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아남는 작품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와 미래에 쓰는 편지라는 것이다. 수백 년 수천 년이 더 지나도, 그 어떤 시대를 살더라도 편지를 여는 순간 여전히 깨닫는 것이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 P419

 작가에게는 각자의 영역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인식한 것, 감당하고 행동한 모든 것이 산골짜기의 음지나 양지에서 수집한 씨앗과 같다. 물론 장소가 어디든 씨앗은 공평하게 열려 있다. 작가가 아닌 사람은 매일 산골짜기에 살면서도 사소한 행위와 사소한 언어, 사소한 결론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그 사소한 것들은 늘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흐릿한 흔적만 남겨서 도통 쓸 데가 없다. 반면 작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밑바탕이 필요하며 그것을 위해 준비하고 연습한다. - P419

 작가는 종종 과도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많이 덧붙일수록 몸과 마음이 더 꽉 차고 견고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은 글을쓸 때 화려한 문체를 중요시하는 사람과 같다. 좋은 문장은 수면위로 군데군데 빛의 반점이 떠오르는 고요한 물이다. 아주 깊이 흐르며 자기만의 문체를 띤다. 거기에 약간의 물보라를 일으켜 난해한 표현을 끼얹는 행위는 새하얀 치자꽃에 비린내 나는 닭 피를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P420

 삶은 극적인 감각으로 충만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삶의 무정함은연극의 편집과 연출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삶은 우리가 가는 곳마다 큰 비극을 맞닥뜨리게 하진 않는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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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은 참 신기해. 비추기만 하면 누가 누구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지 다 보이니까.‘ - P367

허베이는 시닝이 꼭 뿌리 깊은 아버지가 낳은 딸 같다고 생각했다. 복을 타고 태어난 탓에 성취욕은 부족해도 세상의 규칙은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 P389

"왜 매년 자카트를 내야 하는데요?"
허베이가 졸린 눈으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사랑이니까. 금, 은, 동, 마노, 진주 따위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랑이고 우주 만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사랑받는 사람이란다."
"사랑받는 사람이요?"
"그래. 사랑은 태양과 같아. 태양이 어떻게 만물에 열을 공급하니? 어떻게 어둠을 밝히고 어떻게 토지가 곡식을 기르게 하지? 그건 헤아릴 수 없는 일이야."
아버지는 흰옷에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계산용 종이로 허베이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자카트는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을 받은 후에 하늘에 내는 세금 같은 거란다. 그건 영원히 필연적인 거야. 알겠니?"
"자카트는 하늘에 내는 세금이다. 이해했어요."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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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해진 규칙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그걸 다 지킬 수 있겠어?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회피하면 안 돼. 그 마음 앞에 자기 자신을 놓아야 해." - P343

 어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공연한 시비를 일으키고 생트집 잡기를 좋아한다. 그런 쑤모에게 이치를 따지거나 그 말에 반박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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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꼭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맹목적으로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과 같아지기를 원했으나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어버린. - P265

어머니는 미나가 한가한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미나는 생산지를 떠난 물건은 값이 오르지만 고향을 떠난 사람은 천해지는 법이라면서 이런 식의 부귀영화는 원치 않는다고 받아쳤다. - P268

앞쪽에 경기장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왁자지껄한 군중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물고기 떼처럼 경기장을 둘러싸고 맹목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 P276

마치 누군가 꼬리를 잡아당겨 거꾸로 매단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려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 P288

현실 속의 수많은 감동적인 순간은 때로 지난 삶의 데자뷔 같다. - P291

쑤모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 환락 의도시에서 때에 따라 차림새를 달리하고 일분일초를 다투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꾸려가는 그 여자애가 종일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자신보다 훨씬 더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 P293

 대도시의 돈에는 가시가 잔뜩 돋아 있어서 그것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두 팔의 살갗이 찢기고 피를 흘려야 했다. - P294

"사는 게 힘들어요. 앞으로 좋아질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안유에게 물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나아질까요?"
"아니요."
미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안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대로 다 지나가기는 해요." - P298

안유는 기운이 빠져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몽둥이에 맞아 기절한 후 털이 홀랑 뜯긴 늙은 암탉이 흠뻑 젖은 채로 물에서 건져내져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 P305

이 쓸쓸한 세상에서 이 한 번의 만남도 충분히 사치스러운데 무엇을 더 탐낸단 말인가.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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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인 증오는 마치 부드러운 꽃줄기에 난 뾰족한 가시 같았다. 나는 그 때문에 엄마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됐다. 오히려 아빠가 그때 류 선생님과 결혼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의 딸이었기 때문에 해서는 안될 그 생각이 마치 한 잔씩 들이부은 독주처럼 나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곤란해졌고 엄마에게 정말 미안했다. - P244

사람이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달릴 때는 뒷모습조차 케케묵은 느낌을 준다. - P248

정이란 것은 불꽃 덩어리 같다. 양방향일 때는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지만 한쪽 방향일 때는 내 어머니처럼 황당하리만치 치근덕대고 미친 듯이 집착하며 증오에 휩싸여 애면글면한다. - P248

꽁꽁 얼어붙은 것들에게는 썩는 것도 일종의 사치였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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