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람은 그렇다 치고 새로운 문학을 한다는 선생이란 사람들이 여자를 약자로 다루고 노리갯감 취급을 하며 대등한 ‘인간‘이라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오래된 사상에 묶여 있거나, 혹은 먼 옛날 야만한 시대의 짐승 같은 성질을 부활시키려는 심산일 텐데, 어느 쪽이든 진정한 문명인의 사상에 도달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 P217
지금 등불로 모여든 벌레들 가운데 교미를 하는 두 마리 작은 날벌레를 가만히 바라보며, 자연의 법칙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한지를 깨닫고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고매한 무언가를 과시하지 않고도 이들 사이좋은 벌레 자체가 훌륭한 문명이며, 그저 단순한 동물의 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느낍니다. 교양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해서 신에 가까운 문명을 가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 P199
그땐 가끔 같은 열람실에서 만나 필요한 책을 찾는 법 같은 걸 물으며 여성열람실 친구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도쿄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여성 모임이 탄생했다. 십 년 전 그때는 각기 학교에다니는 학생이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여성의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 찬 그들은 제각기 도서관에 와서 학교 과목이나 일을 위한 책 외에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서로 낯이 익고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도시락 먹을 때 함께 식당에 가거나 하면서 모임이 형성됐다.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했고 밤이 깊어 으슥해진 우에노 숲속을 다 함께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갔다. 젊은 여자들 모임으로는 드물게 가끔 서로 경제적 지원도 했다. 그 당시 가장 빨리 홀로서기에 성공해 개업한 여의사 친구가 모두를 위해 자주 힘써줬다. - P151
여자의 우정이 미덥지 못했던 것도 여성이 사회인으로서 무력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능력도 제대로 된 직업과 신분도 갖지 못했기에, 친구에게 기대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생존의 발판밖에 갖지 못했다. 여자전문학교나 대학 동료라는 것도 이제까지처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생활이 보장되는 소녀들의 모임이 되어서는, 결국 생활의 문제까지 떠안는 동지로서의 우정이 싹트기 어렵다. - P152
세상 어디에나 있는 흔한 비밀은 누구나 일상에서 몇 개쯤 갖고 있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낸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고독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고독에 잠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지금 이 순간 생각한다. - P101
터널 속 기차, 시골뜨기 여자애, 평범한 기사로 도배된 석간.-이것이 상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고 비루하고 따분한 인생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