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스스로를 ‘동국‘, 또는 ‘동번‘이라고 하여 자국의 국제적 위치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전근대 일본은 자국을 무리하게 세계의 주요국가로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 P178
사회의 어떤 부분에 성역을 두고 그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봉쇄하기, 큰 목소리로 논리와 팩트fact를 깔아뭉개기, 자기 역사와 사회를 무조건 찬양하기,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면 그 사회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계해야 한다. - P168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단단한 논리와 팩트로 무장한 사람일지라도 큰 목소리 한 방에 묻혀버린다. 큰 목소리가 가짜란 게 드러나도 더 큰 소리를 내면 상관없다. 이런 판국에 누가 논리와 팩트에 공을 들이겠는가. ‘아니면 말고‘는 퇴장해야 한다. - P169
주체에서 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
천황 칭호와 독자 연호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완벽히 일본 국내용이었다. 동아시아 국제 무대에서 천황 칭호와 독자 연호는 용인되지 않았다. 일본 스스로도 조선이나 중국과 외교를 할 때 그 용어들을 외교문서에 쓰지 못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소꿉장난처럼 꿋꿋하게 사용해온 것은 가상하나, 대단하게 떠벌릴 일은 아니다. 원래 달력은 당대 중심 지역의 것을 쓴다. 당시 중국 연호를 쓰는 것은 현재 우리가 서기 달력을 보며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체 ㅇㅇ년‘처럼 독자 달력에 헛심 쓰는 사람치고 변변한 사람 못 봤다. - P66
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개토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한국 사회의 유별난 특징이 있다면 대개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53
한국의 민족주의는 특이한 점이 있다. 민족주의란 모름지기 모든 타 민족에 대한 반항에서 출발해야 할 텐데 한국의 그것은 상대를 봐가며 선택한다. 소련 ·중국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온순하며, 미국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소련 ·중국에는 순한 양이다. -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