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소설 쓰는 법
오츠카 에이지 지음, 김성민 옮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까까가 추천해 준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뒤져보니 까까는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이 없더군요. 다른 분 블로그가 출처인 것 같은데. -_-

그 다지 원대한 야망을 품고 구입한 것은 아니고 추천받을 만한 책이니 어디 한 번 읽어보자 하는 정도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출판사 몰라, 작가 이름도 생소해, 책 제목은 사이비스럽지 뭣하나 끌리는 구석이 없는 책이잖아요. 문자 그대로 추천받지 않으면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발견하더라도 읽지 않을 그런 책입니다.

제목에서 가리키는 캐릭터 소설은 이른바 '라노베',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르는 요즘 좀 먹어주는 장르 소설을 가리킵니다. 작가는 통칭 '스니커 문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사실이 아니니 넘어갑시다. 여튼, 라노베에 흥미가 없다면 첫 장만 읽어도 괴로워질 게 분명하니 조심해서 선택합시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노벨' 자체에 그치지 않고 일본 근대 문학의 흐름을 통해 캐릭터 노벨을 다시 보려고 하는 관점에 의미가 있으므로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교양으로라도 일본문학과 관련된 과목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알기 어려운 일본 문학의 흐름도 알 수 있구요.

사실 이 책에서 얻은 최대의 성과는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이상한 '일본풍'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끝도 없이 사적이고 변태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집착하는 것이 일본 문학의 한 흐름이라고 하니 당연하지만 꽤 놀라운 이야기랄까요. 사소설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자연주의라는 흐름도 있다고 하고요.

그 밖에 실질적인 스킬이나 제가 추구하던 부분의 글쓰기 그 자체에 대해서도 제법 생각해 볼 거리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구매할 때도 수량이 모자라는 듯 이 책 하나 때문에 전체 배송이 밀렸는데, 기왕 살 거라면 얼른 사셔야 할 것 같네요.

출 판사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북 페뎀의 그곳이더군요. 물론 좋은 출판사입니다만 뭔가 정체성 문제도 있고 하니까, 판권 갱신이 안 되었거나 한다면, 라노베 레이블에서 재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노베 판본으로 나올 경우에도 다시 살 용의가 있습니다. 이 판본은 역시 이질감이 느껴져서요. =_=

책 자체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별스러운 오역도 느껴지지 않고, 무려 2005년에 나왔으니 번역가가 라노베에 대해서 조금 어색하게 느끼는 점도 이해할 만 하구요. 오히려 라노베에 대해서 잘 아는 역자가 맡아 버렸다면 이런 책이 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더불어 원래는 《더 스니커》에 연재된 칼럼이지만 하도 말썽이 돼서 카도카와 쇼텐이 아닌 고단샤에서 나왔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

아무렇지 않게


나 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그렇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장르의 가능성을 깨닫는다는 건 그 장르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깨닫는 것과 다름 없다고. 거북하거나 본질적인 문제일수록 내부에서 건드려야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가도카와쇼텐의 캐릭터 소설지 〈더 스니커〉에 이 연재를 시작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연재를 중지하라는 항의도 들어오고 노발대발하여 가도카와쇼텐에서 판권을 회수한 작가도 있었다. 이 정도 법석이야 어느 분야에서든 볼 수 있는 일이다. 덕분에 책 출간은 다른 출판사에서 해주시라는 말을 들었지만.

278쪽

같은 말을 하는 데서 이 남자의 대범함이 느껴져 웃어버렸습니다. 하도 넓은 아량을 가지신 분이시다보니 "도합 1000만 권 정도 팔았습니다만……." 같은 이야기도 서슴없이 해 버려서 순간 미움의 마음도 울컥했습니다. =_=

장르를 쓴다면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책임에 분명. 작가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에 라노베 관련 초기 네타도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로도스도 전기 잡지 연재 버전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요.


아, 더불어 혹시 아시는 분은, 가도카와쇼텐에게서 판권을 회수한 옹졸한 작가분의 이름 좀 제보해 주세요. 몹시 궁금해서.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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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01-03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 책인지도 모름에 쉽게 옹졸하단 표현을 쓰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