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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권 전성시대 ㅣ 창비시선 261
윤성학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평점 :
우연히 이 시집이 내손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랑권이 뭐죠?
이 책을 선물로 받고 처음 내가 물어본 말이다...
당랑권은 무술의 한 권법이라고 한다. 솔직히 무술에 관심없는 나로써는 다소 이해가 안되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한편 한편의 담긴 시를 읽다 보면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그는 시의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그 속에 현대인들의 기계적인 삶의 모습... 그속에서 또 다른 자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가고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상류에서' 이다..
아이를 낳고 젖이 불어버린 아내의 모습에서 물이 불어 아파 울고 있는 상류댐의 모습...
서로 비교 될수 없는 소재를 그는 아내의 젖과 불은 물로써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늘 우울하고 슬픈 시만 읽던 나에게 일상의 재미를 안겨준 이 시집...
오래 오래 간직하고 기분 좋은 날 한편 한편씩 꺼내어 읽고 싶어진다.
--- 상류에서 ---
윤성학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는데 강가에 나갔습니다
상류에서 자꾸만 우는 소리가 들려서
우산 쓰고라도 나가봐야했습니다
강물은 젖이 불어서
날더라 빨아달라고 빨아달라고
졸라대는 것이었습니다
댓발이나 나온 그 유방을 빨줄 몰라
그저 강 언저리에 앉아
그녀의 유선에 손을 담그고
만지작거리기만 했습니다
젖몸살이 아파 뒤척이는 게 안타까워서
한참을 나란히 걸어줄 뿐이었습니다
멀리 댐이 보였습니다
막혀 있는 것들은 그 내면이 자꾸 부어놀라서
몸집이 따라 부풀고
몸집이 커지는 게 아파서 또 웁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가슴을 입에 뭅니다
갇혀서 몸을 부풀릴 땐 서로가 서로에게
몸살이었지만
가볍게 몸을 낮추려고 마음먹은 것들
낙폭의 저 아래로 떨어지는 것들은
스스로 일생일대의 환호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