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은 중국 정치에 대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이상주의, 집단폭력, 음모, 사회적 네트워크, 관료적 일상, 정치범 수용소, 탄원, 선심 정치, 대중연출, 뒷거래, 군사 쿠데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관행들은 평상시 중국 정치의 통상적인 작동을 과장하고 왜곡한 것이었다. 연극성, 마오쩌둥 숭배, 반란, 규율, 파벌주의는 그 시대의 정치적 복잡성을 보여주는 주제이다. - P52
문화대혁명의 정치는 의식적인 연극성이 강했다. 운동의 주연들은 대중을 앞에 두고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행동했다. - P53
엘리트 정치 측면에서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의 후계자임을 자처했던 세 사람에게 개인적·정치적 파멸을 초래했다. - P58
혁명 이후 중국공산당은 노동자, 농민, 군인의 덕목을 가장 중요시하는 좌경적 시기와 지식인, 회사원, 상점 주인, 기타 ‘소부르주아‘ 시민까지 확대한 포괄적 개념의 ‘노동 대중(勞動群衆)‘을 강조하는 보수적 시기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마오쩌둥의 당내 경쟁자들이 훨씬 더 절충적인 경제정책을 용인하거나 장려하던 시기에 계급투쟁을 잊지 말라는 요구는 마오쩌둥의 좌경주의를 상징했다. - P27
문화대혁명의 11년간은 일반적으로 일관된 시기로 취급되지만 우리는 이를 서로 매우 다른 두 단계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중략) 중국의 미완의 혁명인 문화대혁명은 대중 동원의 첫 단계에서 마오쩌둥의 경쟁자들을 권력에서 성공적으로 축출했다. 문화대혁명의 두 번째 단계는 1968년부터 1976년까지 지속되었는데, 협상과 무력으로 조반 세력들을 통제하면서 새로운 마오쩌둥주의 질서를 공고히 했다. 혁명 뒤에는 억압이 뒤따랐다. 재조직된 당은 1966년의 반란군을 진압했다. - P31
문화대혁명의 원인에 대해서는 (1) 정치 엘리트 내부의 갈등, (2) 중국 사회 내부의 긴장, (3) 중국의 국제적 위치 등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 P43
문화대혁명이 한창 진행중일 때 마오쩌둥을 혁명 대중을 위해 싸우는 위대한 전사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마오쩌둥 사후, 특히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마오쩌둥은 자신의 이기적인 야망을 위해 혼란의 씨앗을 뿌리는 데 혈안이 된 괴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 P43
문자를 전달하는 미디어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람들 대부분이 편리함과 가격만으로 그 미디어의 우열을 정합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정말로 중요한 요소는 ‘세월과 비바람을 견뎌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와 ‘누구든 원한다면 손수 만들 수 있는가‘, 두 가지가 아닐까요.그 점에서 인류는 종이책보다 더 나은 것을 아직 발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P116
읽고 싶어지면 그때 바로 사서 읽을 수있습니다. 그것이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하지만 저는 책이란 미리 사 두어야만 교화적으로 기능한다고생각합니다.우리는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사지 않습니다.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사지요. ‘언젠가 읽어야 할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고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문해 능력을 갖춘, 언젠가는 충분히 지성적·정서적으로 성숙한 자신이 되고 싶은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모종의 책을 책장에 꽂도록 이끕니다. - P118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책을 고르는 것과 비치하는 것에 자신의 지적 정체성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읽고 싶은 책‘과 ‘당분간은 읽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언젠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과 ‘읽을 마음은 없지만 내가 읽었다고 사람들이 생각해 주길 바라는 책‘은 같습니다. - P125
책의 본질은 ‘언젠가 읽어야 한다는 관념‘ 위에 있습니다. 출판 문화와 출판 비즈니스는 이 ‘허‘의 수요를 기초로 존립합니다. - P126
책이라는 것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입니다. 책은 읽어도 줄지 않고 ‘물건‘으로 독점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은 본질적으로 ‘열린‘ 공간입니다. - P129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바탕은 사적 이해利害가 아닙니다. 내가 공동체에 낸 돈과 서비스만큼 ‘보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으로는 코뮌이 성립할 수 없지요. 코뮌이 존립하려면 먼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코뮌의 초기 성립 조건에는 반드시 ‘제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 포함됩니다.구성원 전부가 사재의 일부를 내고 개인의 이익 중 일부를 포기해야 비로소 ‘공공‘이 성립합니다. - P131
우리가 집단을 꾸리며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저는 네 가지를 기본으로 꼽습니다. 그 네 가지 기둥이 인간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첫 번째는 ‘세상일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재판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병과 상처를 낫게 하는 의료인,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 교육자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 종교가입니다. 집단이 존속하려면 이 네 가지 기둥이 있어야 합니다. - P94
배움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머릿속에 불량한 지식과 정보가 가득해 더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무지란 바로 그 상태를 말합니다. - P100
자기방어를 제대로 하고 어떤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동시에 지적일 수는 없습니다. 지적이라는 것은 무방비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방비하다는 것‘은 아주 고도의 능력입니다. 그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학교 교육, 특히 초등·중등 교육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P103
그러므로 장르가 이러쿵저러쿵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먼 나라 먼 시대의 지금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 안에 들어가는 경험이야말로 아주 중요하고 아주 유쾌하고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꼭 뜨겁게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덜미를 붙잡고 "됐으니까 무슨 책이든 읽어!"라고 말이죠.(웃음) - P108
도서관의 사명은 ‘무지의 가시화‘입니다. 자신이 얼마큼 무지한가를 깨닫는 것. 지금도 무지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아마 무지한 채로 끝나리라는 사실 말이죠. 자신의 그 가공할 만한 무지 앞에서 전율하는 것이 도서관에서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 P63
저는 아이들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은 학교 교육의 본령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성숙을 지원하는 곳이어야 합니다.어른이 보기에 아이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존재입니다. 그것으로 된 겁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일단 틀에 집어넣고 똑같은 과제를 부여하고 그 성과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아이에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틀렸습니다. - P71
아이는 7세 무렵까지는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성스러운 존재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그 연결이 끊어지고 말죠. 청소년기 끝 무렵에 그 연령에 도달합니다. 그렇게 사람은 성스러운 존재에서 세속의 존재가 됩니다. - P72
책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일본 곳곳에 ‘혼자서 하는 서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기 동네에 서점이 없어져 버려,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하는 마음인 겁니다. 그래서 ‘자, 그러면 내가 서점을 하자!‘라는 의지로 이어지는 거죠. 단 자신에게도 일은 있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니까, 서점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만 서점을 여는 겁니다. -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