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난 샤오마는 시간이란 동그란 유리 안에 갇힌 죄수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은 빨간 시곗바늘처럼 일 초마다 째깍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존재라 생각했다. - P203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한계였다. 그러나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일종의 한계였다. - P208
말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말은 특별한 때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니까 되새겨서는 안 된다. 되새기면 의미가 커진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엄청난 의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P218
사랑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닌 깃털을 마지막 하나까지 뽑아 상대에게 달아주는 것. - P234
중국은 자칭 ‘예의지국‘이지만 사실 중국인들은 예의를 모른다. 피로연의 막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잔이며 술잔이며 쟁반과 접시가 나뒹구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더럽고 어지럽고 덜그럭덜그럭 요란스러운가. - P262
식물은 참 신기한 것이, 어떤 색이든지 식물을 통해 표현되면 그 색깔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법이 없다. 아무리 선명하고 아무리 화사해도 야하거나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다. - P269
맹인들은 너무 쉽게 한 가지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들 자신에게도 눈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눈에는 빛이 없기에 영혼의 창문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영혼의 대문이 될 수 있었다.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때 그들은 자기 눈을 숨기는 법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대놓고 목까지 돌리거나, 어떤 때는 아예 온몸을 돌려 표를 냈다. - P287
서로 다른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입도 있는 것이다. 보는 것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나오는 말도 같지 않다. 맹인과 두 눈이 멀쩡한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그런 벽이 있었다. 적당한 거리는 우정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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