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 참 예리하다.
예전에 헤닝 만켈의 <빨간 리본>을 읽으면서 서구, 특히 유럽의 일부 지식인들은 중국에 대해서 마오이즘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겪어보고 중국에 대해 잘 아는 나는 그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실상이 가려진 채로 그들이 선전하는 빛나는 이상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산당의 선전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다루었다. 온갖 계획과 청사진, 모델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으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인간이 아니라 모범적인 노동자와 농부가 주인공인 세상이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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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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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가 쓴 도시괴담 모음집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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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는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정신병적Psychotic 존재이다. 보통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보며,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특별히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으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해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가 저지르는 범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니, 두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렇기에 가장 뛰어난 프로파일러는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장기 미제 사건의 95퍼센트 이상은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되며, 대부분의 강력 사건은 사회구조적 모순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범죄를 해결하겠다고 사회를 개혁하는 나라는 없다. 사회에서 바라는 가장 훌륭한 범죄 해결사는, 문제의 본질과 사회의 모순에 접근하지 않고 ‘바로 그 사람’만 잡아내는 사람이다. (중략) 프로파일러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사람’을 잡는 것인데, ‘그 사람’을 잡는다고 해서 범죄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맥락과 구조가 그대로인 한 ‘또 다른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가 고민하고 갈등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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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것이 그랬다. 새로운 만남과 영원한 이별이 동일한 색으로 다가와, 두 가지 운명의 순간이 슬픔이었는지 기쁨이었는지, 눈앞에 붉게 펼쳐졌던 것이 피의 흔적이었는지 햇살의 흔적이었는지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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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잔인하고 무정하여, 거대한 힘이 모든 것을 장악한다. 모든 사람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듯이 보인다. 어쩌면 배후에서 그 모든 것을 주관하는 힘 또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떠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어쩌면 그들도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정도로 다른 사람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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