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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리타 레이놀즈 지음, 조은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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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은 껄끄럽게 느껴져서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받고 싶은 사은품을 주는 행사에 끼어 있어서 구매하게 되었어요.

몇 년 전에 병으로 고양이를 한 마리 잃었고, 지금도 고령의 고양이들과 살고 있으며 이 중 한 마리는 암에 걸려 있지만 치료 비용, 치료 효용의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고 케어만 하고 있는 상태. 고통이 심해지는 단계가 되면 안락사를 할 예정이지만 내가 적절한 때를 맞출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줄줄 울게 될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어요. 저자는 어릴 때부터 성품이 온화하고 동물을 사랑했던 사람이에요. 그녀의 남편과 자녀들도 마찬가지의 사람들이어서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에 모두들 열성적이고요. 책에서는 동물의 죽음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므로 그런 삶을 살기까지의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추정하기 힘듭니다.  어쨋거나 결심한대로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죽음까지 보살피는 동물 호스피스를 시작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죽음들을 겪어본 사람이에요. 

이 책은 예상과 달리 서양식 신비주의와 뉴에이지적인 책이어서 실망했어요. 죽은 동물이 마지막 인사를 몇 년이 지난 후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고, 마음의 소리로 죽음을 인정함을 듣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역시 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길이 없지요. 안락사를 선택한 것을 동물이 납득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나의 늙고 병든 고양이가 죽은 후, 나는 생각보다 편안했지만 내 고양이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괴로웠어요. 더 잘 해주지 못한 날들이 떠오르고, 가보지 못한 선택지들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감정들은 완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고, 동물과 오랫동안 관계를 가져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긴 합니다. 그때가 다시 오더라도 그때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거에요.

트위터에서 개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사람의 입자에서 본 엘프 같을 것이라는 말을 보았어요. 몇 배의 긴 삶을 살면서 보살펴 주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우리의 사이는 그런 신비한 종류의 일이었구나 생각하면 참 재미있지요.

이 책은 펫로스와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번역된 책이라고 하는데 미국이라는 먼나라 배경의 에세이여서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물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 외의 장점은 잘 모르겠네요.

영세한 출판사라고 들었는데 열심히 이것저것 추가해서 편집한 부분들이 심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점이 놀라웠고, 심플이라는 것은 역시 높은(=비싼) 디자인 경지에서 이룩할 수 있는 영역임을 다시 느끼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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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도감류를 좋아했었기에 그 기억을 살려 구매해 보았습니다.


일본인 작가인 것을 알았을 때 생각해 보았으면 당연히 일본 요리 위주인 것을 알았을텐데 제가 본 책들은 이런 책들을 편역한 책들을 많이 보다 보니 어느 정도 한국 실정에 맞춰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안에 나오는 요리와 식재료는 모두 일본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35년간 문화적으로 동화시키려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공통점도 많긴 합니다만, 이 책은 일단 일본요리 책입니다.

책의 전반부는 불 조절 하는 방법, 칼로 썰기를 하는 방법 등을 세세하게 적고 있습니다. 갖춰야 할 조리 도구, 다루는 방법, 조리에 대한 설명도 충실합니다. 중간중간 간단한 요리를 하는 법이 나오기도 합니다.

후반부는 각종 요리 재료와 요리 재료의 신선도를 판별하는 방법, 세척하는 방법 등을 적고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많이 있지만 일러스트 도감 방식으로 가볍게 다루는 책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이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상업 문화가 발전한 나라이다 보니 그에 걸맞춰서 식문화도 발전했고, 그런 부분들이 기초적인 도감에도 드러나는 점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도 안 좋은 와중에도 좋은 재료를 만들고, 찾고,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했으니 빠르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이 책은 나이가 도감답게 나이가 어릴수록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책을 권하신다면, 이 책을 참고로 요리를 하고 싶어할 수 있으니 조금 곤욕스러울 수도 있을거에요. 재료는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가츠오부시나 미림을 쓰는 조리법이 많거든요. 수록된 요리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으므로 기본적인 조미료가 갖추어져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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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소설 쓰는 법
오츠카 에이지 지음, 김성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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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까까가 추천해 준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뒤져보니 까까는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이 없더군요. 다른 분 블로그가 출처인 것 같은데. -_-

그 다지 원대한 야망을 품고 구입한 것은 아니고 추천받을 만한 책이니 어디 한 번 읽어보자 하는 정도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출판사 몰라, 작가 이름도 생소해, 책 제목은 사이비스럽지 뭣하나 끌리는 구석이 없는 책이잖아요. 문자 그대로 추천받지 않으면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발견하더라도 읽지 않을 그런 책입니다.

제목에서 가리키는 캐릭터 소설은 이른바 '라노베',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르는 요즘 좀 먹어주는 장르 소설을 가리킵니다. 작가는 통칭 '스니커 문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사실이 아니니 넘어갑시다. 여튼, 라노베에 흥미가 없다면 첫 장만 읽어도 괴로워질 게 분명하니 조심해서 선택합시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노벨' 자체에 그치지 않고 일본 근대 문학의 흐름을 통해 캐릭터 노벨을 다시 보려고 하는 관점에 의미가 있으므로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교양으로라도 일본문학과 관련된 과목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알기 어려운 일본 문학의 흐름도 알 수 있구요.

사실 이 책에서 얻은 최대의 성과는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이상한 '일본풍'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끝도 없이 사적이고 변태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집착하는 것이 일본 문학의 한 흐름이라고 하니 당연하지만 꽤 놀라운 이야기랄까요. 사소설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자연주의라는 흐름도 있다고 하고요.

그 밖에 실질적인 스킬이나 제가 추구하던 부분의 글쓰기 그 자체에 대해서도 제법 생각해 볼 거리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구매할 때도 수량이 모자라는 듯 이 책 하나 때문에 전체 배송이 밀렸는데, 기왕 살 거라면 얼른 사셔야 할 것 같네요.

출 판사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북 페뎀의 그곳이더군요. 물론 좋은 출판사입니다만 뭔가 정체성 문제도 있고 하니까, 판권 갱신이 안 되었거나 한다면, 라노베 레이블에서 재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노베 판본으로 나올 경우에도 다시 살 용의가 있습니다. 이 판본은 역시 이질감이 느껴져서요. =_=

책 자체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별스러운 오역도 느껴지지 않고, 무려 2005년에 나왔으니 번역가가 라노베에 대해서 조금 어색하게 느끼는 점도 이해할 만 하구요. 오히려 라노베에 대해서 잘 아는 역자가 맡아 버렸다면 이런 책이 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더불어 원래는 《더 스니커》에 연재된 칼럼이지만 하도 말썽이 돼서 카도카와 쇼텐이 아닌 고단샤에서 나왔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

아무렇지 않게


나 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그렇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장르의 가능성을 깨닫는다는 건 그 장르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깨닫는 것과 다름 없다고. 거북하거나 본질적인 문제일수록 내부에서 건드려야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가도카와쇼텐의 캐릭터 소설지 〈더 스니커〉에 이 연재를 시작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연재를 중지하라는 항의도 들어오고 노발대발하여 가도카와쇼텐에서 판권을 회수한 작가도 있었다. 이 정도 법석이야 어느 분야에서든 볼 수 있는 일이다. 덕분에 책 출간은 다른 출판사에서 해주시라는 말을 들었지만.

278쪽

같은 말을 하는 데서 이 남자의 대범함이 느껴져 웃어버렸습니다. 하도 넓은 아량을 가지신 분이시다보니 "도합 1000만 권 정도 팔았습니다만……." 같은 이야기도 서슴없이 해 버려서 순간 미움의 마음도 울컥했습니다. =_=

장르를 쓴다면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책임에 분명. 작가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에 라노베 관련 초기 네타도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로도스도 전기 잡지 연재 버전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요.


아, 더불어 혹시 아시는 분은, 가도카와쇼텐에게서 판권을 회수한 옹졸한 작가분의 이름 좀 제보해 주세요. 몹시 궁금해서.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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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01-03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 책인지도 모름에 쉽게 옹졸하단 표현을 쓰는군
 
야구의 추억 - 가슴 뛰는 그라운드의 영웅들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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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신청한 것도 아닌데 2권에 해당하는 《돌아오지 않는 2루 주자》와 함께 이게 딱 학교 도서관에 들어와 있었다. 사실 빌린지는 좀 됐다. 지난 주, 지지난 주 열심히 읽지 못해서 책이 좀 쌓여 있다. 이 책이야 너무 유명하니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몇 마디쯤 적어줘야 할 것 같다.

야구가 인생이요, 드라마라고 하지만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잊혀진 드라마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기억은 팬이 한다. 야구와 관련된 책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감상적인 책은 처음이었지 싶다.

오마이 뉴스에 연재되어, 작년에 출간되었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널리 인용되고 회사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 는 야구와 함께 태어났다. 프로야구의 탄생이 발표될 날 새벽, 나는 태어났고 매년 내 생일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열린다. 경상도 사나이답게 우리 아버지도 열렬한 자이언츠의 팬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어렸을 적부터 야구를 접해 왔다. 그러나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어렸을 때 나는 야구를 보았지만 이해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내게 야구는 그저 아저씨들이 쫄바지 입고 나와서 공을 치는 그저그런 스포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에 나오는 이름의 반 수 이상은 나이들고 나서야 회자되는 것을 주워들은 것에 불과하고, 남은 반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다. 그 이름들을 보고 있자면 《스포츠 2.0》에서 프로야구 원년 선수들을 추적한 기사를 보고 있을 때 느낀 당혹감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젊은 그들도 기어이 나이 먹고, 잊혀지게 된다는 신비로울 것 없는 사실이 주는 씁슬함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 기록이 주는 강력한 마력을 깨닫는다. 잊혀진 기억에 대한 미안함. 슬픔. 비장함.

80년대의 야구를 김은식이 기록했다. 90년대의 야구를, 00년대의 야구를 즐기는 우리 세대도 숫자로 말할 수 없는 대답을 준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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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개막 카운트다운에 해가 뜨고 지는 2월입니다!
야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찌질하고 부조리한 삶은 이제 모두 삼진 아웃! 국내최초의 문인야구단 구인회에서 우익수로 뛰고 있는 박상 작가가 야구장편소설 <말이 되냐>로 야구무한애정선언을 시도합니다.
야구 소설도 읽고, 야구 경기도 보고, 소설가가 시구까지 하는 야빠 대동단결 이벤트에 참여해 보세요.
인터넷 교보와 알라딘, 인터파크, yes24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생일에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라니. 전 프로야구가 두근거리는 생일을 맞으시네요. 우와..
 
돌아오지 않는 2루 주자 - 야구의 추억, 두 번째 이야기
김은식 지음 / 산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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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인 《야구의 추억》이 워낙 엑기스를 뽑아 담은 탓에 2권에서는 야구를 모르고서 이름을 알 정도의 선수는 많지 않다. 그런 덕에 2권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연습생 신화를 일군 장종훈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의 악전고투가 2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야갤에서도 혐짤로 분류되는 골절사고의 주인공 박노준, 선동렬의 그림자에 철저히 묻힌 성준. 여기에 선동렬은 없다.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짧은 기억들의 주인.

그리고 90년대 야구의 슬픔으로 남은 쌍방울. 내가 야구에 관심을 가진 건 95년 한국 시리즈 이후였다. 쌍방울은 그때로부터 몇 년을 더 끈질긴 생을 이어왔건만 나는 쌍방울의 선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럴 것이다. 8년 후 그 누가 반짝 마무리 향운장 최향남을 기억할 것이며, 그를 무어라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인가? 서른 넘어 투수로 전형하여 매년 꾸준히 해왔지만 과소평가 되어온 황두성은 과연 기억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이 더 가슴 아픈 드라마가 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쌍방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2005 년, 야구장마다 텅 비고 우리는 야구가 영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그런 때에 마산의 관중들만큼은 다 낡은 마산 구장을 가득 채워 80년대 야구의 기억을 일으켰다. 그날, 마산은 야구의 '성지'가 되었다.

500만의 관중이 들었다는 2008년에 이 책이 이토록 비장하게 읽히는 것은 그때의 상처가 잊을 만하면 다시 쑤셔오는 듯 하기 때문이다.


ps. 야갤에서 회자되는 많은 전설들이 김은식이 쓴 글에서 토씨하나 다르지 않더라는 것을 알고 좀 웃었다. 니들도 김은식을 읽었구나. 이게 기록의 힘이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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