이 오겠다고 하였다. 사실 아프니까 오지 말라는 이야기는 빈말이었다. 나도 그가 보고 싶었다. 그는 정신이 없었던 모양인지 버스를 잘못 타서 예정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었으므로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난 그가 실제 거리보다 더 먼 어딘가 이상한 곳에 가 있는 것처럼 여겨졌고, 우리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이 책에 더 몰입하게 만들더라. 비록 하권을 읽을 무렵 이 마법은 깨어졌지만, 너무나 두근거리며 걱정스럽게 그를 기다린 기억에 이 책은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체험은 개인적인 것에 불과하고,《리시 이야기》에 대한 다른 이들의 평가는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리시 이야기》이야기의 초반부터 나오는 랜던 부부만의 은어의 번역어가 너무나 생소해서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을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 점을 제외하면 번역은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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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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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용문은 해당 단편의 결말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스 티븐 킹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이 단편집은 단편이니까 나눠서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작 단편인 〈안개〉가 240쪽 가까이 되는 중편이어서 생각만큼 잘라 읽기 편하진 않더군요. 〈안개〉는 영화로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쉽게 읽긴 했지만요. :)

자세한 감상은 집에 가서 추가할께요. 책을 반납하기 전에 인용문을 타이핑해놓으려고 들렀어요.

물 리적인 개념으로 볼 때, 육신이 조운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0.000000000067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해되지 않는 의식의 관점으로 볼 때도 그러할까? 그건 100년, 1000년, 아니 100만 년이나 10억 년일 수도 있다. 완전한 백지의 세계에서 의식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0억 년 동안의 침묵이 깨지고 빛이 돌아오고 형체와 육신이 돌아온다. 어떻게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401-402

그것은 조운트 침상 위에서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고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열두 살에 불과했던 아이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렸고 눈빛은 영겁을 살아온 노인의 것이다. 황달에 걸린 듯 각막까지 노랗게 변해 있었다. 시간보다도 더 늙어 버린 아이가 된 것이다. 아이는 침상 위에서 온몸을 퍼덕거렸고 비비 꼬기도 했다. 눈빛은 불쾌하고 퇴폐적이었으며 입에서는 미친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간헐적으로 새어나왔다. (하략)
404

단편집이니만큼 모든 단편이 쭉 맘에 들지는 않더군요. 여러 시기의 작품을 한꺼번에 모은 것이라 더 그렇겠죠.

시 작의 〈안개〉는 아주 좋았어요. 영화를 먼저 보았고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데, 결말을 제외하고 정말 내용이 그대로더군요. 전 본 영화의 장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안개〉를 읽는 동안 장면장면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아래 《리시 이야기》감상 때 썼지요. 〈안개〉를 읽을 때 저는 걱정으로 두근거리고 있었고, 연달아 읽은 《리시 이야기》는 아주 급박한 장면에서 상권이 끝났죠. 결말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읽으니 더욱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 다음 단편 〈호랑이가 있다〉는 그냥 그랬어요. 〈원숭이〉는 표지에 그려진 원숭이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예요. 스티븐 킹이라면 생각 날 그런 초자연적인 죽음의 연쇄에 대한 이야기죠. 무섭긴 무서웠어요. 그런데 원숭이 장난감이 가진 힘이 너무 뜬금없이 느껴져서 그냥 그랬어요. 〈카인의 부활〉은 기억이 안나네요. 어떤 이야기더라. 〈토드 부인의 지름길〉은 좋았어요. 실은 며칠 전부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답니다. 지름길을 찾아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세히 말하기는 힘들군요.

〈조 운트〉는 위에 타이핑한 그 이야기예요. 조운트라고 부르는 시공을 옮겨 가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의 이야기예요. 발췌문만 보셔도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실거라고 생각해요. 좀 촌스럽단 생각도 들지만 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영혼이라는 것이 아주 끔찍해서 기억에 남더군요.

〈뗏목〉도 아주 스티븐 킹다운 이야기예요. 재미있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죠. 다만, 아주 맘에 들진 않더군요. 도망가! 도망가라구! 하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하하.

시간이 지나서 감상을 쓰려니 영 별로군요. 그래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아서 써 봅니다. 몇 주째 제대로 읽는 책이 없네요. 뇌가 퇴화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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