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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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가 내게 <속죄>의 주제를 묻는다면, '폭력'이라고 말하겠다. <속죄>는 전쟁이라는 이름의 폭력,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눈과 판단만 믿는 오만함이라는 폭력, 뿐만 아니라 상상력이 휘두르는 폭력까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자기가 본 것을 진실이라 믿으며 세상을 재구성하려는 브리오니의 상상력은 두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 역자후기 중(#526)


개인, 그리고 집단이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확신, 그 확신의 파괴력과 광기가 만들어낸 참극... 이 오만함을 고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은 언제든 또 같은 슬픔을 반복하겠지... 단순히 속죄하려는 누군가의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잘못된 말로 되돌릴 수 없이 부서져버린 한 사람(로비)의 인생과 셀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해버린 세계대전이라는 두 비극이 담겨져 있다. 두 비극을 같은 무게로 느껴지게하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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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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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구역에 도착한 뒤 며칠 동안 마크 스피츠는 바리케이드 관한 중위의 가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믿음을 담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그릇이 바리케이드뿐이라는 말은 맞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리케이드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부터 그랬다. 타인이 깊숙이 들어오는 것과 우리의 광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바리케이드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이 나라의 기반이 된 것도 그것이었다. 역병은 단순히 그 바리케이드를 더 정확히 드러냈을 뿐이다. 혹시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봐 바리케이드의 존재를 명확히 설명해주었다. 개인적인 바리케이드 없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를 봐.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151


"... 지금은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한편이 되어 역병 환자인 '그들'을 욕하는 시대였다. 깨끗이 소탕된 안전구역이 점점 늘어나고, 사람들이 다시 숨이 막힐 만큼 복작복작 모여 살게 된다면, 과거의 편견들도 되살아날까? 아니면 이런 적의, 두려움, 시기심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만약 서류작업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 편견과 주차 티켓과 재방송도  분명히 되살아날 것이라고 마크 스피츠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계속 죽어 있어야 마땅한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살아서 돌아다녔다."#336


종말에 더 확연해지는 인간의 모습들... 새로운 세상이 온다해도 여전히 반복될 우리의 모습들... 


흥미로운 소재인데, 읽기가 쉽지 않았다. 번역탓인가 아니면... 읽다가 자꾸 멈춰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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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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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흥미롭고, 집중력이 흩트러지지 않는다. 어떤 결말에 이를 것인가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게 되는데, 궁금증에 비해 작가가 내놓은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할까. 조금 과장하자면 마지막에 가서 장르를 뒤바꾼 막장 드라마같은 느낌... 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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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흡인력의 <28>, 무릎도 치고 이마도 치며 읽었던 완벽한 마력의 <7년의 밤>, 스토리 재밌고 잔잔한 유머도 좋고… 영혼까지 깨끗해질 것 같은 문장들이 가득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힘든 시기에 읽고 위로를 받았던 <내 심장을 쏴라>, 다음 장이 궁금하지만 읽기가 무서워서^^ 더디게 읽혔던 생생한 공포의 <종의 기원>, 그리고 지금껏 작가 본인의 엄청난 필력을 뛰어넘어 다른 차원의 감동과 위로를 마음 속에 꼭꼭 새겨준 <진이,지니>까지… 앞으로도 작가 정유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사랑하고, 또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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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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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단하고 촘촘해진 필력은 블랙홀처럼 엄청난 힘으로 마음과 생각을 책 속으로 빨아드린다. 마치 영상과 음성이 지원되는듯 생생한 문장들에 담겨있는 유머, 사랑스러움, 애잔함, 가여움...그리고 감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 속에 꼭꼭 담아두고 싶어 천천히 아껴 읽었다.

특히 진이, 지니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에서는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볼을 힘껏 당기고, 그리고 울음이 터져나올 때에는 그저 꼭 안아주고 싶었다.

'상처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있을까' 진이와 민주는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상처로 곪아버리는데... 사랑을 주고 받음으로써 만들어내는 기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우리는 그저 '눈부시고 연약한 존재'인 것을... 책을 통해서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진이,지니>를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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